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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으면 무조건 손해인가요?

red and blue cargo ship on sea during daytime

글, 남시훈


📌 필진 소개: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부교수 남시훈입니다. 연구 외에도 경제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콘텐츠도 활발히 제작하고 있어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파트너 채널에서 <이슈 속의 경제학>을 연재했고, 펴낸 책으로는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이 있습니다.

지난해(2023년) 경제뉴스에서 가장 중요했던 주제 중 하나는 ‘역대급 무역적자’ 소식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3년 1월 127억 달러나 되는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월간 무역적자로는 역대 최대 통계치였어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줄곧 무역흑자를 기록해 왔으나 2022년에는 연간 무역적자 427억 달러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폭이 줄기는 했어도 여전히 연간 무역적자 폭이 100억 달러예요. 여기서 말하는 무역적자는 바로 ‘무역수지 적자’입니다.

아무래도 흑자라고 하면 좋게 들리고, 적자라고 하면 나쁜 것처럼 보입니다. 수출이 많고 수입이 적으면 외국과 국가대표 스포츠 경기를 해서 우리나라가 이긴 것 같은 느낌이고, 수입이 더 많다고 하면 경기에서 진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도 그럴까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경제기사에 보도되는 무역통계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상수지’와 ‘무역수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둘 다 기본적으로는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일컫는 말로써 혼용되기도 하는데요, 엄밀히는 다른 용어입니다.


‘경상수지’는 상품의 수출입(상품수지), 서비스 거래(서비스수지), 주식배당금·이자 등의 소득 거래(소득수지), 해외 원조·해외 근로자 송금 등 일방적 돈의 이동(경상이전수지)을 모두 포함합니다. 상당히 넓은 개념이에요.

‘무역수지’는 ‘경상수지’에 포함된 ‘상품수지’와 얼핏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사고 파는 ‘소유권 이전’이 일어난 경우만 집계하는 상품수지와 달리, ‘무역수지’는 ‘관세선을 통과한 모든 수출입 재화’를 집계합니다. 상업적 거래에 의한 물품 이동뿐 아니라 비상업적인 물품의 이동도 모두 포함하는 거예요.


이렇듯 집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경상수지와 무역수지는 다른 통계이고, 같은 기간을 집계했을 때 그 수치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외환의 유입과 유출이라는 관점에서는 모든 대외거래를 포괄적으로 집계하는 경상수지의 움직임이 더 중요합니다. 무역수지 적자가 크다는 뉴스가 보도될 때 정부가 ‘경상수지 관점에서 보면 적자 폭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 배경이에요.


2023년 경상수지 흐름을 보면 연초에는 경상수지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355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무역수지 방식으로는 적자이지만, 경상수지 방식으로는 흑자가 나온 것이죠. 


하지만 보통 경상수지보다는 무역수지가 뉴스에 더 많이 나옵니다. 경상수지가 조금 더 종합적인 통계인데 왜 무역수지가 더 많이 나올까요? 바로 무역수지가 더 신속하게 집계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할게요.

수출보다 수입이 좀 더 커져도 큰 문제는 아니에요


여기까지 따라온 독자분들은 ‘수출보다 수입이 많으면 무조건 손해인가’하는 물음에 충분히 답을 얻으셨을 것 같아요.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무역적자는 수출보다 수입을 많이 했다는 뜻입니다. 바꿔 말하면 외국에서 들여온 상품을 많이 소비하거나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한 것입니다. 


소비와 투자는 국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해요. 실제로 많은 선진국들은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고, 소비 지출 규모도 커서 보통 수출보다 수입이 상당히 더 많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가 모두 이런 경우에 해당해요.


개인의 경제생활을 예로 들어볼게요. 우리는 돈을 벌고, 또 돈을 쓰면서 살아갑니다. 나중을 위해서 돈을 아껴 쓰고 모으기도 하지만 때로는 맛있는 식사를 하거나 여행을 다니면서 소비를 즐깁니다. 전반적으로 본인의 성향에 따라 저축을 우선순위에 둘 수도 있고, 소비 경험을 중점에 두고 돈을 쓸 수도 있죠.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예요.  


또, 투자의 성격을 갖는 지출도 있습니다.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소득보다 지출이 조금 커졌다 해도 그것이 인생 전체에서 큰 문제는 아니듯 무역수지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지출이 소득보다 아주 크게 커진 데다, 그런 움직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죠. 앞서 말한 것처럼 ‘거래’를 집계하는 경상수지 수준에서 적자가 커지면 문제가 맞아요. 


경상수지가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면 외환보유고가 감소하며 자국 화폐의 가치가 낮아집니다. ‘환율이 상승’한다고 줄여 말할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충격이 오거나 국가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는 좋지 않아요.


과거 1997년부터 2001년까지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경험하기도 했는데요. 이 외환위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이 시기 경제지표를 보면 실제로 1997년 말에 몇 달 사이에 환율이 800원에서 1,900원으로 크게 오르기도 했고, 이에 앞서 1994년부터 1997년까지는 경상수지 적자가 꽤 크게 발생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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