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봤자 2만 원, 무료 입장도 차고 넘치는 전시회! 예술 비전공자도 쉽고 재밌게 감상하는 법 🎨


📌필진 소개 : 어느 날 갑자기 예술 전시에 관심이 생겨서 덕질하는 5년차 사서, 윤사서입니다. 그럴듯한 거창한 이유도 없고 그냥 나도 예술 좀 즐겨보자며 블로그에 예술 전시 활동을 기록하다 보니 예술 전시 글만 350편을 썼고, 네이버 이달의 블로거 ‘공연·예술·전시’ 부문에도 선정됐어요. 전공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더 친근한 비전공자의 시선으로 감상하고 글을 씁니다. 예술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즐기는 나만의 방법을 찾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에요.

거대한 침대, 높게 탑처럼 쌓인 해골. 최근 SNS에서 유명세를 탄 국립현대미술관 론 뮤익 전시회의 상징적인 풍경입니다. 관람관은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중이에요. 대표 조각상인 작가의 자화상 앞에서 인증샷 찍기 행렬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어요. 

론뮤익 전시회 현장, ⓒ윤사서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관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미술 덕후인 저는 론 뮤익 전시처럼 인기를 끄는 전시회는 꼭 한번 가보는 편이에요. 뚫어지게 작품도 쳐다보고 촬영이 가능할 땐 예술품을 감상하는 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오기도 하죠. 하지만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거 이렇게 보는 거 맞아..?’ 하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매번 새로운 전시회 소식이 쏟아지고, 새롭게 개장하는 미술관들이 점점 많아지는 우리나라에서 전시를 제대로 감상하는 나만의 방법을 알지 못한 채 발도장만 찍는 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전시회를 즐기기 좋은 나라로 인정받은 국가예요.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전시회를 즐기는 사람 중엔 외국인들도 많답니다. 지난 2023년 12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당해 400만 번째 방문객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어요. 놀랍게도 400만 번째 방문객은 외국인 관람객이었는데요. 외국인 관람객은 그 해만 17만 명에 육박했으며, 외국인과 내국인 관람객을 모두 포함한 관람객은 총 418만 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아트뉴스페이퍼가 조사한 전 세계 박물관 방문객 조사에서 전 세계 6위, 아시아 1위에 해당하는 숫자예요. 


비싸봤자 2만 원 안 팎의 저렴한 관람비는 물론, 무료 입장이 가능한 전시회가 많은 덕분에 관람 문턱이 낮고, 훌륭한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방문객 수를 기록한 것으로 보여요. 이처럼 전시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도 점점 높아지고, 훌륭한 전시회가 열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충분히 준비된 상황 속에서, 필요한 건 딱 하나! 바로 전시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어떤 전시회를 보러 가면 좋을까?

즉흥형 vs. 계획형


그렇다면 전시회에 가기 전에 살펴보면 좋을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어떤 전시회를 가고 싶은지 선택해야겠죠. 

(좌) ‘염원을 담아’ 전시 포스터 ⓒ윤사서, (우) 예술산책 웹사이트 스크린 샷


길가다 포스터 보고 들어가기 (P형) 

  • 주로 갤러리, 미술관, 박물관이 많이 밀집된 거리에서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안국역 일대를 걷다 보면 갤러리, 미술관, 박물관이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있어요. 가볍게 동네를 산책하듯 걷다가 외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 마음 가는 대로 그날 볼 전시를 결정해 보세요. 저는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진행중인 ‘염원을 담아’ 전시의 외벽 포스터를 보고 원하는 바를 간절히 이루고 싶은 제 상황이 떠올라 이끌리듯 들어간 경험이 있어요. 개인 상황과 관련지어 감상하다 보니 감상도 풍부해지고, 포스터를 보고 기대했던 느낌을 찾아가며 즐길 수 있어 좋았답니다.

 

예술 정보 사이트를 검색해서 예약 후 관람 (J형) 

  • 어떤 전시가 인기 있고, 작가는 누구인지 미리 계획해서 방문하고 싶은 분들은 예술 정보 사이트를 참고하셔도 좋아요. 저는 하퍼스바자에서 신설한 ‘예술산책’ 플랫폼을 주로 이용합니다. 예술산책 플랫폼 전시정보 탭에서는 가고 싶은 전시회를 범주화해서 찾을 수 있거든요. 꼭 예술산책이 아니더라도 전시 정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인스타 채널 중에 내 취향과 스타일에 맞는 계정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해요. 


가고 싶은 전시를 선택했다면, 감상법을 알아볼 차례인데요. 전시회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는 모든 걸 다 느끼고,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요. 작품 유형이나 전시 주제에 따라서 한 가지 포인트를 잡고 감상하면 부담을 덜 수 있는데요.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제가 비전공자 시선에서 감상하면서 유용하게 느낀 감상 팁을 공유해 볼게요. 


1. 전시 주제에 따라 감상하기
아래 사진은 2024년에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뭉크 전시회장의 전경입니다. 뭉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절규>의 이미지죠. 전시장에는 수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모든 그림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절규’, ‘고통’, ‘아픔’처럼 뭉크 작품 전반에 흐르는 감정에 집중해서 감상했어요.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때는 전시의 대표 주제나, 혹은 전시 안에서 자신에게 유독 와닿는 소재를 중심으로 강약을 조절하며 감상하는 걸 추천드려요. 그렇게 보면, 모든 작품을 다 보지 않아도 전시의 핵심 메시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거든요.

