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전세임대 주택에 살고 있어요
김하살: 정 님은 LH청년전세임대 주택에서 산다고 들었어요. 청년전세임대 주택에 들어간 과정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정: 우선, 청년전세임대 주택은 보증금을 제외한 연 이자를 일정부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청년전세임대 주택은 직장 동료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을 넣었는데 운이 좋게 선발이 되었어요.
선발된 뒤에는 부동산을 다니면서 집을 알아보고 심사를 받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입주했어요. 말로 하니까 간단해 보이는데, 결코 쉽지 않았어요.
부동산이 너무 낯설었어요
김하살: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게 있나요?
정: 우선, 부동산이라는 곳이 너무 낯설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동산에 가봤는데 좀 무서웠던 것도 있었어요.
부동산 앱에서 집을 보고 왔다고 하면 전혀 다른 집을 보여주거나 정말 상태가 안 좋은 집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면서 ‘이 가격에 이런 좋은 조건의 집 못 구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요.
그럴 때마다 ‘이걸 어떻게 혼자서 해야 하나’ 하고 막막했어요. 같이 가줄 친구도 없었고 부동산은 어려운 존재였으니까요. 그래도 만족스러운 집을 찾을 때까지 계속 집을 알아보았어요.
대출은 무섭지 않았어요
김하살: 아무리 정부 지원이라고 해도, 사회초년생 입장에서 꽤 큰 돈을 대출한다는 점이 두렵진 않으셨나요?
정: 딱히 무섭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했어요.
대출을 받으려고 서류를 준비할 때나 집을 구할 때 혼자 헤쳐 나가느라 막막했던 건 있었어요. 막상 대출을 받고 나서 이자를 내는 건 괜찮았어요. 게다가 정부 지원이 되니까 더 안 무서웠던 것도 있어요.
김하살: 대출을 받은 것에 후회는 없으신가요?
정: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만족해요.
매달 대출 이자를 내는 게 월세보다 훨씬 더 저렴해요. 만약 월세를 구했으면 보증금도 많이 들었을 거고, 고정지출이 부담되었을 거예요. 자취하면 고정비 줄이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게다가 월세는 줄이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니까요(웃음).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독립이 꿈이라면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돈 관리는 아직도 어려워요
김하살: 비교적 이른 나이에 대출을 받고, 전세로 독립해서 살고 계세요. 정 님만의 돈 관리법이 궁금해요.
정: 이전에는 돈 관리를 전혀 안 해서 게임에 돈을 많이 썼어요. 그러다가 2020년도에 유튜브로 경제 영상을 많이 보고 주변 사람들과 돈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변했어요.
지금은 한 달에 90만 원은 적금에 넣어요. 정신을 바짝 차렸죠(웃음). 게임에 넣던 돈을 적금에 넣어보자 하고 시작했어요.
몇 달 전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어요. 자취를 하고 배달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어느 날 토스 앱의 소비 기록을 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많이 돈을 쓰는 거예요. 월급보다 더 많이 쓴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전보다 식비가 확 줄었고 열심히 관리하고 있어요. 근데 아직도 어려워요. 가계부를 쓰긴 쓰는데, 자꾸 묘하게 어디에서 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많아요(웃음).
돈은 나를 힘들게 하지만 꼭 필요해요
김하살: 마지막 질문이에요, 정 님이 생각하는 돈이란 무엇인가요?
정: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돈은 힘들고 어려운 존재예요.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대출부터 적금, 월급 관리 등 돈에 관련된 여러 경험을 해 봤어요. 물론 직접 돈을 벌고 관리하는 과정의 경험이 곧 재산이지만, 과정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아직도 돈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수두룩하고, 투자는 어렵고 무서워서 하고 있지 않아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혼자서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존재, 생존권 같은 존재라고도 생각해서 돈과 친해지려고 애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