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섯 번째 재난지원금이 지급됐습니다. 긴급생계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첫 재난지원금을 줄 때가 지난해 3월이니, 코로나19가 이렇게 큰 타격을 입히며 오래 갈지는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이런 국가적 비상사태를 다함께 버텨 나가다 보니 지원 대책을 놓고도 갈등이 많습니다. ‘그냥 현금으로, 아무 데서나 쓸 수 있게 주는 게 제일 편하고 효율적이지 않을까요?’라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되죠.
이번에 지급되는 1인당 25만 원의 재난지원금도 기본적으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의 성격이라, 사용처가 정해져 있습니다. 전입돼 있는 주소지가 소속된 지역 내에서 소상공인 영업점 위주로만 사용할 수 있어요. 카드로 지급 받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평상시에는 잘 안 쓰게 되는 지역화폐를 계속해서 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역화폐’를 아시나요?
작년과 올해 들어 많이 익숙해졌지만, 그전까진 아는 사람만 사용하던 지역화폐. 지역화폐는 지자체별로 만들어 주로 지역상권 활성화, 지역 공동체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돼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인천시의 ‘인천e음’, 경기도의 ‘경기지역화폐’가 있죠.
지역화폐의 이름에는 버젓이 ‘화폐’가 들어가있지만, 사실 화폐보다 상품권에 가깝습니다.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일정 금액 이상 써야 하고, ‘언제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무효’라는 사용기한까지 있기 때문이죠.
지역화폐의 취지는 좋았지만, 그동안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효과가 진짜 있는지 입증하기도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 시국이 되면서 지역화폐를 테스트해볼 수 있게 됐습니다. 얼마나 쓰이는지, 정말 효과적이긴 한 건지를 말이죠.
지역화폐의 혜택,
손해는 누가 봐?
일단 가장 성공적인 사례부터 볼까요? ‘온누리상품권’이라는 이름, 한 번쯤 다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2009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온누리상품권은 정부가 발행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와 같은 목적을 가진 상품권이에요.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의도 IFC몰, 영등포 타임스퀘어, 용산 아이파크몰과 같이 여러 브랜드가 입점해있는 대형 쇼핑몰, 멀티플렉스에서는 결제가 안 되죠.
20·30세대와는 좀 안 맞는 구석이 많습니다. 멀티플렉스에서 약속 잡아서 옷도 사고 영화도 보고, 이마트나 롯데마트에 들러서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 오기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모바일로 쿠팡에서 로켓배송을 시키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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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자주 가는 큰 쇼핑몰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상품권을 발행했을까요?
A: 거기서 쇼핑하지 말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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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배달 서비스(앱)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걸까요?
A: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배달시킬 때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만나서 결제’를 이용해야 해요.
온누리상품권은 현금보다 5% 쌉니다. 9,500원을 주고 온누리상품권 1만원 권을 사서 재래시장에서 1만 원 어치 장을 볼 수 있다는 거죠.
10만 원 어치 장을 보면 5천 원이, 20만 원어치 장을 보면 1만 원이 남습니다. 한마디로 5% 할인해 줄 테니 재래시장에서 사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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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면 온누리상품권을 받은 사장님은 어떻게 해요?
A. 농협, 우체국, 새마을금고, 신한은행 등에서 액면가 그대로 현금으로 바꿔줍니다. 나머지는 정부에서 보조금으로 메꿔줘요.
재래시장은 손님이 많이 와서 좋고, 손님은 5%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어서 좋습니다. 손해는 중소기업청, 즉 정부만 보는 거죠.
정부가 5%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이 활성화되면 나라 전체에는 이득입니다. 소비가 활성화되니까요. 소비가 늘어나면 경제성장이 일어납니다. 경제성장이 일어나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겠죠.
결국엔 장기적으로 모두가 이득을 보는 시스템입니다. 약한 부분을 더 신경 써서 전체가 골고루 건강해지게 하겠다는 거예요.
지역화폐도 같은 원리입니다. 재래시장을 살리고 싶으면 재래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를 만드는 거고, 지역을 살리고 싶으면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를 만드는 거예요. 손해는 상품권을 발행하는 쪽이 봅니다.
