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3월, 선물 같은 단 9일의 시간 ‘동벚유’ 이야기 🌸


📌필진 소개 : 저는 제주도에서 ‘찰쓰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찰쓰입니다. 제주 도보여행자를 위한 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계절 별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곳들을 최적의 코스를 선별해 모든 요일마다 다른 테마가 있는 투어로 만들어내고 있답니다. 

여러분은 혹시, 봄이 오는 속도를 계산해 보신 적이 있나요? 오래 전, 신문 기사를 보다가 이정우 불교신문 논설위원이 작성한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여러 기후 전문기관에서 발표한 벚꽃의 개화 시기를 분석해 보면 대개 제주도와 서울은 약 18일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해요. 제주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약 453km, 이를 계산해 보면 하루에 약 25km 정도의 속도로 봄이 오고 있는 셈이에요. 시속으로 따지면 1~1.25km 정도로, 어린아이의 걸음걸이와 비슷한 속도라고 하더라고요. 아기처럼 아장아장 걸어오는 봄의 속도 덕분에, 매년 3월 말이 되면 제주도에서는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져요. 

ⓒ 찰쓰투어


안녕하세요, 잘쓸레터 독자님들! 저는 제주도에서 ‘찰쓰투어’라는 개인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찰쓰입니다. 오늘은 제가 1년에 단 8~9일만 마주칠 수 있는 ‘동벚유’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해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유채꽃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동백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시기.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세 가지 꽃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그 특별한 순간으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기상청도 모르는 벚꽃 개화 시기! 🤔

당일까지 행선지를 모르는 제주 미스터리 투어?


찰쓰투어는 재방문률이 높은 여행사예요. 몇몇 분은 벌써 60회 이상 찾아주셨죠. 2015년, 제주에서 여행사를 시작한 이후 매 계절 새로운 코스를 기획해 왔으니 올해 봄이면 벌써 찰쓰투어의 41번째 계절을 맞이하는 셈이에요. 많은 분들이 찰쓰투어를 다시 찾아주시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단골손님’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만큼, 가족처럼 정이 든 여행자분들이 많거든요.


자주 찾아주시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여행객과 호스트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계속해서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이분들을 다시 만날 수 없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불안감이 오히려 저를 더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어요. 물론 모든 기획이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도 해보지 않은 걸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가슴 뛰는 일이에요.

ⓒ 찰쓰투어


그렇게 탄생한 프로그램들이 바로 하루에 20가지 김밥을 우아하게 테이스팅하는 ‘김밥투어’, 유성우가 쏟아지는 밤, 캠핑의자에 반쯤 누워 배스킨라빈스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별을 감상하는 ‘별비’, 다양한 제주의 수제 맥주를 테이스팅하며 제주를 즐기는 ‘비틀비틀맥주투어’ 같은 특별한 여행들이에요. 오늘 소개할 ‘동벚유’도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 테마 여행이죠.

ⓒ 찰쓰투어


어느 봄날, 우연히 동백, 벚꽃, 유채꽃을 하루에 모두 볼 수 있는 날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이상기온 때문인가 했는데, 그다음 해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었죠.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여행자들과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예쁜 꽃길 스팟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고, 프로그램 이름도 단순하게 동백, 벚꽃, 유채의 앞 글자를 따서 ‘동벚유’라고 지었어요. 처음에는 생소한 단어였지만, 그래서 더 눈길을 끌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가장 큰 고민은 벚꽃의 개화 시기였어요. 보통 투어는 2~3개월 전에 공지하는데, 벚꽃 개화 시기는 예측이 쉽지 않거든요. 기상청도 정확히 맞히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가끔은 예상보다 개화가 늦어지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강풍에 꽃비처럼 사라져 버릴 때도 있었어요. 혹시라도 기대만큼 벚꽃이 피지 않았을 때는 더 좋은 순간을 만들어드리고, 예쁜 사진을 더 많이 찍어드리려고 노력했지만, 벚꽃은 제 마음대로 피어주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경험이 쌓여서 제주에서 벚꽃이 가장 먼저 피는 곳과 가장 늦게 지는 곳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이날 예약하면 벚꽃 많이 피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선뜻 확답하기 어려워요.


