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인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국제뉴스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점령됐다는 소식이 가장 큰 화두죠. 앞으로 이 지역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깜깜한 상황입니다. 중동지역 정세가 흔들리면, 이곳에서 에너지를 수입해 사용하는 우리나라 경제도 출렁거릴 수밖에 없어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과제의 난이도도 올라갈 거예요.
좀 더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지금까지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구도는 대략 이렇습니다.
- 아프가니스탄 옆 파키스탄은 오래전부터 중국이 공들여 경제적인 동반자로 삼고 있습니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이라고 하죠.
- 인도는 중국과 대립하고 있었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을 주둔시키며 이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했습니다.
그런데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서 균형추가 기울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특히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핵심이기도 한 TAPI 공사가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에요.
그동안 중국은 중동의 에너지를 수입하려면 먼 바닷길을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바닷길에 대한 영향력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어서 늘 고민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TAPI는 중국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였습니다.
TAPI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시작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를 거쳐 중국의 신장웨이우얼자치구로 들어가는 아주 긴 천연가스 수송관입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가스 위에 떠 있는 나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풍부한 천연가스를 가지고 있어요. TAPI 건설이 완료되면 중국이 에너지를 확보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테니, 상대적으로 국력이 커질 수 있겠죠.
독자님이 알아야 할 것
✔️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점령되면서, 앞으로의 모든 상황들이 불투명해졌습니다. 탈레반이 TAPI 사업을 보고만 있을지, TAPI를 끊어버릴지, 반대로 중국과 정치적 동맹을 맺고 TAPI를 지원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에요.
✔️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국내 방송사가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을 소개하며 양귀비밭 사진을 사용해 국제적인 지탄을 받은 적이 있었죠. 아프가니스탄은 오랜 내전과 정치적 불안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워 국토의 1/3에서 양귀비를 재배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 마약의 70% 이상을 생산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예요. 그런 아프가니스탄에서 기대해 볼 만한 거의 유일한 경제적 수단이 바로 TAPI입니다.
✔️ 미국이 20년이나 투자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탈레반군에게 여러모로 밀린 이유는 정부군의 부정부패 때문이라고 해요. ‘부패했어도 유능하면 된다’라는 편견이 널리 퍼져 있지만, 부패한 곳은 결코 유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