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을 해 줘도 볼 영화가 없어요” MZ세대가 말하는 영화관 침체의 진짜 이유

어피티가 383명의 대한민국 MZ세대(1980년대생~2000년대생)에게 물었습니다. 

 

“영화관 자주 가시나요?”


※ 2026년 5월 22일부터 5월 27일까지 어피티 머니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 656명 참여


2026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는 모처럼 활짝 웃었어요. 장항준 감독의 사극 <왕과 사는 남자>가 2월 개봉해 1,628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관객 수 2위, 매출 1위에 올랐죠. 5월에는 연상호 감독의 좀비 영화 <군체>가 개봉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어요.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였죠. 공포 영화 <살목지>는 32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한국 공포 영화 흥행 1위에 올랐어요.


이렇게만 보면 극장가가 살아난 것 같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간 관객 수는 1억 명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고 해요. OTT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극장가 침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몇몇 흥행작이 있긴 하지만, 전체 산업의 회복을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이에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어요. 2026년 4월부터 ‘문화가 있는 날’을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서 매주 수요일로 확대했고, 영화 할인 혜택은 둘째 주와 마지막 주 수요일 월 2회로 늘렸죠.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 관람 6천 원 할인권 225만 장을 배포하기도 했죠. 


MZ세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얼마나 자주 영화관에 가고, 무엇 때문에 망설이고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다시 극장을 찾게 될지, 383명의 목소리를 들어봤어요.


영화관 방문을 망설이는 이유, “볼만한 영화가 줄었다” 38.9%

최근 3개월 동안 영화관에 몇 번 갔는지 물었더니, ‘2회’가 29.0%로 가장 많았어요. ‘1회’는 25.1%, ‘0회’는 21.1%였죠. ‘3~4회’는 17.8%, ‘5회 이상’은 7.0%였어요. 한 번도 안 간 사람(21.1%)과 한 번 간 사람(25.1%)을 합치면 46.2%예요. MZ세대의 절반 가까이가 3개월 동안 영화관에 한 번 가거나 아예 안 갔다는 거죠. 영화를 자주 보는 ‘5회 이상’은 7.0%에 그쳤고요. 한때 주말 데이트의 단골 코스였던 영화관이 이제는 특별한 날에만 가는 곳이 된 것 같아요.

영화관 관람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를 물었더니, ‘볼만한 영화가 줄었다’가 38.9%로 가장 많았어요. 돈과 시간을 들여 극장에 갈 만큼 매력적인 영화가 많지 않다는 솔직한 평가죠. 


M세대 찌닝 님은 “10대 때까지만 해도 혼자 자주 영화를 보러 갈 정도로 좋아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흥행 영화의 장르나 스토리가 범죄 같은 자극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슷해져서 거의 안 가게 됐어요. 웬만하면 OTT로 다 볼 수 있고요.”라고 말했어요.


M세대 만두 님은 “평일에 퇴근하고 나면 피곤해서 영화 보러 갈 기력이 없어요. 10분짜리 유튜브 영상도 뭘 볼까 고민하는데, 재밌을지 아닐지 모를 영화를 보려고 외출해서 2시간 가까이 앉아 있을 엄두가 안 나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어요.


‘티켓 가격이 부담돼서’는 30.8%였어요. 멀티플렉스 일반관 티켓이 1만 5천 원까지 오른 상황에서, 두 명이 영화 한 편 보고 팝콘까지 사면 4만 원이 훌쩍 넘으니까요. 


M세대 초초다 님은 “10년 전, 조조영화가 5천 원일 때 주에 두세 번씩 영화관에 가서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참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비용 때문에 부담이라 보고 싶던 영화가 개봉할 때만 일 년에 한 두번 정도 방문하게 되어서 아쉬워요.”라고 말했죠.


흥미로운 건 ‘OTT로 충분해서’가 14.9%로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는 거예요. OTT가 극장을 완전히 대체했다기보다는, 극장에 갈 만한 이유가 줄었다는 쪽에 가까운 거죠.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12.0%, ‘영화관이 불편하다’는 1.8%에 불과했어요.


영화관에 가는 결정적 이유를 물었더니, ‘큰 화면·사운드로 몰입하고 싶어서’가 59.8%로 압도적이었어요. 실제로 특별관(IMAX, SCREENX 등)이 일반관보다 비싼데도 수요가 더 높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죠. 


