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인
9년 만에 얼음은 녹은 것 같아요
지난 1일,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있었어요. 이후 우리나라 국가안보실장이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어요. 한중관계는 9년간 얼어붙어 있었어요. 2016년 주한미군이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했고, 중국은 해당 시스템이 자국을 노린 군사적 조치라며 ‘한한령’을 내렸어요. 이후 한중 사이 무역과 관광이 시들해졌고 중국 내에서는 우리나라 기업 활동과 아티스트의 공연 등이 제한됐어요. 하지만 중국 주석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부터 이미 냉각기는 끝났다는 평이에요.
70조 원 규모 통화스와프가 연장됐어요
특히 정상회담에서는 70조 원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이 연장됐어요. 통화스와프는 두 나라가 서로의 돈을 일정 기간 교환하기로 약속하는 제도예요. 계약한 규모 안에서 우리나라 돈을 맡기고 상대국의 돈을 바로 빌려올 수 있죠. 우리나라처럼 무역을 많이 하는 나라는 통화스와프를 맺어두면 위기 시 요긴해요. ‘외환이 모자라서 이자를 못 내? 스와프 계약이 있으니 바로 빌려와. 나중에 편할 때 갚으면 돼.’라고 대응하면 되니까요.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자 시장은 즉시 안심했어요.
서로 흘겨보지만 손은 놓지 않는 거죠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도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어요. 2021년 완전히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와 달리, 중국과 맺은 스와프는 지금껏 아슬아슬하게 계속 연장되어 왔어요. 한중 통화스와프가 연장되는 한, 한중은 서로를 완전히 단절할 의지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2016~2017년 사드-한한령 사태 때도 한국은행이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고, 중국은 이를 받아들여 연장을 수용했어요. 중국으로서도 언젠가 달러를 대체하며 기축통화국이 되려면 우리나라처럼 외환이 자주, 대규모로 들어오고 빠지는 국가가 달러를 거치지 않고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바로 위안화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전략적으로 유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