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진로를 바꾸는 계기가 됐어요
김하살: 승무원에서 비건 카페 대표님으로 전향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최혜리: 승무원 3년 차에 항공사에서 이직을 할 계획이었어요. 근데 코로나19가 터져서 이직이 흐지부지되었고, 전체적으로 여행업계가 힘들어져서 진로를 바꿔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카페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예요.
원래 카페를 자주 가는 편이었고, 디저트도 좋아했어요. 카페에 가면 6시간도 앉아 있을 정도로 좋아해요.
카페는 음료와 디저트를 먹는 곳일 뿐만 아니라 공간 자체가 힘이 되잖아요. 카페에서 좋아하는 책도 읽고, 사색도 하고, 공부도 하다 보면 힘든 것도 다 잊는 느낌이었어요.
비건에 대해서는 카페를 열기 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어떤 사업을 하든, 더 옳은 방향으로 가야겠다, 옳은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었어요. 이런 책임감으로 비건 카페를 시작했어요.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김하살: 승무원을 그만둘 때 걱정되지 않으셨나요?
최혜리: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나이가 30대에 들어서면서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살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안정성을 생각하면 직장 다니면서 월급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맞다는 마음으로 승무원을 그만두었어요. 저는 도전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회사 생활을 하면 당장 1~2년은 편하고 돈도 안정적으로 벌 수 있겠죠. 그렇지만 길게 봤을 때 직장생활은 저와 맞지 않을 것 같았어요.
카페 운영할 때 기쁘고 슬픈 순간은요
김하살: 카페를 운영하시면서 기뻤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최혜리: 기뻤던 순간은 사람들이 제가 만든 디저트를 좋아할 때예요. 특히, 비건을 안 하는 분이 비건 카페 디저트는 안 먹는데, 제 디저트는 굉장히 맛있다고 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카페를 운영하며 당황하는 순간은 시간과 체력에 여유가 없을 때예요. 갑자기 디저트 주문이 많이 들어오면 다 만들 시간이 부족하고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어요. 아직은 혼자서 디저트를 만들고 있거든요. 베이킹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겠지만 체력전이에요(웃음).
대표가 되다 보니 직원들과 카페 매출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요. 모든 게 저에게 달려있다, 이런 느낌이에요. 이건 제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시스템과 매뉴얼을 잘 만들어 보려고 해요.
카페 운영하면서 환상이 깨진 느낌이에요
김하살: 승무원에서 카페 사장님으로 좋아하시는 일이 본업이 되었는데, 어떠신가요?
최혜리: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될까요. 약간 환상이 깨진 듯한 느낌을 받아요(웃음). 일단 카페를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모든 걸 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정말 큰일부터 사소한 일까지 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인건비가 오르고, 지금 기후위기 때문에 원두값도 오른 상태예요. 인테리어 비용도 2배 이상 뛰었고, 재룟값도 안 오른 게 없는 것 같네요. 지금은 환상이 깨지고, 현실을 느끼고 있지만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돈은 아이러니한 존재예요
김하살: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돈이란 무엇인가요?
최혜리: 돈은 아이러니한 존재예요. 좋아하는 일로 성공해서 돈을 벌고는 싶은데, 너무 돈을 좇으며 살고 싶지는 않아요.
카페 운영하면서 돈을 벌고 싶지만 카페를 운영하면서 너무 돈, 성공만 좇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이 과정에서 현실에 지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질 때가 있어서 힘들기도 해요. 이런 의미에서 돈이란 저에게 복잡한 존재예요.
김하살: 카페 운영에 있어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혜리: 카페라는 공간은 사실 카페 대표의 취향이라기보다는,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들을 물리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도 생각하거든요.
제가 카페를 다녔을 때 편안함과 여유, 이런 소중한 감정을 많이 느꼈어요. 제 카페에 오는 손님분들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 4개월 차고, 앞으로 힘든 일도 많겠지만 포기하지 않으려고 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목표했던 걸 이루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싶어요.
김하살: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최혜리: 좋아하는 책들이 많지만 저의 인생책은 단연 <연금술사>예요. 모든 문제의 답은 자신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 각자 본인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만의 보물, 자아의 신화를 찾길 응원합니다. 또 그 길 안에서 수많은 아름다움을 누리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