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지출은 늘었는데 사교육비 부담은 줄었다?

 

 

글, 김영빈

 

📌 필진 소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졸업 후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입니다. 한국의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아 Alookso와 Theseoulite 등에서 관련 논문을 소개하는 글과 사회 현안을 분석하는 글을 다수 발표했습니다.

 

 

한국에서 사교육은 언제나 뜨거운 화두입니다. 수능 킬러문항 출제 논란과 오랜 의정 갈등을 낳고 있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정책도 모두 사교육과 관련된 이슈들이죠. 초고난도의 수능 킬러문항은 사교육 없이는 풀기 어렵고, 고임금 직업인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는 선발 인원이 적어 입시 과열 양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많았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사교육비는 여러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비판의 중심에 놓여 있어요. 막대한 사교육비는 자녀가 있는 가구를 경제적 부담으로 내몰고, 과도한 공부 시간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행복도를 낮춘다는 거예요. 실제로 지표누리에서 공개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최근 10여 년간 사교육비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죠. 

 

정부에서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이유도 이러한 인식에 기반해요. ‘한국의 학부모가 느끼는 사교육비 부담이 여러 사회 문제로 이어지므로 사교육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거의 모든 정부가 사교육 근절을 위한 정책을 냈지만, 사교육비 절감의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성취를 거둔 정책은 드물어요. 최근의 수능 킬러문항 방지 대책, 의대 증원 정책 등은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죠.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 그게 사실은요

 

이쯤에서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 있어요.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은 정말 사교육비를 부담스럽게 생각할까요? 늘어난 지출을 보면 사교육비 부담이 큰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이 부분을 제대로 짚어보는 논의는 거의 없었어요. 

 

통계는 사회적 인식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사교육비 증가와 별개로 학부모가 ‘체감하는’ 교육비 부담은 20여 년간 줄어왔다는 거예요. 2008년에는 학생 자녀가 있는 30세 이상의 가구주 80%가 교육비 부담을 호소했으나, 2022년에는 58%로 줄어들었죠. 실제로 아이를 기르는 가구에서 응답한 내용이라 더 의미 있는 조사 결과예요.

부모가 느끼는 사교육비 부담 정도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다른 통계에서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어요.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제시한 세계가치조사 데이터에서도 ‘자녀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지 못할 상황을 우려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0년에 비해 2018년에 큰 폭으로 감소했어요. ‘우려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대폭 늘어났고요. 사교육을 포함해, 상대적으로 원하는 만큼 교육 서비스를 자녀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어요.

김희삼 교수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청년 세대가 자녀 교육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고 설명해요.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한 29세 이하 응답자가 특히 많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해설이에요. 하지만 저출생 경향만으로는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30~49세와 50세 이상 집단에서도 자녀 교육을 걱정하는 비율이 줄어든 것을 설명할 수 없어요. 

 

이처럼 주관적으로 느끼는 교육비 부담은 줄었다는 통계는 ‘사교육비 부담이 너무 커서 가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결과적으로 출산율을 떨어뜨린다’는 통념과 맞지 않는 부분이에요. 사교육비 지출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어째서 사람들은 예전만큼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일까요? 

 

정답은 없지만 여러 가설은 있어요. 생활 수준이 향상하면서 사교육비를 부담 없이 지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거나, 학부모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고소득 계층으로 편중되었을 수 있죠. 또는 자녀를 한 명만 낳는 경향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고, 이전에 비해 학부모들이 높은 사교육비 지출을 더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가설이 존재해요.

 

사교육 대응 정책, 이렇게 접근해야 해요

 

만약 위에서 언급한 통계들이 고소득 계층 학부모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거나, 자녀를 한 명만 낳아서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든 것이라면 사교육 관련 정책의 방향성은 지금과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결국, 사교육비 문제는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사회 구조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문제예요. 사교육비 절감이 목적이라면, 단순히 규제하고 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교육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겨질 수 있도록 공교육과 사회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직종이나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일 방법을 연구하거나, 지역 균형 전형처럼 사교육 없이도 좋은 성과를 얻을 방안을 확대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죠. 그럼 사교육의 필요성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테니까요. 사교육을 근절하고 규제하는 정책보다는 ‘사교육의 사회적 필요성을 줄이는’ 정책이 더 많아져야 사교육을 경감하고, 나아가 사교육으로 인한 가계의 지출과 부담 모두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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