ⓒ윤사서


2. 고전 명화&유물은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고전 명화나 유물은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여 감상하면 감상이 풍부해집니다. 아래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흥행한 전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에 전시된 그림의 일부인데요. 초상화 속 인물이 입고 있는 옷, 그림 속 장식 도구, 얼굴을 바라보는 각도 등 여러 요소를 살펴보면 당시 왕가가 보여주려 했던 권위와 위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전 명화에는 단순히 미술적인 요소를 넘어서, 그림 안에 역사적 사실과 시대 분위기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아요.


박물관에서 자주 만나는 유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아래 사진은 국립익산박물관에서 촬영한 사리인데요. 이 유물은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굴된 것으로, 미륵사지 석탑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알고 있어야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죠. 

(좌)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작품, (우)미륵사지 석탑 발굴 사리 ⓒ윤사서


고전명화와 관련된 시대 배경과 당대 미술 기법이 궁금하다면 미메시스 출판사와 마로니에 북스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작가별, 미술사조별 책을 읽고 가셔도 좋습니다. 개괄적인 미술사에 대해 쉽고 빠르게 파악하고 싶으면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도 추천드려요.. 역사적 유물은 관련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거나, 큰별샘 역사 강의를 듣고 가면 깊고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추상화는 감정에 집중해서 감상해요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추상화는 명확히 그 형태를 구현하지 않고 점, 선, 면, 색채로 표현한 그림입니다. 뚜렷한 형태가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형상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집중해서 보아야 해요. 색채가 짙고 옅어짐에 따라서 감정의 진폭을 느낄 수도 있고, 붓질의 거칠고 부드러움을 통해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도 있어요. 

ⓒ윤사서


이 그림은 김환기 회고전에서 전시했던 김환기 화백의 그림입니다. 저는 이 그림에서 짙은 검정색과 양 방향에서 점을 찍어 내려가며 만난 경계선에 집중해서 감상했어요. 채도가 높은 검정색에서 근원적인 힘이, 양 방향으로 찍어내려 간 점과 그 사이 선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졌어요. 이처럼 색채와 표현법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일테니 정해진 답이 없어요. ‘아무말 대잔치’도 괜찮고 추측이나 감정 이입도 완전히 자유랍니다. 문장으로 떠올리기 어렵다면 단어를 메모하면서도 감상해도 좋아요.

 

4. 구상화는 글 쓰듯 묘사되었다는 사실!

‘구상화’는 쉽게 말해 추상화의 반대 개념으로, 현실에 존재하거나 존재할 법한 대상을 그리는 그림입니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실제와 완전히 똑같이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형태를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묘사하는 그림이죠. 구상화를 감상할 때는 그림 속 장면을 글로 풀어 묘사하듯 바라보면 훨씬 생생하게 느껴져요.

ⓒ윤사서


이 사진은 미셸 들라크루아의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으로,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풍경이 담긴 그림이에요. 저는 이 그림을 보면서 ‘와, 파리의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풍경이 정말 낭만적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눈을 굴리며 장난치는 아이들, 옆에서 따라다니는 강아지, 나무를 가득 실은 수레를 밀고 가는 두 사람… 아마도 트리 장식용 목재겠죠? 이런 식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말이나 글로 묘사하듯 찬찬히 바라보다 보면 그림이 더 풍성하게 다가옵니다.

 

5. 조각은 크기, 재료, 장소를 떠올리며 감상해요

조각은 조각의 크기, 질감, 조각이 있는 장소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감상합니다. 저는 특히 조각이 놓인 장소와의 관계에 집중하며 감상하는 편인데요. 같은 조각이라도 조각이 놓인 장소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에요. 

ⓒ윤사서


이 사진은 나오시마 예술섬에 있는 이우환 미술관에 있는 조각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돌덩이와 철판만 놓여 있는 것이 무슨 조각인가 싶죠. 하지만 이곳 나오시마 예술섬이라는 장소성을 더해 보면 조금 특별하게 다가와요. 나오시마 예술섬은 과거에 산업폐기물로 가득 찬 쓰레기섬이었거든요. 산업물처럼 보이는 철판은 이곳의 과거 모습을, 가장 자연적인 조각인 돌덩이는 자연 모습을 회복하며 재건된 나오시마 예술섬의 회복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어요. 

 

6. 메모장과 함께라면 어떤 전시회든 갈 수 있어

‘예술 그거 어떻게 즐기는 건데?’, ‘전시는 어떻게 보면 되는 건데?’. 예술 전시에 대한 이런 궁금증을 품고 능동적인 감상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거창한 예술 이론보다는, 그때그때 느껴지는 대로 ‘생활형’으로 감상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제 방식대로 조금씩 감상법을 찾아가고 있는데요. 전시를 더 잘 즐기기 위해 제가 가장 많이 활용한 도구는 다름 아닌 메모장이에요.


글을 잘 쓰려는 욕심은 내려놓고, 전시장에서 떠오른 생각을 그 자리에서 산발적으로 적어둡니다. 그림 앞에서 느낀 감정이나, 문득 스친 생각, 혹은 그림 속 상황에 대한 짧은 상상까지 자유롭게 메모해두면, 나중에 그 전시가 더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해요.


잘쓸레터 구독자 여러분도 이번 주말, 마음에 와닿는 전시 하나 가볍게 골라보세요. 거창할 필요 없어요. 그냥 보고, 느끼고, 그 순간의 마음을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게 어쩌면 가장 나다운 감상일지도 모르니까요.

실제 스마트폰에 기록한 감상 노트 ⓒ윤사서

경제 공부, 선택 아닌 필수

막막한 경제 공부, 머니레터로 시작하세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잘 살기 위한 잘 쓰는 법

매주 수,금 잘쓸레터에서 만나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