광고 장사로는 ‘신참’ 미디어 거물 넷플릭스가 찾아낸 돌파구는?

글, 강예지


📌 필진 소개: 어피티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경제전파사 편집장 강예지 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지 고민하는 평범한 30대이자 경제기자의 시선으로 어렵고 딱딱한 경제를 쉽고 친절하게, 숨은 행간을 풀이합니다. 호기롭게 사표 던지고 창업했다 실패한 경험을 복기하는 마음으로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가능하면 미래까지 풀어보고자 합니다. 짧은 이야기로나마 소개해 드리는 기업에 친숙해지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요!

넷플릭스는 설립 초기만 하더라도 DVD를 대여해 주는, 지금과 비교하면 다소 소박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였어요. 2025년 현재는 시가총액 560조 원 상당의 미디어 거물로 성장했습니다. 


1997년 창립 후 지난 30여 년간 미디어 산업의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과연 계속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죠. 콘텐츠 유통의 혁신을 일으킨 이 회사, 현재는 일명 ‘엔터테인먼트 커머스’라는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요. 

 

넷플릭스의 광고 ‘대모험’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시듯 넷플릭스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은 월 구독료를 기반으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예요.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라고도 하죠.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숏폼부터 영화까지 보고 싶은 콘텐츠를 편하게 보는 세상이지만, 그 당시 막 처음 등장한 ‘온디맨드(On-demand)’라는 개념은 꽤 획기적이었는데요. 한마디로 ‘언제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기술로, 정해진 프로그램 편성표에 따라 TV를 시청하던 시청자들에게 자유를 줬죠.


넷플릭스는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처음 선보이며 전통적인 시청 모델에서 구독으로의 대전환을 이끌었어요. 국내(미국) 시장에서 세계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고요. 그야말로 콘텐츠 유통의 혁신이었죠.

신문에 실린 추억의 TV 편성표! 어린이들은 일요일 아침 만화 방영 시간에 형광펜을 그어 놓는 게 일상이었답니다. 출처: 경향신문


광고 사업, 진-짜 하기 싫은데 꼭 해야만 했다 


‘넷플릭스,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로 고성장하고 잘 먹고 잘살았습니다’ 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격변하는 미디어 시장은 그런 꽉 닫힌 결말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에 광고란 없다’는 자신의 철칙을 공공연히 강조해 왔는데요. 그랬던 그가 2021년 태도를 바꾸고 말았어요. 이듬해 광고 사업에 뛰어든 거죠. 바꿔 말하면 넷플릭스는 광고 장사로는 고작 2년 된 ‘초짜’란 얘기예요.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주요 사업 지역인 북미와 유럽에서 구독자 수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어요. 시장이 포화됐다는 건데, 회사가 계속 성장하려면 월 구독료를 낮춰서라도 소비자층을 추가로 확보해야만 했어요. 


게다가 경쟁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이미 광고  요금제를 운영해 온 훌루와 HBO 맥스 등이 고객 기반을 다지는 한편 구독 수익 외에 광고 매출까지 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비슷한 시기 디즈니플러스도 광고 요금제를 준비 중이었으니 가만있다가는 경쟁력을 잃을 위기의 순간이었죠. 


넷플릭스는 결국 시간당 4~5분짜리 광고를 봐야 하는 ‘베이직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어요.


마지못해 도입한 광고 요금제, 나쁘지 않더라 


도입 후 2년이 지난 2024년 11월 기준 광고 요금제를 쓰는 활성 구독자 수는 월 7000만 명 규모로 성장했어요. 도입한 지역에서는 신규 구독자의 절반 이상이 이 요금제를 선택했다고 하죠. 기업 입장에서 골칫거리였던 계정 공유와 비구독자들까지도 저렴한 광고 요금제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고요. 

플랫폼별 2028년 광고 요금제 예상 매출이에요. 넷플릭스는 아직 광고 요금제에 대한 구체적인 재무성과를 발표할 단계는 아니라면서 2026년은 되어야 본격적으로 성장에 기여할 거라고 했어요. 단위: 10억 달러, 출처: Statista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꽤 양호한 셈입니다. 하지만 냉혹한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와 광고주가 여기서 만족할 리 없겠죠. 관건은 이 ‘광고 장사’,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더 발전시킬 수 있냐는 거예요.


