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테라(Terra, UST)의 가치 급락 배경을 다루면서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소개했어요. 오늘은 이 개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면서 그림자 금융이 왜 문제가 되는지도 이야기해볼게요.
테라와 루나 폭락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가치안정코인의 금융 규제가 시급하다고
언급했어요.
이전에도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격하게 등락한 적이 있었지만, 미국 재무장관이 문제점을 직접 지적하며 규제를 촉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는데요. 이번 테라 폭락이 다른 가상자산의 가격 등락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은행 같은데 규제는 안 받는다?
테라가 발행되는 메커니즘에는 그림자 금융의 성격이 있습니다. 몇 주 전에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과 비슷하지만, 은행이 적용받는 규제와 감독은 받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어요.
그림자 금융은 정부 규제와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래서 높은 예금이자율이나 낮은 대출이자율 등 일반 은행보다 더 좋은 조건을 이용자에게 제시할 수 있어요.
이 과정은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시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처럼 금융시장에 강력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충격을 크게 받아요.
2008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림자 금융 때문?
그림자 금융이 금융 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라고 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예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주택시장이 붕괴하면서 일어난 금융위기였어요. 이때 수많은 사람들이 파산하고 투자은행과 금융회사도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주담대 되팔기, MBS
2008 금융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MBS(Mortgage Backed Security, 주택담보대출저당증권)를 알아야 합니다.
주담대는 대부분 장기 대출이에요. 은행 입장에는 큰 돈이 한 번에 나가고 적은 이자가 오랜 기간에 걸쳐 돌아옵니다. 게다가 주택을 담보로 잡고 있지만, 자칫 돈을 빌린 사람이 대출을 갚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도 있어요.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이 MBS입니다. 주담대(Mortgage) 기반(Backed)의 증권(Security)으로 증권을 만들어서 큰손 투자자들에게 팔고 그 대가로 대출 이자를 주는 식이죠.
MBS의 장단점
MBS를 활용하면 은행은 주담대의 위험성과 부담을 낮춰서 개인에게 더 안정성 있는 주담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은행은 현금을 얻고 큰손 투자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주는 증권을 얻기도 하고요.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입니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 MBS를 만들어서 사고판 주체는 대부분 투자은행이나 금융회사였어요. 이 기관들은 알게 모르게 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그림자 금융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MBS를 거래할 때 표면적으로는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주담대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어요.
은행은 주담대를 위한 자금이 충분하니까 이전이라면 대출을 내주지 않을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도 대출을 후하게 내준 것이고요.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올 때
금융위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수면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대출금리가 오르자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주담대를 갚지 못했고, 그 여파로 금융시장 전체에 위기가 퍼졌어요.
이러한 이유로 그림자 금융은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림자 금융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 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테라 사태 속 그림자 금융적인 성격이 더 큰 경각심을 불러온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