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가 나와서, 지금은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 공동대표가 되셨어요. 파이어족을 꿈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청묘: 2020년 2월, 직장 동료에게서 ‘파이어족’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파이어족의 파이어(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 ‘빠른 퇴직을 꿈꾸는 청년’을 뜻한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파이어족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그랜트 사바티어의 <파이낸셜 프리덤>이라는 책을 찾아 읽었어요. 중요한 내용만 요약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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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티어는 통장에 남아 있는 2.5달러를 보며, 5년 안에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벌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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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조기 은퇴 목표의 기간을 정했습니다. 자신의 연간 예상 생활비를 계산한 뒤, 매년 / 매달 / 매일 내가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목표 금액을 역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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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본업을 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올려 몸값을 올려받고, 부업을 통해서 끊임없이 부수입을 창출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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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5년 동안 100만 달러를 벌 수 있었고, 조기 은퇴를 택하는 대신 여러 사업을 벌이며 끊임없이 돈을 불려 나가고 있어요.
이 책을 읽은 뒤, ‘나도 조기 은퇴를 위한 나만의 기준을 잡아야 한다’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랜트 사바티어가 본인의 홈페이지에 공유한 여러 수식들을 엑셀 파일에 옮겨 기준을 잡기 시작했어요.
먼저 연간 예상 생활비를 계산하고, 현 직장의 연봉과 이외 투자 수익 등을 기록해 ‘5년 조기 은퇴 시뮬레이션’을 돌렸습니다. 여기서 투자가 저에게는 부업이라 생각해서, 목표 금액을 세우고 ‘1일 1재무제표 분석’과 ‘비트코인 정액 적립식 매수’를 해나가기 시작했어요.
하락장 속에서도 110% 수익률?
김얀: ‘비트코인 정액 적립식 매수’가 뭔지 궁금한데요. 어떻게 하고 계신 건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청묘: 비트코인 정액 적립식 매수는 트위터에서 조재우 교수님의 트윗을 보고 시작하게 됐어요. ‘시험 삼아 매주 1회, 123달러 정도의 현금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하고 있는데 현재 수익률이 얼마다’라는 내용의 트윗이었죠.
개인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거라고 보는 입장이었고, 어떤 투자에서든 소액이라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기에 조재우 교수님의 투자법을 따라 행동에 옮기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저는 조재우 교수님의 정액 적립식 매수 투자법에 그랜트 사바티어의 전략을 더했습니다. ‘매달 투자금을 1%씩 올리면 복리의 효과가 커진다’라는 내용을 활용해서 이렇게 규칙을 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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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밤 11시에 15만 원씩 비트코인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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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의 등락에 절대 흔들리거나 상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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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뒤, 기존 투자금의 1%를 올려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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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정액 적립식 매수 투자 기간은 총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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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일이 되기 전까진 출금하지 않는다
이 규칙에 따라 지금까지 102번째, 즉 102주째 꾸준히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어요. 2022년 1월 22일 오후 3시 기준, 암호화폐 시장이 안 좋다는 뉴스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약 110%의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도 기준이 필요합니다
김얀: 이번에는 주식 투자 이야기로 돌아와 볼게요. 청묘 님만의 주식투자 원칙과 재무제표 분석 팁은 무엇인가요?
청묘: 주식 투자 역시 저만의 원칙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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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가치투자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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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준으로 기업과 재무제표를 분석한 뒤 투자 여부를 판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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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와 시황을 보는 데 시간을 쓰는 대신, 매주 한 번씩 현재 수익률을 기록하고 평가하자
‘1일 1재무제표 분석’을 시작할 때에는 사경인 회계사의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 켄 피셔의 <슈퍼 스톡스>, 크리스토퍼 메이어의 <100배 주식> 등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후 S-RIM, PSR, PRR 등의 재무제표 벨류에이션 분석기법을 활용하고, 시가총액 2,0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업체의 주식을 발굴하기 위해 제 나름의 분류기준을 세웠습니다.
조언에 기대서는 안 돼요
김얀: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면, 청묘 님은 책이나 조언을 참고해 행동으로 잘 옮기는 편인 것 같아요.
청묘: 그렇긴 하지만, 사실 가장 좋은 선생님은 경험이에요. 두 번째가 책과 각종 조언이고요.
누구나 본인만의 투자에 대한 생각과 기준이 있기 마련이에요.
저나 주변인의 조언, 유명인의 책은 투자 방식에 있어 하나의 ‘참고사항’ 혹은 ‘전환점’ 정도로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본인의 기준에 따라 일단 투자를 경험하고, 각종 서적과 SNS 등은 ‘참고’만 해서 본인의 투자방식으로 소화해나가는 것을 추천드려요. 인생도 그렇듯이 투자도 결국 본인만의 리듬대로 가는 것이니까요.
부자가 되고 난 이후의 삶
김얀: 청묘님에게 돈이란 무엇인가요?
청묘: 꿈을 이루기 위한 매개체 중 하나이자, 자유를 위한 티켓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기 은퇴를 하든 원하는 자산을 벌든, 그 이후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중요해요. 우리는 지금부터 이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제 얘기를 해보자면, 저는 5년 뒤에 가족과 함께 몇 년간 세계여행을 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세계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그날을 위해 현실을 직시하며 투자를 하고, 꿈을 위해 사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리얼리스트가 되라, 하지만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지녀라”라는 체 게바라의 말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