넷플릭스에서 쇼핑을 한다?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넷플릭스에 비싼 광고료를 내는 광고주들은 까다롭습니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업계 평균보다 높은 CPM(시청자 1,000명당 비용)을 요구한 걸로 알려졌죠. 당연히 광고주는 비싼 돈을 낸 만큼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으라 요구합니다. 미디어 거물로서의 넷플릭스라면 몰라도 광고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입지는 디즈니나 워너 브라더스 디스크버리 등 여타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역부족이에요. 


넷플릭스는 일명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혹은 ‘콘텐츠 커머스’에서 그 돌파구를 찾은 것 같아요. 콘텐츠와 제품·서비스를 더 긴밀히 연결한 건데, 시청자가 콘텐츠를 보다가 직접 상품을 사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죠. 


여러분의 평소 쇼핑 경험을 떠올리시면 좀 더 와닿을 거예요. 초기 이커머스는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목적 구매형이었고요. 최근에는 틱톡과 같은 SNS나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가 상품을 팔기 위해 자신의 경험과 설명에 집중하는 라이브 커머스가 인기를 끌었잖아요. 이제는 콘텐츠를 시청하다가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는 콘텐츠 커머스로 가는 거예요. 뒤로 갈수록 소비자와 훨씬 강한 연결고리가 생기죠. 


구독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독점 판매 제품이나 좋아하는 캐릭터가 입고, 먹고, 사용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레는 경험이고요. 콘텐츠가 넘쳐나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구독 수익에서 더해 영화·드라마가 히트하면 팬심을 지렛대 삼아 추가 매출을 기대해 볼 수 있어요. 

넷플릭스 공전의 히트작 ‘기묘한 이야기’ 시즌 3는 1985년 여름을 배경으로 했는데요. 코카콜라사가 ‘뉴 코크’라는 신제품을 출시한 해예요. 넷플릭스와 코카콜라는 이미 단종된 지 오래인 뉴 코크를 드라마가 공개된 2019년 재출시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입니다. 남녀노소 난리가 났더랬죠. 출처: The Coca Cola Company


온라인 스토어 운영 등 초기 다양한 실험에서 가능성을 봤는지, 넷플릭스의 최근 활동은 한층 노련해졌어요. 인터랙티브 형태로 시청자의 쇼핑 경험을 설계한 거예요. 


최근 사례로 인기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가 있어요. 화려하고 센스 넘치는 의상과 액세서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데, 주인공 에밀리가 입은 옷과 액세서리를 스캔하면 비슷한 제품을 찾을 수 있어요. 구글과 넷플릭스가 손잡고 만든 기능(pause ads)이에요. 


2.8억 명에 달하는 넷플릭스 구독자는 이제 콘텐츠 ‘시청자’이자 높은 효율로 실물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잠재 고객’인 것이죠.


넷플릭스의 대모험은 진행 중 

‘캐릭터 왕국’ 디즈니의 아성을 넘본다? 


넷플릭스의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모델은 주목할 만한데요. 지식 재산권(IP) 수익으로도 파생이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쌓아온 방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커머스를 100% 접목하면 캐릭터 → 콘텐츠 → 상품 → 테마파크 등 무한으로 뻗어나가는 디즈니 전략만큼이나 강력할 거라는 분석도 가능해요. 또 주로 유아·청소년 팬덤이 두터운 디즈니와 달리,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스케일 또한 넷플릭스 잠재력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소예요.  


넷플릭스의 30여 년 역사를 살펴보면 시장 변화를 겪으며 몇 차례 허들을 뛰어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소비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해 왔고요. 그 결과 치열한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리더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죠.  


최근 넷플릭스, 구글과 유튜브 등 해외 빅테크뿐 아니라 쿠팡, CU 등 국내 기업들도 콘텐츠 커머스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요. 넷플릭스의 엔터테인먼트 커머스와 같이 기업마다 어떤 색깔 있는 전략을 내세우는지 또한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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