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니며 성수동에서 350만 원으로 사진전 열기 (Feat. 아이폰)


📌필진 소개: 잘쓸레터 객원 에디터 프로젝트 잘쓸레옹의 ‘루나(Luna)’입니다. 주로 프리랜서 브랜드 디렉터이자 디자이너지만, 때로 사진작가이자 글을 쓰는 삶을 사는 올라운더이기도 해요! 끊임없이 일을 벌리며 ‘좋아하는 것이 능력이 되는 삶’을 실천 중입니다. 흩어져 있던 취미와 재능을 모아, 적은 예산으로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저의 뜨거운 다중 생활, 혹시 궁금하신가요?

여러분의 휴대폰에는 몇 장의 사진이 있나요? 저는 정확하게(현재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 11,153장의 사진이 있네요. 그중에는 여행지에서 마주한, 낯설고도 다정한 순간의 이야기들도 가득 담겨 있죠.


저는 제가 찍은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우와, 사진 잘 찍는다!’ 하고 감탄하는 것을 최고의 칭찬으로 받아들여요.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더 제대로 해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작년 여름, 성수동에 첫 개인 사진전을 열기로 했습니다. 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저를 위해 제가 그동안 수집했던 조각들을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직접 오픈한 사진전의 모습 ©루나


“사진전을 열려면 전문 카메라 장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 사진전에 방문해 주신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해 주셨어요. 하지만 제 장비는 오로지 ‘아이폰’ 하나였답니다. 아이폰 6s, 아이폰 XS, 그리고 아이폰 13 pro로 사진 작업을 해왔어요. 이 기종들을 사용한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저 꾸준히 아이폰을 사용하며 거치게 된 모델들이죠.


저는 사진에 있어서 카메라보다는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누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담아낸 찰나의 순간들은 주로 여행을 떠났을 때가 많았어요. 유럽과 일본, 동남아, 캐나다, 그리고 제가 가장 애정했던 나라인 호주까지 말이죠.


타국에서 보낸 저의 생활은 그 자체로 더없이 즐거웠고, 그저 행복한 ‘원더랜드’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전시회 이름을 ‘마이 원더랜드’라고 정하고 제가 느낀 그 감정들이 사진을 보는 분들에게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되기를, 그렇게 일상 속에서 또 다른 떠남을 꿈꾸게 하는 기분 좋은 설렘이 되기를 바랐죠. 제 사진을 보고 “아, 나도 여행 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 수 있기를 바라며 사진전을 열게 되었답니다.

📷 나 홀로 개인 사진전! 기획, 준비부터 운영까지 A to Z!
  • 막막한 기획, 일단 뭐라도 쓰자!
    사진전 기획은 가장 막막하면서도 어려웠던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세상에 꺼내고 싶은 사진들을 쭉 훑어보는 것부터 시작했죠. 천 장 가까이 되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4~5번의 검수를 거친 끝에 약 50장으로 추려냈어요. 그다음엔 이 사진들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이미 열리고 있는 사진전들은 어떻게 기획됐는지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라운드시소, DDP 등 유명 전시부터 작은 갤러리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 소개글들을 분석했고요. 전시 소개글이 어떤 구조로 쓰여 있는지, 어떤 맥락으로 전시를 설명하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저만의 전시 제목과 종류, 키워드들을 차근차근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는 일단 메모장을 열고 저에게 영감을 준 키워드나 컬러들을 러프하게 적어본 뒤, 제 사진들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단어들을 골라내어 전시 소개를 완성했답니다!
  •  99% 대왕 J의 전시 타임라인 (D-Day 전략)
    극단적인 J, 대왕 J인 저는 기획하고 플래닝하는 걸 전혀 어려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죠. 어떤 전시를 해야겠다는 윤곽이 나타난 이후에는 다음 스텝을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그리곤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죠.

    [전시 기획→ 예산 설정 → 대관(현장 답사 및 진행) → 작품 제작 → 굿즈 제작 → SNS 홍보 → 전시 설치 → 전시 진행 → 마감 및 철수]

    이 정도 순서면 충분하겠다 싶더라고요! 곧장 달력을 열어 각 프로세스별로 ‘마감일(Due date)’를 설정하며 본격적인 계획을 세웠어요.

    • 대관 서치 및 현장 답사: 전시 3-4개월 전부터 착수, 최소 2주 내 완료
    • 샘플 제작 및 검수: 대관 완료 및 최종 작품 셀렉 후, 약 10일 (색감 확인 필수!)
    • 작품 최종 발주: 전시 4주 전 마감 (제작 방법에 따라 상이)
    • 굿즈 디자인 및 제작: 디자인 2주일, 발주 이후 제작 및 배송까지 약 20일 예상
    • SNS 홍보: 오픈 2주 전부터 집중 광고 집행
    • 운영: 설치(1일) → 진행(8일) → 철수(0.5일)
 
  • 350만 원의 예산으로 아주 ‘잘 쓴’ 가계부
    전시를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공들인 부분은 바로 예산 설계였어요. 막연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출 항목을 아주 세밀하게 나눌 수밖에 없었거든요.

