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은길
“집 때문에 서러웠던 경험을 고자질해주세요.
제가 같이 욕해드리겠습니다!”
<집블레스유> 5화에서 제가 이런 질문을 드렸죠?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번 <집블레스유 그 후의 이야기>에서는 집 때문에 서러웠던 여러분의 고민을 세 가지 질문으로 나누고, 제 경험이 담긴 솔루션을 답변으로 담았습니다.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고, 과거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훗날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Q-1.
보증금 돌려받기
왜 이렇게 힘들까요?
- 계약만료 3개월 전부터 집주인에게 이사하겠다고 얘기해뒀습니다. 그런데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보증금을 못 돌려주겠다고 해요. 이미 집은 알아봤고 보증금도 내야 하는데, 돈을 못 받으니까 정말 미치겠어요. / 쏭쏭 님
- 3개월 전, 새집을 계약하고 계약일에 맞춰 전세 보증금을 빼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요즘 전세 상황도 안 좋은데 무턱대고 다음 집을 계약하면 어쩌느냐고, 만기일에 돈을 못 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집이 나갈 때까지 괴로운 나날이었습니다. / 단창 님
- 직장 새내기가 되어 작고 소중한 첫 전셋집을 얻었습니다. 비좁은 곳이었지만 나름 정을 붙이고 살고 있는데, 건물 전체가 경매에 넘어갔어요. 어느 날 현관문에 법원에서 온 서류가 꽂혀있더군요. 임대차보호법 상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는데, 그때는 아무 것도 몰라서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 응구낸냉이 님
- 6년 넘게 전세로 살던 빌라가 경매로 넘어갔습니다. 다행히 보증금은 무사히 돌려받았지만 받기 전까진 하루하루 피가 말라가는 기분이었어요. / 이냐 님
A-1.
전세보증보험으로
보증금을 지키세요
요즘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어떤 지역은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곳도 나타났어요. 일명 ‘깡통 전세’입니다. 아주 위험한 물건이에요.
깡통 전세란 ‘집주인이 집을 구입하기 위해 받은 주택담보대출 금액’과 ‘그 집에 사는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의 합이 매매가를 넘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담보대출을 갚고 나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줄 만큼 돈이 남지 않기 때문에,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어요.
깡통 전세에서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있습니다. 바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에요. 이 보험은 전세 계약이 끝날 때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도록 보증하는 상품입니다. 전셋값이 떨어져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할 수 있어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 주택금융공사(HF)에서 가입할 수 있고, 가입 가능한 자격 요건이나 가입 조건, 보증 금액, 보험료, 보상 한도 등이 달라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내가 전세로 계약한 집이 임대사업자의 집이라면, 의무적으로 보험료를 내야 할 수도 있어요. 2020년 7·10 대책에 따라 2020년 8월 18일부터 신규 등록하는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거든요. 역시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보험사가 이를 대신 돌려주는 상품입니다. 전체 보험료 중 집주인이 75%, 세입자가 25%를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임대보증금보증으로 내는 돈은 쌓이는 돈이 아니라 사라지는 돈이에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내 보증금을 무사히 받을 수 있는 장치지만, 집주인이 제때 돈을 돌려준다면 그동안 냈던 보험료가 아까울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전세를 살 때, ‘아까운 보험료’와 ‘안전한 보증금’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고민하기도 했는데요. 만약 다시 전세를 살게 된다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부터 가입할 거예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게 사람 일이고, 요즘 같은 부동산 시장에서 안전한 전세를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Q-2.
집주인의 요구가
이상해요
- 집주인이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본인 우편물을 받으면 부동산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당연히 요구하는 집주인의 부탁이 세입자 입장에서 황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 똘똘이 님
- 이사를 했는데,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못하게 했어요. 결국 주소 변경을 못해서 코로나19 지원금 등을 하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사회초년생이라 급여가 높지도 않았는데 너무 서러웠어요. / 여행하고파 님
A-2.
명백한
불법입니다
전입신고는 세입자의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전입신고를 막는 건 불법이에요.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합니다. ‘대항력’이 없거든요.
