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관세는 15%, 투자는 1500억+2000억 달러
31일 어제, 상호관세 유예 기한을 하루 남겨 두고 한미 통상협상이 타결됐어요. 일단 상대적으로 잘 지켜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중이에요. 사실 절대 평가의 관점으로 보자면, 그간 한미FTA로 이익을 보다가 다른 나라와 경쟁하게 되었으니 상당한 손해예요. 그러나, 글로벌무역질서 변화를 전제로 생각하면 주요 경쟁국과 동등하거나 살짝 나은 조건이에요. ‘상호관세’는 25%에서 일본과 EU와 같은 15%로 합의했어요. 대미 투자액은 총 3500억 달러인데, 그중 1500억 달러는 우리 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조선협력펀드예요. 나머지 투자액 2000억 달러는 애초에 4000억 달러를 요구받았던 것에 비하면 깎인 금액이에요. 이 안에는 전임 바이든 대통령 시절 투자하기로 약속했던 금액도 포함되어 있고요. 또, 일본과 달리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로 개방하지 않기로 했어요.
강점: 조선업 경쟁력이 큰 힘
‘협상 선방’에는 우리가 제안한 ‘마스가(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가 유효했어요. 조선업은 여전히 노동집약적 산업이에요. OECD에 가입한 국가 중에서는 우리나라만 경쟁력 있는 기술과 산업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 협력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만족했다고 해요. 이 외에 몇 년에 걸쳐 가스를 중심으로 미국산 에너지를 1000억 달러(약 139조 원)어치 구매하기로 한 내용도 있었어요. 에너지 순수입국인 우리나라는 1년에 1000억 달러 이상 원유 등을 수입해요. 추가 지출이 있다기보다는 중동산 원유를 미국산으로 바꾸어 가면 된다고 해요. 단, 같은 원유라고 해도 생산국 별로 특성이 조금씩 달라서 우리나라 석유화학공장 설비를 함께 바꾸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투자 방식: 우리도 일본도 ‘캐피털 콜’
캐피털 콜은 ‘펀드자금 요청’이라고도 불러요. 투자자가 약정한 금액을 한 번에 내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운용사가 단계적으로 자금을 요청(콜)하는 구조예요. 일본과 우리나라가 미국에 약속한 투자도 이 캐피털 콜 방식인데요, 여기에서 일본과 미국 사이 해석이 서로 크게 달랐죠. 일본 협상 이후 협상을 타결한 우리나라는 일본의 펀드 딜을 분석, 그보다는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했어요.
품목: 반도체, 의약품 잘했고 자동차 아쉬워요
주력 수출 품목이 있다 보니 상호관세율보다도 품목별 관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도 있었어요. 이 부분에서 우리는 반도체와 의약품을 지켰고, 자동차는 아쉬워요. 반도체와 의약품은 앞으로 미국이 어떤 나라와 협상하더라도 우리나라와 협상한 것보다 유리한 조건을 주지는 않기로 했어요. 이런 조건을 ‘최혜국 대우(MFN)’라고 해요. 자동차 품목관세는 15%인데, 일본과 동일해요. 원래 일본은 자동차에 2.5% 관세가 붙어 있었고 우리나라는 0%였어요.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상황이라 조금이라도 가격경쟁력을 챙길 수 있기를 바랐는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