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얀: 정은길 작가님은 ‘짠테크로 종잣돈 모으기’를 주제로 어피티 머니레터에 연재를 하신 적이 있었죠. 당시 칼럼을 통해 20대에 1억 원을 모았다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어떻게 가능했던 건가요?
정은길: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 댁에 살아서 남들보다 ‘내 집’에 대한 욕망이 훨씬 컸어요.
그래서 일찍부터 ‘서른이 넘기 전에 내 명의의 집을 마련하겠다’라는 아주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저축한 덕분에 돈을 쓰는 것보다 모으는 재미를 빨리 깨우치기도 했고요.
대학생일 때부터 학교 수업이 끝나면 일주일에 6일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절약하며 저축을 했어요.
20대에 1억 원을 어떻게 모았어요?
정은길: 저처럼 예·적금만 한다면, 한 달에 100만 원 조금 넘는 금액으로 7년 동안 꾸준히 저축하면 이자를 포함해 1억 원을 모을 수 있어요.
물론 7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는 않죠. 매달 100만 원 정도 모으는 것 갖고 1억 원을 만들 수 있나 싶고요. 저도 처음 1~2년 동안에는 ‘내가 과연 1억 원을 모을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어요.
그러다 3년차에 들어서면서는 통장 잔고가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남들 연봉 수준의 금액이 쌓여있는 걸 보니까 ‘진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이렇게 중간중간 성취감을 느껴온 덕에 꾸준히 저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그때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했으면 좋았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오히려 투자를 안 했기에 무사히 원금을 지킬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김얀: 작가님이 생각하는 종잣돈의 크기란 얼마부터인가요?
정은길: 각자 기준이 있겠지만, ‘든든하다’라는 생각이 들 만한 금액이면 종잣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좋은 차 한 대를 살 수 있는 돈을 모았을 때 든든함이 느껴졌어요.
대학 졸업 후 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했을 때, 명품이나 차가 없는 사람은 거의 제가 유일했거든요.
그래도 크게 기죽지 않고 당당할 수 있었던 건 종잣돈에서 우러나오는 든든함 덕분이었어요. 게다가 ‘돈이 없어서 명품이나 차를 못 사는 것’이 아니라 ‘돈은 있는데 내 집을 사기 위해서 안 사는 것’이었으니까요.
정은길 작가 버전,
소득 파이프라인을 소개합니다
김얀: 종잣돈 모으기로 목표를 달성한 지금은, 소득 파이프라인 구축 중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가요?
정은길: 오디오클립(정은길 아나운서의 돈말글)과 유튜브(정은길의 돈말글 연구소)를 운영하며 콘텐츠 관련 소득을 만들었고요. 9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로서 받는 인세가 있습니다.
첫눈스피치 대표로서 개인 강의와 공공기관 및 기업 강연에서 오는 수익도 있고, 유튜브를 구축하며 배운 동영상 편집 기술로 기업에 교육 영상을 납품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드라마 시나리오 같은 창작 글쓰기, 강의 영상 제작 등의 계획을 추가할 예정이에요.
짠테크 = 자‘돈’감 높이기
김얀: 종잣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짠테크’가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정은길: 짠테크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수단을 넘어, 돈 앞에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습관이에요.
내가 일해서 번 돈에서 매달 얼마씩 저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가는 동안 ‘내가 나를 책임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금액을 떠나서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말이죠.
이렇게 성취감과 만족감을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부당한 상황에서도 참지 않고 행동할 수 있고, 여러 선택의 기로 앞에서 도전적인 모험을 시도해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짠테크 3계명
김얀: 짠테크 성공을 위한 팁을 알려주세요.
정은길: 크게 세 가지를 말씀드릴게요.
첫 번째, 확실한 목표와 기간을 설정하기
‘무엇을 위해 언제까지, 얼마를 모으겠다’라는 목표 설정이 가장 중요해요. 처음에는 액수를 무리하게 높게 잡지 않고 가볍게 시작해 보는 것이 좋아요.
저의 경우 첫 번째 목표는 내 집 마련을 위한 1억 원 모으기였고, 두 번째 목표는 세계 여행을 위한 종잣돈 모으기였어요. 그렇게 모은 돈으로 11개월 동안 35개국을 여행했답니다.
두 번째, 온·오프라인 동선 간소화하기
약속했던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버린 날, 주변 쇼핑몰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냈던 적 한 번쯤 있으시죠. 그러다 보면 괜히 작은 액세서리나 문구류를 하나라도 사게 되곤 합니다. 계획에 없던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는 순간이죠.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동선이 늘어나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걸 ‘오프라인 동선의 간소화’라고 합니다. 조금 일찍 도착하더라도 약속 장소로 바로 가서 기다리는 것, 또는 퇴근 후에 곧장 집으로 가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죠.
‘온라인 동선의 간소화’도 중요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켰다가 괜히 여러 쇼핑몰 앱에 들어가서 시간과 돈을 쓰게 될 때가 있으니까요. 쇼핑몰 앱도 주로 이용하는 한 개만 남겨두고 삭제해보세요. 돈과 함께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세 번째, 남의 사생활에 관심 끊기
매스컴의 관찰 예능이나 타인의 SNS 등을 보고 있으면, 나의 절약과 저축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짠테크의 가장 큰 위협이기도 합니다. 짠테크를 지탱하는 동기를 확 꺾어버리니까요.
각자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의 페이스대로 가는 게 중요합니다. 관찰 예능이나 SNS를 멀리하고, 나와 목표가 비슷한 커뮤니티에 가입하거나 비슷한 친구들과 소통하는 게 훨씬 더 유익할 거예요.
영 앤 리치 말고,
당신의 박자 대로
김얀: 정은길 님에게 돈이란 무엇인가요?
정은길: 돈은 곧 기회라고 생각해요. 돈이 있어야 내가 나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줄 수 있으니까요.
김얀: 마지막으로 어피티 머니레터 독자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은요?
정은길: 요새 미디어에서 ‘영 앤 리치’가 자주 등장하죠. 재밌게 볼 수는 있지만, 이렇게 ‘성공한’, ‘젊은 사람’의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인생은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있죠. 이 말은 젊은 나이에 성공해도 그 성공이 죽을 때까지 이어지기 힘들다는 뜻이고, 그렇기 때문에 중년을 넘어서 또 어떤 삶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로 60~70대에 한 번이라도 좋은 성과를 낸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100세 시대인 만큼 60~70대에 성공하고 남은 2~30년 동안 잘 쓰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