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죠. 여기서 ‘벼’는 머리에 든 것이 많은 사람, 많이 배운 사람을 뜻해요. 우리는 예로부터 식견이 넓어지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배워왔어요. 하지만 요즘은 책 읽는 것을 SNS에 실컷 뽐내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힙하다’고 여긴다고 해요. ‘텍스트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죠.
이전까지 ‘과시용 독서’에 대한 시선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표현 그대로 보여주기식 독서는 과시와 허세라고 지적하거나, 반대로 ‘안 읽는 것 보다는 낫다. 책 읽는 것 좀 자랑하면 어떠냐!’는 입장이에요.
최근 SNS에서는 ‘과시용 독서’라고 비판받던 모습을 오히려 더 과장하며 노는 문화가 하나의 놀이처럼 번지고 있어요. 책 읽는 모습을 SNS에 전시하는 걸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책 사진과 함께 일부러 해시태그로 ‘#과시용 독서’를 남기기도 하고요. 출판사는 진짜 과시용 독서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며 두꺼운 책이나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의 책들을 소개하면서 ‘과시용 독서 리스트’를 만들기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