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했다가 고생하고 그만두었어요
김하살: BS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취업했다고 알고 있어요. 지금은 그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요. 첫 번째 회사에서 어려움을 겪으신 걸로 아는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BS: 졸업 전에 취업을 했고, 10개월 정도 회사를 다녔어요. 처음에는 취업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에서 연계한 곳이라서 선생님들을 믿고 간 것도 있었고요.
그런데 회사에서 임금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어요. 주말 출근도 자주하고 야근도 많이 했는데 연차 및 야근수당, 특근수당은 거의 못 받아서 결국 중간에 그만두었어요.
더 빨리 그만두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제가 그만두면 선생님들 이름에 먹칠을 하는 거라며 반협박을 했었어요. 그래서 더 일찍 그만두지 못하고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고 짧게 제주도 여행을 갔다 왔다가 바로 서비스직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면 식대가 6천 원 정도 나오는데, 그냥 밥을 먹지 않고 모두 모으고 있어요.
부모님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어요
김하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해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셨군요. 특히 고생하면서 남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바로 그만두지도 못했다는 게 너무 공감되기도 해요. 지금은 아르바이트 식대까지 아끼면서 굉장히 열심히 돈을 모으는데 그럴만한 동기가 있는 건가요?
BS: 부모님의 빚을 고등학교 때부터 대신 제가 갚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취업 후에도 제 생활비 30만 원을 제외하고선 모든 월급과 장학금을 부모님께 드려 빚을 탕감하는 데 사용했어요. 제가 스스로 일해서 번 돈이지만 원하는 대로 써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가족 간의 불화가 생겼어요. 돈 하나 때문에요. ‘돈이 뭐라고 혈연관계인 가족과의 관계도 이렇게 만드는지’도 많이 생각했어요. 돈이 참 무섭구나, 돈 때문에 가족끼리의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돈을 생각하면 답답해요. 평생 해결해야 할 숙제 같은 느낌이죠.
돈은 족쇄 같아요
김하살: 돈 이야기를 할 때 조금 불편한 감정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BS님에게 돈이란 어떤 것인지 더 이야기해 볼까요?
BS: 돈이란 족쇄 같은 것이에요.
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돈은 자꾸 제 발목을 잡았어요. 사치를 부리면서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었는데 기본적인 생활을 할 때 필요한 용품을 사는데도 항상 돈 때문에 제약이 있었어요.
친구들은 당연하게 누리는 생활도 저에게는 당연한 일들이 아니었어요. 이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학교 교과 과정 외에 학원을 다니며 배우고 싶은 게 많았는데 돈이 없으니까 따로 배우는 것도 어려웠어요.
돈이 자꾸 하고 싶은 것에 브레이크를 거는 느낌을 받았어요. 돈이 없으니 포기하는 법도 배웠고, 현실적으로 살아가게 되다 보니 성격도 변해가는 제 모습이 무섭기도 했었어요.
무거운 짐 덩어리들이 계속해서 제 어깨에 매달려 있는 느낌, 이게 돈과 관련된 경험을 겪으며 느낀 감정들이에요.
경제적 자유는 빚이 없는 상태예요
김하살: 돈이 족쇄 같다고 느껴진다 하셨는데 마치 BS님에게는 돈이 자유를 억제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렇다면 BS님이 생각하는 경제적 자유는 무엇인가요?
BS: 경제적 자유는 빚이 없는 상태예요.
빚만 없으면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빚은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의무가 없으면 어떻게 하던 자유잖아요. 억압하는 것도 없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도 없으니까, 돈이 0원이면 1원부터 다시 벌면 된다고 생각해요.
다시 일어서기에 나이도 시간도, 그리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0부터 플러스로 내 자산을 늘려가는 과정, 나만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경제적 자유라고 생각해요.
가장 먼저 독립하고 싶어요
김하살: BS님은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BS: 제일 먼저 독립을 하고 싶어요.
독립해서 어머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제가 인테리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소품을 사면 어머니가 돈도 없는데 그걸 왜 사 왔냐고 말씀하는 것이 굉장히 스트레스에요.
제 방인데 마음대로 꾸미지를 못 해요. 그래서 자취를 해서 가족과 거리를 두고 싶어요.
그리고 돈을 적게 벌어도 좋으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요. 월급이 최저여도 좋아요.
건축이나 인테리어 쪽 공부도 하고 싶고 학원도 다녀보고 싶어요. 많은 걸 배우고 느끼고 좋아하는 것을 찾고 탐구하는 시간을 꼭 보내보고 싶어요. 그리고 1년에 한 번은 꼭 해외여행을 다니는 정도.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에요.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요
김하살: BS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굉장히 힘든 상황인데도 헤쳐가는 힘이 느껴져요. BS님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과 단단한 힘을 가진 분인 것 같고요. BS님의 이런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BS: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다른 사람들의 참견 없이 행복한 가정이요.
나중에 이룰 가정에 폐가 되지 않게 열심히 부모님께 돈을 드리며 빚을 갚고 있어요. 빚 없는 상태에서 결혼을 하고 싶거든요. 제가 겪었던 아픔을 나중에 제 사람과 자녀들에게 주고 싶지 않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힘들게 살았지만, 제 자녀는 그런 힘듦을 모르면 좋겠어요. 이게 제 인생의 가장 큰 목표예요. 정말 이루고 싶은 제 꿈이기도 해요.
빚을 다 갚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거예요
김하살: 마지막으로 어딘가에 있을 같은 아픔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피티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BS: 이 일들이 일어났을 때 극단적인 생각도 많이 했어요. 미성년자 때부터 겪어 왔던 일이라서 ‘이 나이에 이런 일을 겪는 것이 맞는지’, 현실 탓도 많이 했었어요.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겠냐는 생각도 많이 했었고요.
그렇지만 모든 일은 시작했으면 언젠가 끝이 있어요. 물론 다시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또 인생은 파도 같기도 하잖아요. 다만 이 힘든 일들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 힘들긴 한 거지만요(웃음).
언젠가 파도처럼 위로 올라가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어요. 극단적으로 선택을 했으면 이미 끝난 인생이었지만, 삶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거니까요.
삶을 포기하면 편하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쨌든 제가 잘못해서 생긴 빚도 아니지만, 이 빚을 다 갚아도 아마 20대 중반이고, 아직 살 날이 많아요. 빚을 다 갚고 새 출발을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거예요. 그러니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모두 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