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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로 손해보기 전 인구 감소로 이득 본 역사 – 2탄

selective focus photography of baby holding wooden cube

지난번, 지금처럼 인구 감소를 걱정하기 전에 인구 증가를 걱정하던 과거 한국의 모습을 돌아보았어요.


인구절벽이 있다면
인구보너스도 있(었)다


1970년이 되자 드디어 10년간 노력한 인구 조절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해요. 합계출산율이 4.5명까지 떨어집니다. 하지만 부모 두 명이서 아이 넷이라면, 여전히 두 사람이 두 배로 늘어난 숫자잖아요? 


정부는 1973년에 모자보건법을 발표하며 임신중절을 합법화합니다. 그러자 출산율이 극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the 독자: 그래봤자 50년대생·60년대생이 이미 많잖아요. 당장 인구가 막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어피티: 맞아요, 바로 그 지점에서 인구보너스가 탄생한답니다.


인구보너스(the Demographic bonus)는 가난하던 시절에 형제자매만 여섯 명, 일곱 명이던 어린아이들이 무사히 생산가능인구가 되는 시점에 발생합니다. 부모님보다 교육수준이 높고, 일자리의 질도 괜찮은 이 생산가능인구는 부모님보다 아이를 덜 낳기 시작해요.


the 독자: 그러니까 생산가능인구는 엄청나게 많은데, 그 노동력이 부양해야 하는 대상은 이전에 비해 많이 감소했기 때문에 가계 경제에 여유가 좀 생겼다는 이야기네요?

어피티: 정확해요! 그때는 평균수명이 지금만큼 길지는 않아서, 윗세대 부양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어요. 부양해야 할 인구가 많으면 이들의 생계를 위한 소비 때문에 질 높은 소비나 유의미한 저축이 어려운데, 그런 상황에서 좀 멀어지게 된 거죠.

the 독자: 부모님도 모셔야 하고 아이도 길러야 하는 ‘더블케어’ 문제와 딱 반대 상황이로군요. 


인구보너스는 ‘인구배당효과’라고도 해요. 요약해 보자면,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높아질 때 본격적인 경제성장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래서 대다수 국가들의 경제성장 형태를 쫓아가 보면, 인구가 폭발하는 베이비붐 시기가 지나고 출산율이 아래로 꺾이기 시작하는 시점에 경제 성장이 본격적으로 이뤄졌어요. 이런 인구배당효과가 지속될 때 최대한 경제성장을 해 둬야만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기에 강력한 인구보너스를 누렸어요. 1990년대와 2000년대 중국의 고도성장도 바로 이 생산인구는 많은데 피부양인구는 적은, 인구보너스가 기여한 바가 큽니다. 중국은 인구보너스가 너무 일찍 끝났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인구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볼 때는, 사실 저출산이나 고령화 그 자체보다는 생산인구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예요. 우리나라의 경우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와 자녀 세대인 X세대·MZ세대간의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 차이가 있어요. 이는 세대별로 생산인구가 보편적으로 제공 가능한 노동의 종류나 형태가 달라지는 결과로 이어져요.


개인의 생애주기보다 긴
국가의 흥망성쇠 사이클

어떤 국가든 경제 발전 과정에서 생산가능인구는 늘었다가 줄어들게 되어 있어요. 인구구조 변화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출산률과 사망률이 모두 높은 단계↗️
  2. 출산률이 유지되며 ➡️ 사망률이 낮아지는 단계↘️ 
  3. 출산률과 사망률이 모두 낮아지는 단계↘️


그러니까 사망률 감소에 이어 출산율 역시 급속히 감소하는 3번 단계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인구보너스라는 경제성장의 추가적인 잠재력이 생성돼요. 잠재력이기 때문에 적절한 정책과 투자로 생산인구에 적절한 일자리를 주어야 발현될 수 있어요. 


한편, 인구보너스가 역으로 바뀌는 것을 ‘인구오너스(the Demographic onus)’라고 해요. 바로 우리나라가 지금 겪고 있는 현상입니다. 많은 생산가능인구는 세월이 지나면 많은 피부양인구가 됩니다. 인구보너스가 컸던 만큼 인구오너스도 클 수밖에 없어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양질의 인프라에 지난날의 인구보너스가 녹아 있습니다.


구체적인 과정에서 인도적 문제가 논의되고 있기는 하지만,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문제 자체는 해결책이 있어요. 생산력을 외부에서 데려오면 됩니다. 지금도 지역의 중소제조업이나 농어업 경제를 지탱하는 인력은 대부분 이주노동자예요. 


다만 이주노동자가 정착하지 않으면 내수시장규모 자체는 줄어들어요. 번 돈을 고향으로 송금할 테고, 여기서 가정을 꾸리고 부모님과 아이를 부양하며 돈을 쓰지도 않을 테니까요. 


사실 우리나라의 1990년대와 2000년대 인구정책은 방향전환이 꽤 늦었던 편이에요. 이번에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죠. 일본을 보면, 저출산이 반등하는 데에는 기업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다고 하네요.


자, 이제 아래 뉴스들이 잘 이해될 거예요. 앞서 읽은 내용을 떠올리면서 인구 문제의 큰 맥락을 살펴보세요.

📚 <라떼극장>에 참고한 자료

  • 김정인(2023).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
  • 김의동(2019). 한국경제 저성장 함정과 구조적 요인(중진국함정 주요 발생 요인과 비교를 중심으로), Asia-Pacific Journal of Business & Commerce 11(3), 126-156
  • 최슬기(2015). 한국사회의 인구변화와 사회문제-인구변동요인과 인구수/인구구조를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 2015년 여름호(통권 제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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