‘동벚유’는 찰쓰투어의 계절별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짧은 기간 동안 진행돼요.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단 8~9일,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서만 열려요. 여행 일정도 사전에 공개되지 않아서 여행자는 진행 기간 중 원하는 날짜만 선택할 수 있을 뿐, 그날 어디를 가는지는 당일까지도 비밀이에요.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는 다소 불친절한 방식이지만, 자연이 주는 풍경은 정해진 일정표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요. 그날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봄 풍경을 보여드리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가끔은 여행을 기획하는 게 아니라, 매 계절 제주를 여행자들과 함께 살아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동벚유도 그런 순간 중 하나예요. 봄의 제주에서, 그 계절의 최선을 함께하는 시간. 그래서 저는 여행이라는 말보다, 한 장면을 함께 살아가는 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올해도 그 특별한 9일을 여행자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요. 🌸✨

소문낸 거 들키면 진짜 큰일나는

제주 3월 제철 맛집 & 멋집 🌱


잘쓸레터 독자님들을 처음 만난 것을 기념하며 정말 아끼고 숨겨두었던,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주 여행 정보를 풀어드릴까 해요. 특히, 지금 말씀드리는 식당은 제가 소문낸 게 알려지면 현지 주민분들에게 혼날 수도 있는 진짜 숨겨진 맛집이니까 독자님들만 몰래 보셔야 해요!

초피나무 새순, ⓒ 공공누리


✅ 미나리 대신 초피나무 새순으로 쌈 싸먹는 제주 오겹살

  • 봄이 되고 초피나무(산초와 비슷한)의 새순이 돋아나는 시기에 꼭 찾아가는 ‘도우미식당’. 여긴 소문내면 도민들 사이에서 난리가 나는 집인데 위험을 무릅쓰고 알려드려요. 손님의 95% 이상이 제주도민고, 코로나 19가 유행하던 3년 동안은 도민 외에는 손님을 받지 않던 식당이에요.

    메뉴는 연탄구이 오겹살 정식 하나뿐인데, 가정집처럼 생긴 식당의 마당에 있는 초피나무의 새순을 뜯어다가 오겹살을 구워 쌈 싸 먹을 때 초피잎을 하나씩 넣어 먹으면 그 향긋한 향을 잊을 수가 없어요. 참고로, 초피는 제주에서 자리돔물회에 많이 넣어 먹는 잎이에요.


✅ 이번 봄에 꼭 해 보고 싶은 ‘벚맥’ 

  • 저도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는데, 제주 맥파이 브루어리 마당에 큰 벚꽃나무가 있어요.
    그 나무에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그 마당에서 벚꽃비를 맞으며 수제 맥주를 마시고 싶어요. 마시는 맥주잔에 벚꽃잎이 하나둘 떨어져도 좋을 것 같아요. 당장이라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낭만있는 장소랍니다.


여유로운 여행자라면 이 벚꽃길을 걸어보세요 

  • 벚꽃 스팟은 뭐니 뭐니 해도 7.8km 쭉 뻗은 녹산로를 최고로 꼽지만, 제주대학교, 장전리, 전농로, 신풍리, 혼인지, 자배봉, 골체오름, 중문 주민센터, 예래생태공원 등 예쁜 스팟들은 너무나도 많아요. 단지 모두 가 볼 시간이 없을 뿐!

    만약 여유 있게 여행을 오셨다면, 큰길에서 버스에서 하차해 비자림(평대초등학교 하차) 또는 김영갑 갤러리(삼달교차로 하차)까지 여유 있게 걷다 보면 정말 아름다운 벚꽃길을 걷게 되실 거예요. 언젠가 여행자이던 시기에 배차 간격이 긴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고 그 길을 걸었던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참 많이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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