지역화폐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니까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를 보겠죠? 서울시라든가, 대구시라든가, 지역구 단위의 지역화폐가 있다면 지역구가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사용하면
그곳에 돈이 돌까?
그런데 또 의문이 남습니다.
재래시장에 돈이 돌려면 꼭 재래시장에서 사고팔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백화점(대구지점)이나 멀티플렉스(부천 스타필드)에서 돈을 쓰면, 그건 서울이 아니라 대구와 부천에서 쓰는 거잖아요?
사람들 보면 그 지역 백화점이나 멀티플렉스에서 돈을 잘 쓰고 사던데, 왜 굳이 지역화폐를 만들어야 하는 걸까요?
백화점이나 멀티플렉스, 금강제화나 올리브영, OST나 네이처 리퍼블릭, ABC마트 등등 각종 브랜드에서 번 돈은 본사로 올라갑니다. 대부분 서울로 가죠. 예를 들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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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티백화점 본사 → 서울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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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티백화점 대구지점 → 대구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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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티백화점 제주지점 → 제주 위치
본사가 1년에 100원을 버는 동안, 대구지점과 제주지점은 장사를 잘해서 1천 원씩 벌었습니다. 그럼 대구지점이 번 돈 1천 원을 다 갖게 될까요?
아뇨. 일단 모조리 본사에 보냅니다. 다 합치면 2,100원이죠. 이제 이걸 어떻게 나눠 가질지는 본사 마음이랍니다. 공평하게 7백 원씩 가질 수도 있고, 대구랑 제주지점에는 딱 인건비만 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보통 본사는 서울에 있다는 점입니다. 전국지점을 가진 회사는 지역 지점에서 아무리 벌어 봤자 번 만큼 못 가져간다는 거죠.
그래서 지역화폐를 발행해서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본사가 지역에 있을 수밖에 없는 개인사업장 등 자격이 되는 회사만 제휴해서 상품권을 돈으로 바꿔주는 겁니다.
지역 주민들 세금으로 메워주는 돈인데 지역장사하는 사장님들만 도와주는 게 당연하겠죠?
그래도 현금이 낫다?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그래도 현금으로 주는 게 낫다는 입장과 지역 화폐로 주는 게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입장으로 말이죠.
먼저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얼른 지급하는 게 맞다는 쪽 입장은 이렇습니다.
현금으로는 절대 나눠줄 수 없다는 쪽 입장은 이렇습니다.
둘 다 각자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논리만 보고는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어떤 논리가 지금 현실에 더 맞는지 판단할 수 있어요. 지난해 지급된 재난지원금 결과를 보면, 소비진작과 양극화 완화에
일부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코로나19 때문에 위축된 직종보다 피해를 덜 입은 직종에 더 효과가 좋았다거나, 이미 물가상승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형식으로 돈을 뿌리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증가한다는 걱정도 있긴 하지만요.
그래서 $%name%$ 님이 알아야 할 것
지역화폐가 성공적으로 정착했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시장에 미치는 영향
경쟁력이 없던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 두 가지 루트가 있어요.
사실 어느 쪽이든 시장 하나가 완전히 도태되면서 발생하는 실업 문제, 공급 충격보다는 단기적 악영향이 덜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죠.
개인에 미치는 영향
개인에겐 무조건 이득입니다. 소득공제도 꽤 돼서 연말정산 때 크게
유리하더라고요. 평소에도 재래시장이나 지역가게를 이용하고 계신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세요.
정인’s comment
국가나 지방, 회사나 가정이 어려워지면
거기서 제일 취약한 존재부터 피해를 입기 시작해요.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상태였던 지역화폐가 이런 비상사태엔 꽤 유용하게 쓰이고 있네요.
평소에는 효율성이 없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지만, 당장 지역경제를 지탱하거나 급히 시민들에게 현금성 자산을 나눠줘야 할 땐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효율을 떠나 불법 현금화나 불법 유통처럼
지역화폐 자체의 부작용도 있지만요. 이 기회에 지역화폐시스템 하나라도 정착할 수 있게 된다면 위로가 좀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