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을 구하는 방법
지난 머니레터 연재를 통해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무엇이 다른지, 간병인과 요양보호사가 어떤 분들인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번엔 간병인에게 지급하는 간병비가 어느 정도인지, 또 간병인을 어떻게 구하는지를 알려드리려 해요. 우리 사회에서 돌봄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이해하신 다음이라 오늘 알려드릴 내용들이 더 잘 와닿으실 거예요.
우선 간병인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부터 살펴볼까요? 현재는 간병인에게 자격이나 교육을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원론적으로는 간병인을 구하는 경로도 정말 다양합니다. 플랫폼이나 커뮤니티에 ‘간병인을 구한다’라고 글을 올리고, 거기 응하는 사람을 고용할 수도,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고용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주된 방법은 ‘간병 중개업체’를 통해 구하는 거예요. 업체에서는 보통 어느 정도 간병 경력이 있는 분을 연계해 주죠. 최근에는 중개업체의 역할을 수행하는 간병 중개플랫폼도 나와 있어서, 지역에 기반을 둔 오래된 간병 중개업체를 이용할지 혹은 전국 단위의 중개플랫폼을 이용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중개플랫폼이 계약 조건이나 결제 등을 투명하게 해주는 장점은 있지만, 아래에서 설명할 간병 산업의 ‘음성적’인 특성상 고숙련 간병인들은 지역 업체들의 연계를 기반으로 한 현금 거래를 선호하기 때문에 일장일단이 있어요.
협상으로 정해지는 간병 비용
우선 알아야 할 건, 간병비에 뚜렷한 기준이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간병인분들은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리랜서 계약은 안정적인 장기간의 일자리일수록 건당 단가가 낮고, 계약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단기적인 일자리일수록 건당 단가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이는 간병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적인 간병은 일당 12만 원 정도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일당이 조금 내려가요. 일종의 협상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죠.
간병비 협상에서는 기간 외에도 돌봄이 필요한 환자의 상태도 고려 대상입니다. 환자가 아무런 거동을 하지 못하는 중증일수록 돌봄의 강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간병 비용은 훨씬 높아지게 되고, 반대로 거동할 수 있고 단기적인 회복 보조 정도의 역할에 그친다면 간병 비용은 상대적으로 내려가게 돼요.
이렇듯 간병인에 따라 또 중개업체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수 있고, 지역의 인력 공급에 따라서도, 돌봄 기간 및 강도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지니 콕 집어 얼마라고 하기가 어려워요.
그렇지만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자료는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원에서 2022년에 발간한 <간병인 중개서비스 이용 실태조사>에 실린 내용인데요. 소비자원이 전국 115개의 간병 중개업체에 대해 기본 간병 요금을 조사한 결과는 대략 이렇습니다.
- 기본 간병료: 1일 기준 최소 7만 원~최대 13만 원(평균 10.9만 원)
- 중증 환자 추가료: 1일 기준 1~2만 원
정리하면 대략 하루에 11에서 12만 원 정도입니다. 열흘이면 120만 원, 한 달이면 360만 원 정도가 꼬박 간병인 쓰는 비용으로만 들어가는 거죠. 실제로 큰 수술을 받더라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실제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이 크지 않다는 걸 고려하면, 직접적인 의료비보다 간병비 부담이 훨씬 더 크다고도 볼 수 있어요.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해요
금액 자체가 높은 것도 곤란함이 크지만요, 이런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간병비는 대부분 현금이나 계좌이체 형태로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여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어요. 중개 업체는 연결만 해 주고 비용은 간병인에게 직접 지불해야 하는데, 간병인분들은 개인사업자는커녕 법적으로는 아무런 노동을 하고 있지 않으신 상태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건 물론이고 현금영수증 처리도 불가능해요. 현금으로 음성적인 거래가 가능한 지하경제 상황을 유지하는 중인 거죠. 그러니 간병비로 꽤 큰 금액을 지출해도 공식적으로 지출을 인정받지 못해, 금액 보조는커녕 소득공제도 받지 못해요.
마찬가지 이유로 고용계약서도 돌봄 영역에선 낯선 광경입니다. 그렇다 보니 초기에 합의한 금액 외에 추가금이 덧붙는 일이 흔합니다. 식사비 별도 제공이나, 야간이나 공휴일 수당, 명절 수고비 등의 명목으로 추가적인 간병비를 요구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해요. 처음에 약속한 것에서 벗어나는 요구라 하더라도 가족을 맡겨 둔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쉽지 않은 일이죠.
병원에서 제공하는 ‘공동간병’
이런 식으로 개인이 직접 찾아서 고용하는 형태의 간병이 아닌, 병원에서 제공하는 형태의 간병도 있습니다. 주로 요양병원에서 이런 방식의 간병을 많이 택하는데요, 요양병원은 방 하나에 침대가 4~6개 정도 들어가는 형태의 다인 병실이 가장 보편적입니다. 그런 병실 하나에서 간병인 한 명을 두고, 공동으로 간병비를 각출해서 내는 식으로 부담을 더는 거예요.
6인 병실에 환자가 6명이 있다면, 간병인 1인 간병비를 6명이 나눠서 냅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12만 원을 받는 간병인이라고 한다면, 간병인에게 줄 돈 12만 원을 환자 수 6명으로 나눠 환자 한 명당 하루에 2만 원씩 내게 돼요. 병원에 직접 고용된 경우에는 병원비를 납부할 때 이 돈을 같이 내기도 하고, 간병인에게 따로 돈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은 저렴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돌봄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간병인 한 명이 환자 한 명을 보는 것과 환자 대여섯 명을 보는 건 업무 강도부터 많이 다른 일이거든요. 이런 환경이 ‘학대’라는 비극적 사건을 만드는 환경적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 주제는 나중에 별도로 다뤄볼게요.
간병,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간병비에 관한 내용들을 살펴보니 어떠신가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곳곳에 문제가 많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차근차근 원인을 짚어가다 보면 문제의 원인은 두 가지로 수렴합니다.
상업적 돌봄을 하는 간병인에게 아무런 자격요건이 없고, 상업적 돌봄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점이 복합적인 문제점들을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해결법도 이 두 가지에 집중하는 게 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상업적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일정한 자격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간병인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 자격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인력에 대한 규제가 가능해요. 지금은 간병인이 어떤 환자를 돌보다 문제를 일으켜도, 다른 지역 혹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새로 일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거든요.
두 번째, 상업적 돌봄에 대한 계약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음성적인 형태로 간병이 이루어지면, 돌봄에 대한 국가 지원도 어려워져요. 공식적인 간병 통계가 있어야 나라에서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정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저항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하경제에 머무는 돌봄 영역을 양지로 끌어내야 해요.
이런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야 간병비에 대한 국가 지원이나, 간병비 소득공제 같은 후속 정책을 펼 수 있어요. 허위로 간병비를 청구하거나, 간병인이 아닌 사람에게 간병비를 주는 등의 일을 지금 상태로는 막기 어렵기 때문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