    박봉의 직장인이다 보니, 작품이 판매되어 수익이 날지 어떨지는 전시를 열어봐야 아는 일이었죠. 애초에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도 아니었기에, 제게는 정말 한정된 금액 안에서 움직이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제가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300만 원, 정말 ‘최대의 최대’가 딱 350만 원이었죠.

    총지출은 3,104,662원! 항목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가며 예산안을 만들었고, 실제로 예산에 거의 맞는 지출을 할 수 있었어요. 알뜰하게 ‘잘 쓴’ 저의 실전 가계부, 지금부터 하나씩 보여드릴게요!

    • 대관료: 1,053,000원 (성수동 지하에 위치한 갤러리, 9일 대관)
    • 작품 제작비: 1,044,670원 (샘플 2종 7만 원대 포함, 아크릴 액자(B2) 25종 제작)
    • 굿즈 제작비: 900,000원 (패브릭 포스터, 문진, 도록, 엽서, 책갈피 등)
    • 포장재 및 소모품: 53,770원 (엽서용 OPP 봉투, 영자 신문 포장지, 와이어 등)
    • SNS 광고비: 53,222원 (인스타그램 포스터 및 릴스 광고 3차 집행)

  • 귀한 내 작품을 전시할 공간, 발로 뛰며 찾기
    예산 내에서 제 작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를 찾는 게 정말 중요했어요. 다행히 이 시기에 제가 공간 대관 업체에서 일하고 있었거든요! 업무 중에 행사 관련 공간들을 워낙 자주 접하다 보니, 데스크 서치로 공간을 알아보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죠.

    [전시장&갤러리 탐색(데스크 서치) → 예산에 맞는 공간 TOP3 선정 → 갤러리 컨택 및 대관 가능 일정 확인 → 현장 답사 및 비교 견적 확인 → 공간 선정 및 대관 진행]

    다만 정해진 예산 안에서 제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맞추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몇 개의 후보를 만든 후, 그중 TOP 3를 선정해 직접 발로 뛰며 답사를 다녀왔어요. 저의 전시장 선정 기준은 이랬답니다.
    • 선정 기준: 성수·홍대·강남 등 접근성이 좋은 곳, 깔끔한 화이트 톤, 1층 또는 지하, 10평 이상의 공간, 비품을 보관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는지 등 (1층 통유리 + 물품 옮기기 수월한 곳 선호)
    • 서치 플랫폼: 스페이스 클라우드, 아워플레이스, 쉐어잇, 인스타그램 갤러리 계정 등

그렇게 몇 번의 답사와 일정 조율 끝에, 드디어 성수동의 한 지하 갤러리를 선택하고 예약할 수 있었어요!
최종 선정된 지하 갤러리 ©루나

  • 1,000장에서 50장으로, 전시 작품 셀렉
    대관이 완료되고 전시 규모와 사이즈에 맞게 최종 작품을 선정했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작품을 검수하고 셀렉했죠.
    [전시 작품 체크 → 대관 규모에 따른 작품 고려 → 작품 검토 및 후보정 → 최종 셀렉25 점]
  • 퀄리티를 결정짓는 작품 제작
    제 작품의 강점은 색감이라고 생각해서 제 작품의 색감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고 몇 번의 샘플을 제작해본 뒤 제 사진에는 아크릴 액자가 딱이라는 걸 알았죠.
    [업체 탐색 → 제작 범위 및 제작 가능 여부 / 예산 확인 (제작 가능 사이즈, 일정, 금액 확인) → 샘플 제작 → 견적서 요청 및 비교 견적 → 업체 선정 → 본 작품 발주 → 제작]

    • 제작 업체: 성원애드피아몰, 다이렉트 제작 공장, 충무로 인쇄소
제작을 마친 전시품들 ©루나

  • 전시에 굿즈가 빠지면 섭하죠!
    작품 제작을 마친 뒤에는 전시에 오신 분들께 나눠드릴 수 있는, 그리고 선호도를 미리 조사해 볼 수 있는 굿즈들도 제작했어요. 사실 반응이 좋으면 추후에 제가 만든 굿즈로 사업까지 해볼 생각도 염두에 두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설레는 마음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했답니다![제작하고자 하는 굿즈 탐색 → 업체 탐색 → 제작 범위 및 예산 확인(사이즈, 일정 등) → 샘플 제작 → 견적 비교 및 업체 선정 → 최종 발주 → 제작]

    단순히 예쁜 물건을 만드는 걸 넘어, 방문객들이 전시를 보고 느낀 그 설렘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져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품목 하나하나 제 취향과 의도를 담아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답니다. 제가 준비한 굿즈 목록과 실제 제작에 도움을 받은 업체들을 공유할게요!