M세대 디소니 님은 “저는 주로 IMAX나 음악 영화처럼 특화관에서 봐야 좋은 작품 위주로 영화관에 가요. 확실히 OTT로 보는 것과 느낌이 다르거든요. 상영관에서 봐야지 매력이 더해지는 좋은 작품들이 많이 개봉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어요.


Z세대 영화보는각설 님은 “웅장한 사운드랑 제가 영상을 멈출 수 없다는 점이 압도적인 메리트예요. 집에서는 자꾸 집중력이 흐려지거든요. 집에 홈시어터에 빔프로젝터까지 설치해놓고도 영화관에 가는 이유죠.”라고 말했어요.


다시 말하면, 극장은 ‘몰입 경험’을 팔아야 한다는 거예요. 집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영화라면 굳이 극장에 갈 이유가 없지만, 큰 화면과 사운드로 압도되는 경험을 주는 영화라면 기꺼이 극장을 찾는다는 거죠. 좀비가 등장하는 <군체>나 공포와 스릴로 가득한 <살목지> 같은 장르 영화가 흥행한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아요.


‘데이트/가족 모임하기 좋은 외출 코스라서’는 18.0%, ‘혼자 리프레시/기분전환용이라서’는 12.5%였죠. ‘특정 배우·감독·시리즈 팬이라서’는 6.8%, ‘굿즈/특전/팝콘 같은 경험 때문에’는 2.9%였어요.


영화 할인권, 영화관에 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72.3%

정부가 배포하는 ‘영화 할인권’이 실제로 영화관 방문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어느 정도 그렇다’가 51.4%로 가장 많았어요. ‘매우 그렇다’는 20.9%였죠. 둘을 합치면 72.3%가 할인권이 효과가 있다고 답했는데요. 가격이 영화관 방문의 중요한 변수라는 거예요.

M세대 톰토 님은 “네이버 멤버십을 구독하면서 영화 할인권을 주니까 전보다 더 극장에 가고 있어요. 같은 맥락에서, 정부 지원 관람권이 영화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죠.


‘중립이다’는 10.4%, ‘별로 그렇지 않다’는 14.4%, ‘전혀 그렇지 않다’는 2.9%였어요. 인권이 일시적으로 방문을 늘릴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에요. 


이에, Z세대 Yun 님은 신중한 시각을 보였어요. “정부 지원금이 영화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늘려주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요즘 시대에 영화관이 문화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줄어든 만큼, 영화산업 활성화에 너무 집중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자칫하면 세금으로 영화사들의 적자를 메워주는 형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돼요.”라고 말했죠.


영화관에 다시 관객들이 오게 하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가격(티켓·부대비용) 부담 완화’가 56.1%로 가장 많았어요.

M세대 샛별 님은 “코로나 이후에 예전 같은 서비스를 찾아보기 어려워요. 요새는 영화관 입장하는 곳이 지하철 개찰구와 다름이 없어요. 무인 시스템이죠. 또, 티켓값은 점점 올라서 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어요.


‘상영작 라인업(작품 다양성/재개봉) 확대’는 32.9%였죠. 다양한 작품, 재개봉작이 더 필요하다는 거죠. 흥행작 위주로만 스크린이 채워지면 선택의 폭이 좁아지니까요.

Z세대 차니뿌이 님은 “액션 영화에서는 항상 진부한 클리셰들이 결말을 재미없게 만들어요. 왜 매번 경찰은 사건이 종결되고 뒤늦게 나타나는지, 볼 때마다 싫증나요.”라며 콘텐츠 자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죠.


‘영화관 경험(좌석/환경 등) 개선’은 4.7%, ‘접근성 개선’은 2.9%, ‘팬덤/커뮤니티 요소 강화’는 3.4%에 그쳤어요.


정부 지원 방향 “관람료 지원 확대” 38.3%

정부가 영화산업을 지원할 때 어떤 방향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물었더니, ‘관람료 지원 확대(할인권 상시화/대상 확대)’가 38.3%로 가장 많았어요.

