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1929 ①
100년 전의 경제위기가 다시 찾아온다고?
글,
정인
‘라떼는 말이야~’.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등장하는 레퍼토리입니다. 이 레퍼토리도 몇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1997년에 일어났던 ‘IMF 외환위기’고요, 세계적으로는 1929년~1931년 사이 일어났던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 단골이에요.
요즘 사람: 뭐야, 소비자물가가 왜 이렇게 올랐어! 어어? 증시가 쭉쭉 빠진다! 😱
옛날 사람: 허허허, 1997년에 외환위기가 왔을 때는 더했어. 😏
더 옛날 사람: 아시아 외환위기는 그래도 아시아 지역의 문제였지, 1920년대 대공황 때는 전 세계로 번졌다니까? 😩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는 과거에서 배워서 요즘 상황에 써먹기 위해서예요. 한 번 겪어서 원인과 해결책을 안다면 현재에 적용해볼 수 있으니까요.
1929년 대공황과 비슷한 2022년?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과 유가가 폭등하고 증시가 떨어졌습니다. 언론에서는 슬슬 대공황 때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에요.
“지난주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주간 기준으로 모두 하락했다. 다우 지수는 8주 연속 내려 1920년대 대공황 이후 최장기 하락세를 기록했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도 모두 7주 연속 떨어졌다.”
“중요한 것은 1930년대 대공황이 어느 한순간에 터진 것이 아니라, 처음엔 ‘약간의’ 금리 상승이 과도한 채무 상황에 방아쇠를 당기면서, 위기가 서서히 증폭됐고, 이것이 유럽과 세계로 퍼지면서, 다시 미국을 때리는 악순환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2022년의 세계에서 일어날 것이라 보는 것은 아직 무리이지만, 대공황 때와의 유사점이 분명히 있기는 합니다.”
100년 전 대공황은 어땠을까?
대공황에 들어선 1930년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최악의 시기였어요. 3년간 미국의 GDP가 최대 40%까지 날아가고, 다우지수는 이전의 10% 수준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실업률은 3% 수준에서 25%까지 치솟았어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의 중심이었던 미국이 이 모양이라면, 다른 나라는 어땠을지 짐작이 가시나요? 어마어마한 불황의 여파로 일본과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있어요. 1930년에 나온 우리나라 기사 좀 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돈도 없다. 공장이 물건을 많이 생산하는 것도 아닌데 그것조차 살 수 없을 지경이다. 아무도 물건을 사지 못하니 물가가 뚝뚝 떨어진다. 미국 증시에 공황이 찾아온 다음부터 세계경제의 불황은 갈수록 험악하다. 앞길에 어떤 나락이 다가올지 예상치 못하는 우리로서는…” (世界的不况過程, 조선일보, 1930.05.06)
그런데 지금 대공황 소리가 나온다고요? 왜요? 우리 그 정도예요?
엉망진창 소비 호황기였던 1920년대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세계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1920년대는 연평균 9% 이상 성장하는 호황기였어요.
광란의 1920년대 직전에 끝난 것은 전쟁뿐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최대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하는 스페인독감도 막 끝난 시기였어요. 그러니까 1920년대는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독감이 휩쓸고 난 후 찾아온 엉망진창의 소비 호황기였어요.
1920년대 특징1.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버블
1920년대에는 저금리 정책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돈이 풀렸습니다. 이 돈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갔어요.
1920년 한해 다우지수 누적상승률은 245%에 달했다고 해요. 1925년 한해 플로리다 부동산 가격은 4배로 뛰었습니다.
1920년대 특징2. 에너지 전환기의 불안함
게다가 이때는 에너지 전환이 일어났어요. 석탄 위주로 돌아가던 경제 시스템이 석유 위주로 바뀌던 시기였죠.
석탄 시스템이 석유 시스템으로 옮겨가면서 수많은 혁신 제품들이 나왔고, 미국 가정의 소비가 크게 늘었습니다. 서비스업이 발달하면서 돈이 잘 돌기도 했고요.
100년 전 대공황과 현재의 공통점
전 지구적 역병이 돌고 주식과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현상, 좀 익숙하지 않으세요? 에너지 전환기의 갈등도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대공황과 현재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점은 부채 증가예요.
미국의 가계부채는 1920년대 10년간 5배로 뛰어올랐어요. 코로나19가 휩쓸던 지난 2년간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율도 어마어마했어요. 자산가격이 쑥쑥 올라가니까 다들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이나 주식을 산 거예요.
가계부채는 감당할 수 없을 때 문제가 됩니다.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206.6%였습니다. 아무것도 안 사고 빚만 갚았을 때 2년을 넘게 갚아야 빚이 갚아진다는 이야기예요.
금리 인상이 불러올 이자 부담
광란의 1920년대는 미국 정부의 금리 인상과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물가가 너무 오르고 자산 가격의 버블이 심해서 금리를 아주 살짝 올렸을 뿐인데, 모든 게 와르르 무너졌어요. 다들 이미 한계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전에는 초저금리 시대라서 이자 부담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추세에요. 무리하게 빚을 냈다면, 이자 부담의 후폭풍이 불어올 거예요.
1929년 대공황에서 배울 것은?
1929년 대공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비슷한 상황인 2022년에는 대공황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까요? 1929년의 대공황에서 배운 교훈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매주 함께 살펴보기로 해요!
👉이 글을 쓰는 데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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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대. (1999). 세계대공황의 원인과 경제정책. 경제사학, 26(0), 14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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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달. (2002). 미국 대공황에 있어서 금융적 요인의 역할. 사회경제평론, (19), 8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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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21). 광란의 1920년대를 주목하는 이유, DGB금융그룹 Economy bri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