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쓰투어
어느 봄날, 우연히 동백, 벚꽃, 유채꽃을 하루에 모두 볼 수 있는 날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이상기온 때문인가 했는데, 그다음 해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었죠.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여행자들과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예쁜 꽃길 스팟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고, 프로그램 이름도 단순하게 동백, 벚꽃, 유채의 앞 글자를 따서 ‘동벚유’라고 지었어요. 처음에는 생소한 단어였지만, 그래서 더 눈길을 끌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가장 큰 고민은 벚꽃의 개화 시기였어요. 보통 투어는 2~3개월 전에 공지하는데, 벚꽃 개화 시기는 예측이 쉽지 않거든요. 기상청도 정확히 맞히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가끔은 예상보다 개화가 늦어지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강풍에 꽃비처럼 사라져 버릴 때도 있었어요. 혹시라도 기대만큼 벚꽃이 피지 않았을 때는 더 좋은 순간을 만들어드리고, 예쁜 사진을 더 많이 찍어드리려고 노력했지만, 벚꽃은 제 마음대로 피어주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경험이 쌓여서 제주에서 벚꽃이 가장 먼저 피는 곳과 가장 늦게 지는 곳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이날 예약하면 벚꽃 많이 피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선뜻 확답하기 어려워요.
‘동벚유’는 찰쓰투어의 계절별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짧은 기간 동안 진행돼요.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단 8~9일,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서만 열려요. 여행 일정도 사전에 공개되지 않아서 여행자는 진행 기간 중 원하는 날짜만 선택할 수 있을 뿐, 그날 어디를 가는지는 당일까지도 비밀이에요.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는 다소 불친절한 방식이지만, 자연이 주는 풍경은 정해진 일정표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요. 그날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봄 풍경을 보여드리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가끔은 여행을 기획하는 게 아니라, 매 계절 제주를 여행자들과 함께 살아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동벚유도 그런 순간 중 하나예요. 봄의 제주에서, 그 계절의 최선을 함께하는 시간. 그래서 저는 여행이라는 말보다, 한 장면을 함께 살아가는 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올해도 그 특별한 9일을 여행자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