이사할 때 반드시 전입신고를 하라는 건 대항력 때문이에요.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입신고는 관할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민원24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이사 후 전입신고 기간은 전입한 날로부터 14일인데, 이 기간을 넘기면 과태료가 부과돼요.
그리고 집주인이 이사하고도 주소를 바꾸지 않는 건 본인의 이해관계 때문일 가능성이 커요. 해당 지역의 청약을 넣으려는 목적일 수도 있고, 최근에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에 ‘2년 실거주’가 추가되면서 ‘꼼수 전입’을 통해 세금을 아끼려는 것일 수도 있어요. 양도세 절세를 위한 위장전입은 불법입니다.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최대 징역 3년 이하에 해당해요.
세입자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막고, 자신의 불법을 당당하게 묵인하라고 요구하는 집주인과는 관계를 맺지 않는 게 최선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집주인이 싫어도 집이 마음에 들어서 계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됐을 때, 그 손해를 세입자인 본인도 함께 감수해야 돼요.
현실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권력 관계가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내 권리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거죠. 여러분, 돈 문제는 냉정합니다. 좋게 넘어갈 수 없어요. 그러니 정확하게 따져보고 계약하세요!
Q-3.
왜 자꾸 저만
손해를 봐야 하죠?
- 집주인이 고양이를 키우니까 나갈 때 청소는 필수라고 했어요. 들어갈 때도 제 돈으로 입주 청소를 했거든요. 무슨 문제만 있어도 세입자가 다 알아서 하라는데, 속상합니다. / 요네즈 님
- 보일러가 고장났어요. 집주인이 세입자가 수리해야 한다는 말만 자꾸 반복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요. / 핑크웨일 님
- 이사했을 때, 고장 나 있던 시설물 사진을 증거로 남겼어야 했는데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살았다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덜 받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 박다혜 님
- 이사를 나가면서 마루에 스크래치가 생겼다고 집주인에게 5백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어요. 내용증명을 세 번이나 보냈지만 묵묵부답이네요. / 아로아 님
- 현재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거실 쪽 윗집 베란다에서 물이 새서 천장에 곰팡이 때문에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구했어요. 그런데 돌아온 집주인의 대답은 윗집 임대인과 알아서 하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임대차주택분쟁조정을 신청해서 임대인에게 수리하도록 강제했어요, 올여름 홍수 때 안방에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더라고요. 집주인이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에요. / ㄱㅈㅎ 님
A-3.
계약할 때 반드시
특약을 체크하세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집주인은 시세만큼 전세 보증금을 올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일부 집주인들이 손해를 볼 수 없다며 세세한 ‘특약’을 계약서에 넣는다고 해요.
특약이란 부동산 계약할 때, 본 계약 외에 주된 계약의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부가하는 특별한 약정을 말합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집주인 혹은 임차인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문제는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못 박으면 1개당 50만 원, 보일러 감가상각비 1년에 30만 원, 애완동물 키우는 것 위반 시 3천만 원을 받아낸 집주인도 있었어요.
계약할 때는 특약을 넣더라도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을 넣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사 전 수리는 집주인 책임’, ‘사는 동안의 수리는 세입자 책임’ 등으로 작성할 수 있어요.
‘보일러는 7년 이상 사용하다 고장이 났다면 노후가 원인이니 집주인이 고친다’, ‘마룻바닥 스크래치나 도배지는 생활 손상일 경우 넘어간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계약 전에 미리 집주인에게 확인을 받는다’, ‘누수 등의 이유로 곰팡이가 생겼을 때 집주인은 즉각 수리에 나선다’ 등 구체적으로 넣을 수도 있겠죠.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면 나중에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훨씬 유리한 입장이 됩니다.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해결될 가능성도 크고요. 결국 기댈 수 있는 것은 문서로 남는 계약서입니다. 계약서를 잘 쓰는 것이 최고의 예방이자 해결책이 될 수 있어요.
아무리 집을 구하는 게 큰일이라고는 하지만, 다 사람 사이에 오가는 거래입니다. 계약할 때, 세입자도 집주인에게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어야 해요.
정당하게 내 돈 내고 그 집에 살 권리를 얻는 건데 왜 눈치를 봐야 하죠? 계약할 때 기죽지 말고 당당한 권리의식으로 무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