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글, 정인

3일 23시: 기습적인 선포였어요

2024년 12월 3일, 부마 민주항쟁과 박정희 대통령 암살이 일어났던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계엄 선포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 중앙부처 장관과 검사 탄핵을 시도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정쟁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국회에 무장한 군인들이 등장했고, 군용 헬기까지 출현했어요. 즉시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은 당원들을 국회 앞으로 긴급히 불러모았어요. 국회의장을 포함한 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3일 23시 27분: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계엄 제1호 포고령 발표 즉시 원-달러 환율은 1달러에 1,427원으로 치솟았어요. 자정을 넘기면서는 1,446.50원을 넘겼어요. 해외 증시에서 우리나라 시장을 추종하는 ETF 등 각종 금융상품 수익률도 가파르게 떨어졌어요. 정치적 불안정성은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에요. 국가신용도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 국채와 회사채 금리에 자금 손실 리스크를 반영한 가산 금리가 더해질 확률이 높아요.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와 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부담이 얹히게 됩니다. 


3일 23시 40분: 경제부처도 당황했어요

비상 상황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중앙의 경제부처는 아무런 메시지도 내지 못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3일 오후 11시 40분, 경제부총리는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F4)을 소집, 간담회를 가졌어요. F4는 4일부터 사태 진정 시까지 매일 거시경제와 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어 위기관리 체계를 상시화하고, 구체적인 시장 안정 조치는 오전부터 신속하게 발표하겠다고 전했어요. 또, 시장에서 여파가 이어질 이번 사태의 불안 요인에 대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가능한 금융·외환 안정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도 밝혔어요. 외신도 우리나라의 상황을 주시하며 속보로 다뤘어요.


4일 1시 1분: 국회에서 계엄해제 결의안을 가결했어요

4일 오전 1시 1분, 기준 여당 소속 국회의원을 포함한 국회는 바로 계엄 해제 요구안을 결의,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는데요. 계엄군이 국회의원의 국회의사당 진입을 막거나, 계엄 해제 투표를 방해하거나, 대통령이 국회의원 과반수의 계엄 해제 요구에도 계엄령을 해제하지 않으면 헌법 제77조 위반 해당하게 됩니다.


4일 4시 30분: ‘서울의 밤’이 잦아들었어요

4일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요구한 계엄 해제 요구가 의결되었습니다. 이로써 3일 10시 23분 선포한 비상계엄령은 해제되었어요. 법조계는 일부 국무위원과 국회에 진입한 군인을 포함해 이번 사태에 가담한 인사들을 내란죄 및 군형법상 반란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우리나라 입법부는 의회(국회)이며, 의회는 선거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구성해요. 행정부는 역시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국무를 담당할 국무위원(장관 등)을 뽑아 구성합니다. 


4일: ‘준비된 내란’의 한 조각일 뿐이었어요

비상계엄령을 적법하게 선포하려면 헌법 제89조에 의거, 국무회의를 거쳐 의결한 후 즉시 국회에 통보해야 해요. 회의록은 물론 논의 과정 없는 ‘유사’ 국무회의가 5분간 열렸다고 해요. 명시적으로 반대한 국무위원은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장관 뿐이었어요. 무장한 군인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은 것까지 이번 사태에는 여러모로 위헌 소지가 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어요. 4일 저녁 국무위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전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지난 9월부터 수차례 주장한 바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계엄령 추가 선포 시도가 우려된다며 대통령을 포함,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어요. 국정 마비가 우려돼 빠른 수습이 필요한 가운데 여당은 대통령 탈당 요구와 탄핵 소추 여부를 두고 내분을 벌였어요. 


5일: 일단 최악의 사태는 면했어요

사태가 일단락됨에 따라 5일 증시는 오전 9시 정상적으로 개장했어요. 그러나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지수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특히 이번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었던 ‘K밸류업’ 수혜주인 금융주들의 낙폭이 5~6%대로 컸어요.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 주가는 폭락하다가 낙폭이 다소 진정되는 모양이에요. 코스피는 2500선을 내주며 시작해 끝내 2464로 마감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개장 1시간 만에 코스피에서 현물과 선물을 합해 총 6200억 원 어치를 매도했어요. 다만 단기적으로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고 볼 수 있어요. 뱅크런이 일어나거나 증시가 정말 ‘바닥’을 치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중장기적인 장애물이 잔뜩 생겼습니다. 내각이 총사퇴하며 사실상 국정 마비 상태여서 주요 부처 일정은 물론 정부사업과 각종 프로젝트가 멈췄고,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졌어요. 해외 자본과 바이어들의 잇단 투자 취소도 걱정됩니다. 신용평가사 S&P는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미국 대선 결과와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국제적 긴장이 감도는 시기에 우리나라 경제엔 엎친 데 덮친 격이에요.


5일: 해외에서는 여러모로 놀라워했어요

미국 정부의 반응은 한마디로 당황스럽다는 것이었어요.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시험했다고 분석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어요. 주한미국대사는 4일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통화에서 ‘현재 상황이 잘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며 ‘한미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전했어요. 다른 외신들도 ‘도대체 이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고 걱정스러운 면이 남아 있지만, 한국에서는 국회가 힘이 있고 시민의 지지를 받으며,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안심된다’는 대체로 비슷한 기조를 보였어요. 내란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폭동과 소요 없이 시민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높이 샀어요.


