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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여행하듯 일하고 있어요”

글, 조이

“경제적 자유를 이룬 내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 보세요.”

책 <나는 돈이 얼마나 있으면 행복할까> 속 워크북에 담겨있는 문장이에요. 어피티 북클럽에서 이 책을 주제로 책모임을 가졌는데요, 참가자들의 답변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내가 소유한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함께 책도 읽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겁게 수다를 떠는 모습이었죠. 

이야기를 들으며 최정혜 님이 떠올랐어요. 복잡한 서울을 떠나 춘천에 정착해 로컬디자인 스튜디오 ‘춘천일기’를 만들어, 사람들이 쉼과 충전을 할 수 있는 멋진 숙소 ‘춘천일기 스테이’도 운영하는 분이거든요.

오늘의 프로일잘러, 최정혜 님

조이: 하고 계신 일을 소개해 주세요.

최정혜: 춘천에 기반을 두고 강원 지역의 청년, 로컬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로컬디자인 스튜디오 ‘춘천일기’의 대표이자 기획자로 일하고 있어요.

춘천일기 스테이 내부 전경

춘천일기에서 하는 일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소개해 볼게요. 

첫 번째, 로컬 콘텐츠 기획

고객이 지역 여행에서의 경험을 즐겁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와 제품을 만들어요. 엽서, 마그넷과 같은 굿즈도 만들고, 강원도 토마토 농장에서 토마토를 받아 ‘로컬브루어리’와 함께 토마토 수제 맥주도 생산하고 있어요.

두 번째, 로컬 상품 리메이크

지역의 서비스, 문화 자원, 로컬 브랜드를 청년 사업가 및 로컬 아티스트와 함께 재해석해 리메이크해요.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화천의 자연을 담은 일러스트를 그려 넣은 ‘햇들애유’

화천에 있는 농장 ‘너래안’의 들기름을 ‘햇들애유’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어요. 들깨는 볶음 정도에 따라 커피의 로스팅처럼 맛이 달라져요. 이 점에 착안해 들기름의 맛을 세분화해 세 가지 맛을 세트로 출시했어요. 

세 번째, 로컬 스테이와 로컬 상점

‘춘천일기 스테이’와 로컬 상점 ‘춘천일기’를 운영해요. 춘천일기는 육림고개에서 운영다가, 춘천일기 스테이 1층으로 장소를 옮겨 통합 운영하려고 준비하는 중이에요.

춘천일기 스테이에서는 숙박 예약 업무와 함께 매일 아침 고객분들의 조식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요. 더 멋진 숙박 경험을 위해, 다양한 로컬 패키지 상품도 만들고 있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에서 일했어요”

조이: 춘천으로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최정혜: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어요. 

가장 오래 일했고, 애정을 가졌던 일은 국제 NGO 기관의 홍보팀 업무였어요.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으로 잘 알려진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가 첫 직장이었죠. 

홍보팀 막내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온라인 홍보 담당자로 일했어요. 입사하자마자 인수인계받은 업무는 후원자를 위한 뉴스레터를 제작하고 발송하는 업무였어요. 

지금처럼 뉴스레터를 쉽게 만드는 서비스가 있던 때가 아니라서, 뉴스레터 하나를 만드는 데 오류도 많고 신경 쓸 일이 많았어요. 그래도 제 직무와 맡은 채널이 명확했고, 성과가 바로바로 나타나는 작업이라 일하는 즐거움이 컸답니다.

“‘0번 전화’를 담당했어요”

뉴스레터 외에도 후원자들의 다양한 문의를 받는 ‘0번 전화’에 대응하는 업무도 맡았어요. 사실 모든 직원들이 피하는 일이었어요. 제 전임자도 기다렸다는 듯이 저에게 넘겼던 일이었어요.

후원자로부터 ‘막말’이나 폭언을 듣기도 했고, 전화 연결을 위한 매뉴얼이 없어 실수할 때도 많았어요. 제 뒤로 입사자가 없어서 1년 넘게 맡아서 하다가 성대결절까지 걸리게 됐어요.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장님이 모니터링 데이터를 근거로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고, 그 결과 전화 업무를 전담하는 콜센터가 만들어졌어요. 

돌아보면 참 힘들었던 시간이지만, 문제를 긍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스테이 운영은 기승전사람이에요”

조이: 정혜 님이 하는 일의 ‘단짠’은 무엇인가요?

최정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회사만 다녔다면 평생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춘천에서 다 만나고 있어요. 스타트업 대표, 요리사, 시인, 배우, 영화감독, …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분들이 저희 공간을 찾아오시거든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만들고,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즐거움을 느껴요. 

비슷한 일을 하는 사장님께서 ‘사람을 만나 소통하지 않는다면, 내가 하는 일은 그저 객실 청소해주고 요금을 받는 일에 불과하다’는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이 말에 무척 공감해요.

하지만 사람 때문에 힘들 때도 많아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선을 넘는 무례한 요구를 하시는 분도 계시니까요.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이 가장 중요해요”

조이: 로컬살이를 꿈꾸는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이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이 있을까요?

최정혜: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이 어디인지’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보다 열 배쯤 중요해요. 

갑자기 도시나 수도권에서의 삶을 ‘단절’하기 보다는 ‘Fade in Fade out’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갑자기 퇴사하고 이주하는 것보다는 지역을 ‘경험’해보면서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공간을 마련해두고 한 달에 한두 번씩 다녀가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를 해보는 것도 좋아요. 요즘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마을’처럼 지역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답니다.

“도시재생기금의 도움을 받았어요”

조이: 민감한 질문이지만 또 가장 궁금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춘천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얼마의 투자금이 들어갔나요? 또 현재의 매출도 궁금해요.

최정혜: 약 3억 원 정도의 시드머니를 투자했어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춘천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수강했어요. 농사 교육부터 창업 교육, 사회적 기업 육성 과정, 도시재생대학까지 열심히 참여했어요. 

그러던 중 ‘도시재생기금’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국토교통부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공간조성자금을 받게 되었어요. 이 자금을 통해 저희가 매입한 부동산과 공간 인테리어에 필요한 비용의 70%를 대출받을 수 있었어요. 

따로 모은 시드머니는 3억 원 정도였는데요, 춘천에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신혼집 전세금 1억 8천만 원에 제 마지막 직장에서의 퇴직금 등을 합친 금액이었죠.

춘천일기의 수익구조는 제품 판매, 프로젝트 용역 사업, 스테이 숙박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코로나19 전에는 두 사업장을 합쳐서 약 3-4억 원의 매출을 내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절반 정도로 줄었다가, 올해부터 조금씩 회복하는 중이에요.

“살듯 여행하고, 여행하듯 살고 싶어요”

조이: 춘천에서의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정혜: 저희의 꿈은 항상 같아요. 살듯 여행하기, 여행하듯 살기.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고 하잖아요. 지금은 하루하루 여행처럼 살아가려고 해요. 매일 가던 길이 아니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는 것만으로도 새롭고 재밌거든요. 저희끼리는 ‘춘천탐험’이라고 불러요. 

춘천일기 스테이 외부 전경

춘천일기 스테이가 머무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응원이 되는 공간이 된다면 정말 좋겠어요. 지금은 숙소에 머물러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나누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 조이의 인사이트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공지능의 물결을 타는 과정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인공지능이 못하는 영역에서 기회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못하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로컬’과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정부에서 “생활, 로컬 분야의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육성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 불편하고 부족한 면도 있지만, 잘 찾아서 활용하면 내 꿈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어요. 최정혜 님도 공간조성자금이라는 정책의 도움으로 춘천일기 스테이를 임차가 아닌 자가로 마련할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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