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ESG 보고서는 ‘중대성 평가’를 해요
여러분이 쉽게 구해서 볼 수 있는 모든 ESG 보고서에 반드시 포함되는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중대성 평가’라는 거예요. 중대성 평가란 무엇이고, 왜 모든 ESG 보고서에 들어가는 걸까요?
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비재무 정보 공시 표준’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해요. 용어가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풀어보면 어렵지 않아요. 기업들이 ESG 보고서를 발표할 때 반드시 ‘공시(공개)’해야 하는 ‘비재무적 정보’의 ‘표준(범위)’을 정해놓은 것이랍니다.
이 비재무 정보 공시 표준은 전세계적으로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데, 그중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표준은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에서 만든 표준이에요.
남직원과 여직원의 평균 급여 차이,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의 수, 온실가스 배출량, 대기나 수질 오염 물질 배출량, 폐기물 배출량 등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업의 ‘ESG 경영 현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런데 GRI 표준이 기업들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비재무적인 정보들은 그 항목이 수백 개에 달합니다. 현실적으로 수백 개의 항목을 보고서에서 전부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겠죠.
때문에 기업들은 수백 개의 공시 항목 중 우리 회사에 특별히 중요한 항목, 즉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재무적인 요소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게 돼요. 이것이 바로 중대성 평가입니다. 기업의 핵심적인 ESG 이슈를 발굴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중대성 평가가 이뤄지는 과정을 가상의 기업 ‘A사’를 예로 살펴볼게요.
✔️ 벤치마킹
먼저, 동종업계에 있는 경쟁사, 혹은 물건을 사가는 바이어(또는 원청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들을 파악합니다. 그들의 ESG 보고서에서 ‘중대 이슈’로 다뤄진 요소는 높은 확률로 A사의 보고서에서도 다뤄야 하겠죠.
✔️ 산업군별 공시 표준
그런 다음엔 회사가 속하는 산업군에서 특별히 적용되어야 할 비재무 정보 공시 표준이 있는지 살피고, 그 표준에서 요구하고 있는 공시 항목도 살펴봅니다. 어느 산업군에 속하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 또는 비재무적 리스크를 판단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는 성격이 무척 달라져요.
A사가 석유화학 회사라면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원료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개발해서 석유화학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느냐가 중요하게 평가될 거예요. 반면 게임 회사라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해로운 요소를 배제하면서도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 내느냐, 어린 소비자들의 게임중독 문제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대처를 하느냐 하는 것들에 관한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받게 되겠죠.
이처럼 각 산업별로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 산업군별로 공시 항목을 별도로 정해놓은 가장 대표적인 표준이 미국의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s)가 만든 표준입니다.
SASB 표준은 이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를 77개 산업군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산업군마다 공개되어야 할 비재무적 정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목록화하고 있어요.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우리 회사가 속해 있는 산업군에 대해 SASB가 공개하라고 하는 항목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법과 규제
그 밖에도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 적용되는 법이나 제도, 규제, 정책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해요. 만약 A사가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이라면 제조사가 위치해 있는 국가뿐 아니라 물건을 사주는 수입국의 법과 제도가 모두 중요합니다.
만일 수입국에 특정 원료로 만든 물건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이 생겼는데, A사가 그 원료를 사용한다면 비즈니스에 직격탄을 맞게 될 테니까요.
✔️ 미디어
그리고 기업,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군에 대해 언론에서 어떤 내용들을 기사화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요.
많이 기사화된 특정 주제가 있다면 A기업 또는 A기업의 속한 산업군에 대해 ‘외부에서’, ‘대중적으로’ 중요하게 인식하는 주제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인식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업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들이 이 회사의 비즈니스에 있어서 어떤 것들이 중요한 ‘비재무적 요소’라고 인식하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동종업계 벤치마킹, 산업군별 공시 표준 점검, 법과 규제 고려, 미디어 분석 등을 통해서 A사의 비즈니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인 요소들이 대략적으로 파악이 되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런데 정작 그 회사의 임직원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혹은 그런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면 이것은 그 회사에는 장기적으로 큰 리스크가 될 수 있겠죠? ‘뭣이 중헌지’ 기업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말이니까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기업을 신뢰하기 어렵겠죠.
이런 동상이몽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외부의 이해관계자들, 대표적으로 고객사나 협력사, 투자자들이 볼 때 이 회사가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를 해야 할 ‘비재무적인 정보’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문제예요.
이렇게 내부의 인식과 외부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되죠.
‘중대성 평가’를 평가해요
지금 바로 아무 회사나 하나 골라서 ESG 보고서를 다운로드 받아 ‘중대성 평가’ 부분을 한번 읽어보세요. 예외 없이 지금까지 설명한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을 거예요. 위의 모든 과정을 거쳐 우리 회사의 ‘중대 이슈’를 골라냈다고요.
이 중대 이슈는 보통 5개에서 10개 사이 정도를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백개의 비재무적인 요소들 중, 올해 우리 회사에는 그것들을 특별히 중대한 이슈라고 보았다는 뜻인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