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제도에서는 기업이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우리 회사 말고 다른 금융회사, 즉 ‘사외 금융기관’을 선정해서 그 회사에서 관리하도록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A라는 회사는 사외 금융기관에 퇴직급여를 위한 돈을 꾸준히 적립해야 해요. 이때 회사가 적립하는 돈을 두고 ‘퇴직연금 부담금’ 또는 ‘퇴직연금 기여금’이라고 합니다.
퇴사자가 발생하게 되면 회사는 그간 근로자 앞으로 꾸준히 적립해 둔 돈을 주게 돼요. 회사 입장에서도 한꺼번에 돈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따로 모아둔 돈을 주면 되니까 덜 부담스럽고, 근로자 입장에서도 회사가 안정적으로 내 퇴직급여를 관리하니까 평소 불안할 일이 없겠죠?
여기서 회사가 나의 퇴직연금 부담금을 적립하는 기간 동안, 그니까 내가 이 회사에 다니는 동안 내 앞으로 쌓여있는 적립금을 운용해 불릴 수 있다는 점도 퇴직연금 제도의 특징입니다. 회사 생활을 하며 한 번쯤 들어보셨을 DB, DC, 기업형 IRP가 바로 여기에서 등장해요.
퇴직연금 제도의 주요 개념 알아봐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 (DB):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퇴직연금제도예요. Defined Benefits Retirement Pension의 약자입니다.
- 퇴직금 지급을 위해 납입한 적립금을 사용자(회사)가 운용해요
- 적립금 운용에 따른 손익이 사용자(회사)에게 귀속돼, 투자 성과가 좋지 않아도 근로자에게 약속된 퇴직급여를 보장해야 해요
- 근로자는 퇴직 시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어 안정성이 높아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DC): ‘사용자(회사)가 부담할 부담금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퇴직연금제도예요. Defined Contribution Retirement Pension 약자입니다.
- 퇴직금 지급을 위해 납입한 적립금을 근로자가 운용해요
- 적립금 운용에 따른 손익이 근로자에게 귀속돼요
- 운용 성과에 따라 수령할 퇴직금이 감소할 수도, 원래 받을 수 있었던 퇴직금보다 높은 수익금을 받을 수도 있어요.
기업형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퇴직연금제도와 연계하여 기업이 근로자를 위해 개설하는 퇴직연금 계좌예요. 주로 DC형 퇴직연금과 함께 운영되며, 퇴직금을 연금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 퇴직 시 퇴직급여를 기업형 IRP 계좌로 이체하여 연금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어요
- 적립금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며, 주식,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요
-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절세에 유리하며, 근로자가 퇴직 후에도 자산을 계속 운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퇴직연금 받는 절차를 알아봐요
모든 소득에는 세금이 따르죠. 퇴직급여도 마찬가지예요. 소득세법에서는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퇴직소득으로 분류하고, 세법에 따라 퇴직소득세를 매깁니다. 그리고 이 퇴직소득세는 회사에서 미리 떼서 대신 납부해요. 퇴사할 때 받는 퇴직금은 이미 세금을 떼고 난 금액이라는 뜻이죠.
퇴직연금 제도 아래서는 퇴직 시 퇴직금 제도와 같은 방식으로 일시금으로 퇴직급여를 받을 수도 있고, 퇴직금 제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금’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시를 통해 자세히 살펴볼까요?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A회사에서는 퇴직을 앞둔 근로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OO님, 퇴직급여 수령하시려면 개인형 IRP 통장 사본 가져와 보세요!”
퇴사자가 발생하면 A회사는 그동안 사외 금융기관에 적립해 둔 퇴직급여를 퇴사하는 근로자 명의의 IRP 계좌로 입금합니다.
앞서 퇴직연금제도의 종류를 소개할 때 DB, DC와 함께 ‘기업형 IRP’가 등장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IRP와는 다른 개념이에요. 둘을 구분하기 위해 여기서 설명하는 IRP를 ‘개인형 IRP’라고 부를게요. 개인형 IRP는 소득이 있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계좌입니다.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서 내가 직접 가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에요.
이때 퇴사하는 근로자에게 개인형 IRP가 없다면? 반드시 개인형 IRP를 새로 개설해야 합니다. 퇴직급여를 받기 위한 필수 준비물이에요.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회사에서는 반드시 퇴사자의 퇴직급여를 해당 근로자의 개인형 IRP에 지급해야 하거든요.
여기서 회사가 이미 기업형 IRP를 개설해 두었으니 된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기업이 기업형 IRP에 가입해 두었더라도 퇴사 시에는 개인형 IRP 계좌가 필요합니다. 퇴사 후 퇴직금을 기업형 IRP에 계속 남겨둘 수 없기 때문이에요. 퇴직연금 제도는 퇴사 후에도 연금 자산을 지속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므로, 퇴직금을 개인형 IRP로 이체해야 해요.
개인형 IRP를 통해 퇴직급여를 받은 퇴사자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남아있습니다.
- 개인형 IRP를 해지하고 목돈을 일시금으로 수령한다 (이 경우 ‘일반 퇴직급여’로 간주되어 퇴직소득세를 내야 해요)
- 개인형 IRP에 퇴직급여를 그대로 넣어두고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한다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가입자의 자유입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드실 수도 있을 거예요. “개인형 IRP에서 조금만 꺼내쓰면 안 될까?” 답은 ‘안 된다’ 입니다. 개인형 IRP는 원칙적으로 일부 인출이 불가능해요. 전액 해지하는 수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