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살펴보았듯이 외환관리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역수지보다는 ‘경상수지’입니다. 하지만 경상수지 집계에 40일 내외의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무역수지는 매월 1일에 지난달 수출수입통계가 바로 집계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현재의 경제상황을 빠르게 확인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죠. 때문에 뉴스에서도 무역수지를 자주 인용합니다. 보통 뉴스에서 접하는 무역 관련 숫자는 ‘무역수지’의 적자·흑자인 경우가 많아요.
중요한 지표가 또 있어요
국가경제, 거시경제 상황을 알려주는 제일 중요한 지표는 ‘국내총생산(GDP)’입니다. 국내총생산은 국민소득, 국민과 기업의 소비 및 투자 수준과 직결돼요.
생산을 많이 하려면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해야 하고, 고용이 늘고 생산이 늘어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됩니다. 오른 임금만큼 더 많이 소비한다면 결국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이 높아져요. 다시말해, GDP가 늘어납니다.
이처럼 GDP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이 바로 가장 바람직한 경제성장이에요. 그래서 현재 경제가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판정할 때도 GDP가 제일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GDP의 성장률이 높으면 경제가 좋은 것이고, GDP가 낮게 성장하거나 줄어들면 경제가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GDP는 3개 월마다 발표되며, 집계에 3주 이상 소요됩니다. 경상수지가 발표되기 전에 무역수지를 참고하듯, GDP보다 빠르게 발표되면서 GDP에서 말하는 국내총생산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표가 있을까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그 지표가 바로 ‘수출’입니다. 수출과 수입의 차이가 아니라 ‘수출의 양’ 그 자체의 변화를 보는 거예요.
만약 수출이 줄어들었다면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가 외국에 잘 팔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GDP에도 충격이 전해지게 됩니다.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기 쉽고, 생산이 감소한 만큼 국민들에게 들어오는 소득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요.
한국은 글로벌 대기업이 많은 나라예요. 이들 기업은 글로벌 밸류 체인을 통해 활발하게 국제무역을 진행하므로, 수출이 감소하면 한국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커집니다.
또, 한국은 국제무역이 활발한 국가예요. 국제무역이 얼마나 활발한가를 확인하는 대략적인 기준으로 ‘GDP대비 수출입의 비율’이 있어요. 이 비율을 ‘무역의존도’ 또는 ‘대외개방도’라고 불러요.
한국의 지난 10년간 이 비율이 낮을 때는 80% 내외, 높을 때는 100%를 넘었습니다. 경제규모가 한국과 비슷하거나 한국보다 큰 국가들 중 이 정도 수준의 비율을 기록하는 나라는 독일과 멕시코 정도로, 웬만한 국가들은 국제무역이 이만큼 활발하진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