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어디까지 알아야 하나요?

글, 남시훈


📌 필진 소개: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부교수 남시훈입니다. 연구 외에도 경제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콘텐츠도 활발히 제작하고 있어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파트너 채널에서 <이슈 속의 경제학>을 연재했고, 펴낸 책으로는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이 있습니다.


지난 화 보러 가기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4월 16일 장중에 1달러가 1,400원을 잠시 넘기기도 하면서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감돌았고, 이후에도 1,360원 근처를 오르내리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2024년 5월 기준) 

 

항간엔 1997년에 한국이 IMF에서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던 당시의 경제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었죠. 하지만 환율이 높아진다고 반드시 경제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에요.

 

환율의 움직임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아요. 환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무척 많아서, 환율을 통해 경제상황을 판단하려고 할 때 그 변수들을 모두 다 고려하려면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환율, 어디까지 알아두면 좋을까요?


환율은 상대평가예요


환율은 우리나라 원화와 외국 화폐의 교환 비율이에요. 원-달러 환율은 1달러가 원화로 얼마인지 보여주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율이 올라가고,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환율이 떨어집니다. 

 

달러화의 가치 또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움직임에 따라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역시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고,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요. 환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도 많은 데다, 각국 화폐가 모두 변수의 영향을 제각기 받으니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어요.

 

만약 환율이 단기적으로 변동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오른다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원화를 사려는 사람이 적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 그리고 달러화가 인기가 많아서 달러화 가치가 오르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한국 경제에 문제가 없어도 원-달러 환율이 꽤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달러의 가치를 읽는 법


그러면 달러화의 가치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간단한 방법은 원-유로 환율이나 원-엔 환율을 보는 것입니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올랐지만 원-유로 환율에 큰 변화가 없다면 이것은 단순히 달러가 너무 강해서 생긴 현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원-달러 환율과 원-유로 환율이 둘 다 올랐는데 원-엔 환율에 큰 변화가 없거나 낮아진다면 아시아 지역 전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요?

현재 지표를 한번 살펴볼까요? 지난 3년간 원-달러 환율은 비교적 크게 올랐어요. 반면, 원-유로 환율은 2022년에는 큰 변화가 없다가 2023년부터 올랐습니다. 엔은 가치가 계속 떨어지다가 2023년 후반부터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엔저로 최근 관광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했죠.


종합하면, 지난 몇 년 사이 환율의 움직임은 국제적으로 한국의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보다는 달러의 강세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율과 경제 위기 사이의 관계


이해를 돕기 위해 과거의 유명한 세계 경제 위기를 살펴볼게요. 1997년에 아시아 경제 위기가 있었고, 2008년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있었습니다. 당시 모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었어요.


환율이 오르면 경제 위기설이 도는 가장 큰 이유가 높은 환율이 당시 경제 위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1997년, 2008년과 지금의 경제 상황은 아주 많이 다르고, 환율 말고는 공통점이 거의 없습니다.


1997년 한국 경제는 대단히 위험한 진짜 경제 위기에 처했던 것이 맞아요. 원-달러 환율이 40일 남짓 사이에 1,000원에서 2,000원 근처까지 올랐고, 외환보유고는 바닥이 났으며, 결국 IMF의 긴급지원을 받아야만 했죠. 이 시기에는 한국뿐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모두 경제 위기를 겪었습니다. 이 시기 미국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한편, 2008년 경제 위기 당시에는 문제의 발단이 미국에 있었음에도 전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며 기축통화인 달러가 오히려 강세를 보이기도 했어요. 이 과정에서 한국 등 신흥국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도 했어요. 이때는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와는 달리 거의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인플레이션·고금리 중심으로 해석하세요


2022년부터 지금까지의 세계 경제 상황은,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이어지자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가 높아지다 보니 생긴 문제와 많이 연결되어 있어요. 환율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준금리를 올려서 이로 인해 달러 가치가 올라가고 미국 경제도 비교적 튼튼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높게 유지되는 것이죠. 


바로 지난해인 2023년 우리나라 GDP가 낮아지며 경제 위기 혹은 경제 침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 경제 상황은 환율보다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명해야 상황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요.


원인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져요 


현재 경제 상황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해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대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는 미국의 금융시스템 자체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에 미국의 달러 가치가 낮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이 강하게 추진되었어요. 때문에 당시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한국도 저금리와 경기부양을 위주로 경제적 어려움을 헤쳐나갔죠.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2020년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 부양책을 시행한 이후, 2022년부터는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올렸고, 미국 경기가 여전히 활발해 달러 가치가 높아져서 다른 국가들의 어려움이 발생했어요. 


덩달아 한국도 셈이 복잡해졌습니다. 금리를 낮추면 환율은 더 오르고 인플레이션도 심해질 수 있고, 금리를 더 올리면 물가는 잡힐 수 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이런 시기에는 금리를 낮추거나 지원금을 많이 뿌리는 등의 경기부양정책도 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정부가 돈을 많이 써서 경제 전체에 마중물을 제공한다는 개념은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이 크게 위축된 경우에만 효력이 나타나요. 


특히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심한 시기에는 경기부양정책의 효력이 잘 나타나지 않아요.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커요. 설상가상으로 정부 재정 상태가 나빠지면 정말 필요할 때 정부가 돈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환율이든 물가든 오르면 힘들긴 매한가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에요. 환율이 1,400원을 넘었으니 위기라는 말은 현 상황에 맞는 정확한 대응책을 떠올리기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약점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경제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장기적으로는 인구감소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경제 상황이,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 누적과 건설 PF가 위험 요소입니다. 장기적으로 고달파질 요인도 크고 단기적으로도 안정적이라고 말하기엔 불안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당장 큰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낮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위기설에 쉽게 주관을 내어주기 보다, 최소한의 경제적 지식과 중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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