6일: 환율이 폭등해, 방어에 들어갔어요

코스피는 6일 종가 기준 2400선을 겨우 지켰어요. 코스닥도 4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어요. 금융당국은 증시 급락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로 인한 환율 폭등을 방어하느라 그간 쌓아두었던 외화 보유고를 풀고 있어요. 아직은 외화보유고가 충분하다고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해 환율을 계속 방어하느라 우리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달러가 4000억 달러 이하로 내려가면 완전히 새로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해요. 다른 국가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돌발상황에 대처할 여력이 없어 보이게 되고, 위험을 감지한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돼 환율이 더욱 치솟을 수 있어요. 그러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또다시 달러를 더 풀어야 해서 곳간 비는 속도가 빨라지는 악순환이 나타나요.


증시도 문제였는데,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주식을 팔아치웠어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을 피하기 위한 단기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거라고 해요. 불확실성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마음도 돌아서게 했어요. 


7~9일: 1차 탄핵 부결에 증시가 내리꽂혔어요

7일, 국민의힘당이 탄핵안 투표를 앞두고 퇴장해 1차 탄핵안이 부결됐어요. 직후 거래일인 9일 월요일에는 한국 대표 지수인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저점(연간 최저 수치)을 기록했어요. 장중 한때 10%가량 하락하며 ‘검은 월요일’이라 불렸던 8월 5일보다도 낮은 수치였어요. 개인, 기관, 외국인투자자 중 지수 하락을 이끈 건 개인투자자예요. 지난주 금요일(6일)에 이어 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매도한 물량은 1조 원어치에 달해요. 


최근 기승을 부리는 정치 테마주를 제외하고 모든 업종, 테마가 급락세인 가운데, 그동안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분류돼 온 금융주가 특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어요.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부 주도로 진행돼 왔는데,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이 프로그램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어요. 또 금융주는 다른 업종에 비해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아서,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이탈 영향을 크게 받기도 해요. 실제로 금융업종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p 넘게 줄었어요. 


9~12일: 금융시장 시계도 정신없이 돌아갔어요

9일 월요일, 우리나라 증시는 개장하자마자 일제히 하락했죠. 코스피는 금요일 장 마감 당시 지수에 비해 67.58p 떨어지며 2360까지 물러났고, 코스닥도 4년 7개월 만에 627까지 떨어지며 최저치를 기록했어요. 그런데 당일부터 10일까지 기관투자자는 순매수를 보였어요. 여기에는 증시를 안정시키려는 방어 목적과 저가 매수 목적이 혼재돼 있었어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주와 방산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어요. 조선업 관련주는 급등과 급락, 회복을 거치는 중이에요

또 사태 이후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량은 크게 증가했어요. 특히 주간거래량이 36% 늘어났어요. 하락 공포에 주식을 내던지듯 판매하는 패닉 셀(공황 매도) 일어나는 동시에 저점매수를 노리는 매수가 함께 발생한 탓이에요. 

12일: 대통령 2차 담화가 장작에 기름을 부었어요

3일 2500으로 장을 마감했던 코스피 지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 수요일 2460대로 떨어졌어요. 계속해서 미끄러져 내리던 코스피는 7일 토요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발된 후 첫 거래일인 9일에 다시 2.78% 급락해 종가 기준 2360까지 떨어졌죠. 그러나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0일과 11일, 3.47% 상승해 2400대 중반까지 왔습니다. 12일 목요일에는 장 초반 1% 상승하며 2500선을 되찾을지 희망적인 기대를 품게 했어요. 하지만 대통령의 2차 담화가 있었던 오전 10시 이후, 코스피는 당일 직전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가 기관 매수에 힘입어 소폭 상승 마감했어요. 환율도 마찬가지로 출렁거려요. 금융당국이 외환보유고를 털어 적극적으로 환율을 방어하고 있기는 하지만, 달러를 무한정 소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앞으로 일주일만 이런 상황이 더 지속되어도 1달러에 1,500원대를 각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13일: 여론이 하나로 모였어요

13일이 되자 여론이 하나로 모아지는 분위기에 코스피와 코스닥은 동반 상승 마감했어요. 코스피는 전장 대비 24.67%p 상승한 2442.51에 장을 마칠 수 있었어요. 일단 패닉에 빠져 던지듯이 주식을 파는 ‘투매’는 진정된 분위기였어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급한 불은 껐어요

14일, 의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어요. 이로써 우리나라 경제에 떨어졌던 발등의 불은 일단 진화됐어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조차 ‘경제를 위해서는 탄핵이 낫다’고 밝힐 정도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12·3 비상계엄령 사태가 3일부터 14일까지, 열하루 만에 일단락된 거죠. 

다만 불확실성은 남아 있어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부는 대행체제로서 ‘현상 유지’만 할 수 있어서, 경기부양이나 내수진작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긴 어려워요. 해외투자자와 기업들도 사태가 완전히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경제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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