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현미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현미입니다. 지구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ESG 컨설턴트예요. 다양한 ESG 정보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알고보면 지금 당장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ESG, 보다 깊게 알아봐요!
지난 화 보러 가기
지난주,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이런 내용들을 설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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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떤 ESG 보고서가 잘 만든 보고서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었죠. 다시 설명하면 ESG 보고서에 담긴 데이터를 평가할 때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어제의 나’보다 잘하기만 하면 됩니다.
GOOD 👍
- 지금은 탄소 배출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실제로 조금씩이라도 매년 줄여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ESG 관점에서는 좋은 기업이고, 훌륭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BAD 👎
- 반대로 데이터 없이 좋은 말만 있는 보고서는 ‘안 좋은 ESG 보고서’라고 할 수 있죠.
오늘은 사례를 통해, 기업의 ESG 보고서 읽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ESG 보고서에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 ‘탄소배출량’과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중심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미션! 탄소배출량을 줄여라
이제 아무리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탄소를 마구마구 뿜어내며 만들어낸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탄소배출량은 아주 큰 골칫거리가 되었죠. ‘동일한 품질과 가격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탄소배출을 줄이느냐’가 관건인데요, ESG 보고서에서도 바로 이 내용을 찾아봐야 합니다.
기업들이 탄소배출량을 얼마나 솔직하게 공개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서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그리고 실제로 매년 얼만큼 줄여나가고 있는지 등이 나와있어야 좋은 보고서라고 할 수 있어요.
A기업의 보고서를 살펴볼게요
A기업의 2023년 ESG 보고서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보고서 20페이지에는 2022년 기준 A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량이 1,016만 톤이라는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1년동안 1천 만 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줄였다니, 대단해 보이죠? 하지만 맹점이 숨어 있습니다.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인지’는 나와있지 않아요.
다음 페이지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반도체 공정가스를 감축한다거나, 제조공정의 에너지를 절감한다는 등의 이야기예요.
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에요. 작년의 배출량은 얼마였고 올해 배출량은 얼마인지, 실제로 온실가스를 감축을 해나가고 있는 과정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얼마를 줄이겠다는 건지에 대한 감축 목표나 현재 어디까지 와있는지에 대한 내용도 보이지 않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볼게요
다른 페이지를 펼쳐보니,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매년 착실하게 늘어가고 있다는 걸 그래프를 통해 표현했네요.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93%나 달성한 부문에 대해서도 별도로 도식화해서 성과를 자랑스럽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요? 모든 ESG 보고서에는 Factbook 또는 Factsheet 등으로 부르는, 숫자만 모아둔 페이지가 따로 있습니다.
A기업 보고서의 경우 100페이지부터가 ‘Facts & Figures’로, 데이터들만 모아두었어요. 바로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나와 있습니다.
숫자를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안정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 숫자가 왜 여기에 이렇게 작은 글씨로 들어가야만 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까지 추측해 볼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보고서는 ESG 관점에서 잘 쓰여진 보고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업의 보고서도 살펴볼게요
다른 예시를 보겠습니다. 2023년에 발간한 B기업의 2022년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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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기업의 보고서 20페이지를 보면, 2019년을 기준연도로 2025년까지 매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통해서 실제 배출을 얼만큼씩 줄여나갈 것인지, 즉 ‘배출량 목표’를 공개하고 있어요.
위 그림을 보시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B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가 나와있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개년의 실제 배출량도 함께 공개되어 있습니다.
2022년 데이터만 따로 보면, 원래 배출하려고 했던 목표량보다 60만톤을 더 적게 배출해 결과적으로는 목표를 9% 초과달성한 셈이에요.
이 내용은 다음 페이지에 좀 더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사실 ESG 보고서 내에 중장기 목표와,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가는 중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나 많냐 적냐의 문제보다, ‘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투자자에게는 훨씬 더 중요한 이슈예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어야 기업 스스로도, 투자자들도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좋은 ESG 보고서의 미덕은 첫째도 솔직함, 둘째도 솔직함입니다. 앞으로 ESG 보고서를 읽어보실 때, ‘어라? 너무 좋은 기업인데? 너무 좋은 말밖에 없는데? 그런데 숫자는? 과거 실적은?’ 이런 생각이 드신다면, 그 보고서는 ESG의 미덕을 갖춘 보고서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