    • 전시 굿즈 라인업: A2 사이즈 포스터, 쉬폰 패브릭 포스터, 엽서, 책갈피, 아크릴 문진, 전시 도록(단행본), 방문객용 초대장 카드(SNS QR 삽입)
    • 실제 제작 업체: 아크릴 반구 문진은 커스텀랜드, 패브릭 포스터는 스냅스, 도록과 포스터 등 지류는 충무로 인쇄소에서 진행했어요.
    • 기타 추천 업체 리스트: 성원애드피아, 레드프린팅, 아이텐션, 마플샵 등도 제작 범위가 넓어서 비교해보기 좋아요!
직접 제작한 전시 굿즈들 ©루나

  • 한 명이라도 더 올 수 있다면
    나름의 홍보도 부지런히 진행했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한 명이라도 더 제 사진을 직접 보러 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사실 인스타그램 광고는 적은 비용으로도 타겟팅 효과가 정말 뛰어나요.

    단순히 포스터 이미지만 올리는 게 아니라, 여행지의 생동감을 그대로 담은 릴스(시드니, 멜버른 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덕분에 저장 수도 늘고 유입도 많아지면서, 소수지만 정말 콘텐츠 광고를 보고 전시장에 방문해 주신 분도 계셨거든요!

    [홍보 일정 체크 → 홍보 채널 선정 (블로그/인스타/쓰레드 등) → 홍보 콘텐츠 제작 → 각 채널별 광고 집행 → 유입 및 저장 등 광고 인사이트 확인 → 광고 추가 집행 및 관리]
SNS 홍보용 게시물들 ©루나

  • 드디어 성수동에 전시를 오픈하다! (설치부터 종료까지)
    사실 전시 설치 때도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는지 몰라요. 작품을 제법 크게 제작했더니 무게가 상당했거든요. 원래는 벽에 아크릴 액자를 딱 붙여버릴 계획이었는데, 막상 설치를 시작해보니 무게 때문에 작품이 버티질 못할 것 같더라고요.

    정말 당황했지만, 정신을 붙잡고 부랴부랴 작품 뒤에 임시 걸이를 달았어요. 그러고선 전시장 근처 다이소 네 곳을 샅샅이 뒤져가며 눈에 보이는 와이어란 와이어는 몽땅 사 와서 겨우 작품을 걸 수 있었죠. 그렇게 우당탕탕 전시 설치를 마쳤답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나니, 오히려 운영 기간에는 아주 유연하고 즐겁게 관객분들을 맞이할 수 있었어요.

    [전시 설치]
    전시장 체크 및 작품 설치 방법 확인 → 작품 설치 필요 물품 구매 → 전시 작품 운반 → 작품 설치 및 포스터 부착

    [전시 진행 (운영 및 총괄)]
    전시 오픈 → 작품 체크 → 공간 운영 일정에 맞춰 전시장 상주 → 방문객 안내 → 전시 작품 소개 → 작품 판매 및 굿즈 관련 안내 → 틈틈히 전시 기록하며 운영


    [전시 철수]
    전시 일정에 맞춘 철수 진행 → 대관 담당자 컨택 → 공간 및 철수 완료 확인 → 전시 종료

전시회 현장 모습 ©루나


📷 전시 종료 후, 지금은?

전시는 끝났지만, 작가로서의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스텝을 이어가기 위해 전시 전용 SNS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미처 다 보여드리지 못한 컷이나 작품 속에 담긴 세세한 이야기들을 콘텐츠로 꾸준히 발행하고 있어요.


또 요즘은 다른 작가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나 채널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그곳에서 공모전 소식이나 다음 전시를 위한 대관 정보들을 눈여겨보며 새로운 구상을 이어가는 중이죠.


더 다양한 사진 작업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아주 바지런하게 셔터를 누르며 움직이고 있어요. 저의 두 번째, 세 번째 원더랜드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 궁금하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이렇게 무사히, 길고도 짧았던 첫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전시가 끝난 이후에는 제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직접 제작해 판매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혹시 올 하반기에 저처럼 전시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오늘 잘쓸레터에서는 제가 직접 만든 체크리스트를 잔뜩 공유해봤어요. 여러분! 우리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면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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