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글로벌 모멘텀은 이제 시작이에요. 중국 시장의 한계를 절감하고 방향을 돌린 지 채 5년도 안 됐어요. K-뷰티는 일본에 안착하고, 태평양을 넘어 미국에서 성공한 후, 대서양을 건너 유럽, 지중해를 지나 중동, CIS(구소련 공화국 연합체)와 러시아까지 다다랐죠. 중동에서의 성공은 북아프리카로 이어지고 있고요. 남반구는 이제 막 문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멕시코와 브라질은 물론, 호주로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요. 세계 1위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에서는 아직 시작도 안 했고요.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글로벌 모멘텀은 완전히 새로운 판이 열리는 구조적인 변화예요. 이런 변화는 시장이 온전히 이해하고 평가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사이에 실적발표를 비롯해 다양한 뉴스와 이슈들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아래 세 가지 조건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 모든 과정은 결국 큰 흐름 속의 작은 파동에 불과할 겁니다.
K-뷰티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첫째, 우리나라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커요. 세계적인 수요에 확신이 있다면 ODM 업체들의 생산 캐파는 중장기적으로 더욱 커져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중저가 기초, 색조 화장품’의 완벽하고 독보적인 생산기지니까요.
ODM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는데요. 우려할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독점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요가 아니기 때문에 경쟁을 통해 1등만 살아남기보다는 엎치락뒤치락 성장하는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아요.
일본과 미국은 물론, 최근엔 유럽과 중동, 중남미 등지로 화장품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요. 유럽에서는 영국과 폴란드, 중남미에서는 멕시코로의 수출이 두드러지고 있죠. 그 중심에는 벤더사인 실리콘투가 있고요. 현지에 영업법인과 물류센터를 세우고 화장품 수출을 이끌고 있어요.
유망한 인디 브랜드가 계속 등장한다면
둘째, 화장품의 공급, 즉 유망한 인디 브랜드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아요. ‘좋은 브랜드가 많은 건 알겠는데, 그다음은 뭘 기대할 수 있느냐?’고 의심하기도 하죠. 우리나라에는 코스알엑스, 조선미녀, 아누아, 스킨1004, 티르티르, 달바, 메디큐브 등 정말 좋은 브랜드들이 많아요.
그간 국내 시장에서는 매출 1000억 원만 넘어가도 중저가 인디 브랜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평가하고는 했어요. 중저가 브랜드는 로열티가 낮으며, 트렌드에 민감하고, 제품 하나가 히트 치면 금방 모방 제품도 많이 나오는데, 잇달아 히트 상품을 내놓기는 어렵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글로벌로 확장되면서 기본적인 고객 규모가 달라졌어요. 중저가에서도 1조 원 브랜드를 기대할 수 있어요. 실제로 2025년 에이피알 매출은 1조5000억 원에 달했어요. 브랜드의 ‘피크아웃’(Peak out) 시기를 좀 더 길게 볼 필요가 있어요.
전 세계 소비자들의 K-뷰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아요. 혁신적인 제품과 도전적인 마케팅 역량으로 무장한 수많은 국내 인디 브랜드가 글로벌 화장품 산업을 이끌고 있어요.
최고의 제조 인프라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셋째, 한국은 세계 최대·최고의 화장품 제조 인프라 보유국이에요. 미국에는 중저가 기초에 대한 R&D와 설비가 없어요. 일본은 중저가 색조 분야에서 ODM 산업이 없고요. 우리나라에는 500명 이상 연구인력을 보유한 ODM 업체가 있어요. 최적의 ODM 생산을 위한 원부자재 인프라도 완벽해요. 한국은 원료부터 부자재, ODM 밸류체인상 기업들이 마치 하나의 팀처럼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한국 인디 브랜드는 늘 새로운 제형과 성분으로 된 신제품을 내놓고 있어요.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재들은 그 원동력이에요. 일부 기업은 ‘코덕’들을 신입사원으로 뽑는 걸로 정평이 나 있어요. 학력도 보지 않죠. 화장품을 너무 좋아해 엄마한테 꾸중을 듣다가 화장품으로 돈을 버니 ‘덕업일치’ 그 자체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늘 연구하고 신제품을 고민해요.
치열한 고민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다 받아주는 게 한국 ODM 업체들이에요. MOQ(Minimum Order Quantity, 최소 주문 수량)에 훨씬 못 미치는 3,000개, 심지어 1,000개도 생산이 가능해요. 식품이나 다른 양산 제조업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1등 업체가 그런 비효율적인 작업을 할 이유가 없지만, 우리 화장품 산업에서는 일상이에요. 이런 한국 ODM 업체들의 치열함과 자신감, 그리고 여유 때문에 다른 나라의 ODM 업체들과의 간극은 더 벌어지고 있죠.
아울러 한국 ODM 업체들의 막대한 생산 캐파는 화장품의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요인이에요. 2024~25년 27건의 화장품 기업 M&A가 있었어요. 로레알은 닥터지를 인수했고, 마녀공장의 기업가치는 약 3700억 원으로 평가됐어요. 구다이글로벌은 티르티르, 서린컴퍼니에 이어 스킨푸드까지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넣었죠. 이런 활발한 M&A는 K-뷰티 산업의 높은 투자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젊은 창업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