주목할 건 ‘제작 지원 강화’(24.8%)와 ‘스크린 독과점 방지’(19.6%)예요. 둘을 합치면 44.4%로, ‘관람료 지원’(38.3%)보다 높아요. 당장의 가격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상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근본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거예요. 신인 감독과 중저예산 영화, 장르 영화가 살아나야 볼만한 영화도 늘어난다는 거죠.

M세대 김도치 님은 다른 분야 창작자로서 의견을 냈어요. “단순히 티켓 가격을 인하하는 것만으로는 떠나간 영화 팬을 붙잡을 수 없어요. 재밌는 영화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진짜 문제고, 그 원인은 좋은 시나리오의 부재에 있어요.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진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아서 많은 작가들이 드라마, 웹소설, 웹툰으로 떠났거든요. 재정적 지원도 좋지만, 콘텐츠의 핵심인 좋은 시나리오를 발굴하는 데 정부의 시선이 모아졌으면 좋겠어요. 헐거운 각본에 스타 캐스팅으로 관객의 눈을 가릴 수 있는 시대는 지났어요.”라고 말했어요.

M세대 야채물만두 님은 “영화 산업이 어려워진 이유를 티켓값으로 많이들 꼽지만, 이번에 <왕과 사는 남자>와 <살목지>가 흥행에 성공한 걸 보면 괜찮은 작품이 많아진다면 관객은 영화관에 갈 거라고 생각해요. 정부 지원 쿠폰도 도움이 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영화 산업을 부흥시키려면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작품이 많아지도록 지원을 더 늘려야 해요.”라고 말했죠.

Z세대 D 님은 “최근 한국 영화의 위기는 제작사와 배급사가 분리되지 않은 탓이라는 글을 봤어요. 배급사 입맛에 맞는 영화만 투자받으니 다양한 영화인을 발굴하기보다 흥행 보증 수표 위주의 작품만 탄생하고, 결국 비슷한 영화들만 개봉하며 관객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거죠.”라고 말했어요.

특히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의견이 많았어요. Z세대 눈누 님은 “관심 있는 영화가 개봉해도 영화관에서 밀어주는 작품이 아니면 보기가 힘들어요. 종종 ‘양산형’ 한국 영화로 스크린이 도배되어 있는데, 그러면 아예 영화관에 가기 싫어져요. 개인의 취향이 강조되는 시대에 선택지를 넓혀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어요.

‘지역 영화관/소규모 상영관 확대’는 11.0%, ‘청년 대상 정기 패스/구독형 할인’은 6.3%였어요.

M세대 에디 님은 “영화관이 이벤트성으로 상영하는 재개봉작을 보고 싶어도 서울에 한정된 경우가 많아서 좋은 영화를 볼 기회가 없어요. 코로나 이후 영상의 질도 떨어졌고요. 중요한 장면에서 상영이 중단되거나, 화면 비율 조절을 안 해줘서 빈 흰 화면이 떠 있어 몰입이 깨지는 경우가 많아요. 마니아를 잡으려면 상영관 퀄리티도 높일 필요가 있어요.”라고 말했어요.

마지막으로, Z세대 지니의요술램프 님은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짚었어요. “OTT 때문에 영화관에 가는 빈도가 줄었을 뿐, 한국 영화의 퀄리티는 많이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한국 영화는 B급이고 미국 영화만 A급이라고 인식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외국 영화가 일정 범위 안에 머물러 있고 한국 영화는 소재가 더 다양해지고 질이 올라가고 있어요. 시간이 없어 영화관에 가지 못했지만, 보고 싶은 영화는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기쁩니다.”라고 말했죠.

어피티의 코멘트
  • MZ세대의 46.2%가 3개월 동안 영화관에 한 번 가거나 아예 안 갔어요. 그리고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38.9%가 ‘볼만한 영화가 줄었다’를 꼽았죠. 흥행작 몇 편이 있다고 해서 극장가가 살아난 게 아니라, 오히려 ‘볼만한 영화’에만 관객이 몰리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거죠. 정부의 할인권 정책은 응답자의 72.3%가 효과를 인정했어요. 그리고 ‘다시 오게 하려면 가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56.1%)는 응답도 압도적이었죠. 가격이 중요한 변수라는 건 분명해요. 결국 영화관이 살아나려면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해요. 하나는 가격 부담을 줄여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다른 하나는 극장에서 보고 싶을만큼 좋은 영화를 다양하게 공급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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