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3만 원 버는 20대 호주 워홀러의 현실

글, 잘쓸레옹 미란다 님
📌 코너 소개: ‘씀’은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는 유학생, 퇴사 후 소비 패턴이 달라진 사람, 독특한 주거 형태에서 살아가는 사람까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주일 소비생활을 기록하는 코너예요. 돈을 얼마나 아꼈는지, 얼마나 잘 썼는지만을 따지지 않아요. 대신 누군가의 소비를 들여다보며 소소한 재미와 생활의 힌트를 얻고, 때로는 서로 위로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Q. 자기소개 해주세요!
  • 작년 12월부터 호주 브리즈번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20대 중반 미란다입니다. 지금은 세컨 비자 발급을 위해 호주 시골 마을에서 지내고 있어요. 집 앞에는 말과 소가 풀을 뜯고 있고 마을 버스는 하루에 두 대만 다니는 정말 조용한 마을이랍니다.

    이 시골 마을의 중심에는 거대한 소고기 공장이 하나 있는데요. 저는 여기서 주 5일 하루 8~9시간 동안 근무합니다. 여기서 포장한 고기는 한국으로도 수출된답니다! 제가 호주살이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시급 31달러(약 3만 원)라는 높은 임금 때문이었어요. 시급이 높은 만큼 씀씀이도 야금야금 커져서, 여기서 모은 돈을 한국으로 무사히 잘 가져가는 게 지금 저의 가장 큰 목표이자 고민입니다.
브리즈번 시티 모습과 집 앞 동네 모습 ⓒ미란다

Q. 내 소비 패턴의 특징이 있다면?
  • 호주 워홀러의 가장 큰 특징, 바로 월급이 아니라 ‘주급’을 받는다는 거예요. 매주 세후 100만 원 정도가 통장에 꽂히는데, 덕분에 매주 금융 치료를 받는 기분이 든답니다. 하지만 주급을 받는 만큼 집세도 매주 ‘주세’처럼 나갑니다. 요즘 브리즈번 집세가 많이 올라서 보통 주에 200달러 이상은 줘야 방을 구하는데요, 한 달에 네 번을 내다보니 월세로 치면 한국돈으로 100만 원 정도예요.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편이죠.

    임금이 높다 보니 전반적인 물가도 엄청납니다. 외식을 한 번 하면 기본 3만 원이 깨져서, 돈을 모으려면 최대한 안 먹고 안 나가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한국에서 즐기던 배달 음식이나 운동도 여기선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외식도 2주에 한 번 할까 말까 합니다. 물건들도 나중에 지역을 이동할 때 다 짐이 된다는 생각에 정말 필요한 게 아니면 잘 사지 않게 됐죠.

    원래도 소비가 많은 타입은 아니지만, 가끔 필요한 품목이 생기면 이상하게 과소비를 하게 돼요. 최근 겨울이 되기 전에 쇼핑센터에 갔을 때가 그랬습니다. (참고로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라 지금 꽤 춥답니다!) 오랜만에 옷을 구매하려니 신이 났는지, 사려던 옷이 아닌데도 자꾸만 손이 가더라고요. 마트에서 식재료를 살 때도 비슷한데요. 지금 당장 먹을 것도 아닌데 장바구니에 담곤 해요. 절제 못하고 과소비를 하는 제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네요.
매주 받는 ‘주급’에 대한 페이슬립 ⓒ미란다

Q. 특별히 신경 쓰는 소비 분야가 있나요?
  • 앞선 내용과 이어지는 이야기인데요. 현재 제가 사는 시골 마을에서 쇼핑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마트뿐이랍니다. 한국에는 편의점부터 노브랜드, 다이소, 올리브영까지 소비 선택지가 정말 다양하잖아요. 하지만 호주는 대형 마트인 ‘울월스(Woolworths)’와 ‘콜스(Coles)’ 두 곳이 독점하듯 시장을 잡고 있는 구조예요.

    현지인들도 보통 이 두 마트에서 일주일 치 식재료를 한 번에 대량으로 사서 요리해 먹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죠. 저 역시 이 두 곳을 번갈아 가며 식재료를 구매하고 있답니다. 게다가 공장에서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매끼 음식을 직접 만들어야 해서, 저의 주 소비 분야는 자연스럽게 식비가 되었답니다. 

호주 마트 외관, 한인마트에서 판매하는 김치와 엽떡 키트 ⓒ미란다

  • 워홀 초반에는 생각지 못한 식재료 비용이 꽤 많이 들었어요. 본가에 살 때는 너무나 당연하게 부엌에 있던 간장, 설탕, 소금 같은 기본 양념을 전부 제 돈으로 새로 사야 했으니까요. 게다가 저는 지독한 한식 러버입니다. 다행히 호주 일반 마트에서도 신라면, 불닭볶음면, 김치 등을 살 수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특히 한인마트 ‘하나로마트’에 가면 한국 물가의 3배까지 뛰는 마법을 보게 됩니다. 이곳에서 5kg짜리 대용량 김치나 꼭 필요한 한국 식재료들을 잔뜩 사다 보니 지출이 꽤 커요. 매실 음료나 떡볶이 키트가 할인한다고 하면 도저히 지갑을 열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어쩌겠어요, 뼛속까지 한국인인 것을요. 번 돈의 상당수가 고스란히 한인마트로 가고 있답니다.

    물론 알뜰하게 소비할 때도 있어요. 호주의 대표 마트인 울월스콜스에서 매주 나오는 반값 품목들 위주로만 잘 구매해도 일주일에서 2주는 거뜬히 버티거든요. 문제는 냉장고가 이미 식재료로 꽉 찼는데도, 매주 참새처럼 마트에 들른다는 점이지만요

Q. 돈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 사실 저도 엄청난 재테크 고수는 아니지만, 해외살이를 하다 보면 돈 관리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더라구요. 매주 주급을 받다 보니 자산 현황을 체크하고 투자 상품을 찾는 주기가 일주일 단위로 빨라졌어요. 호주 달러를 굴릴 수 있는 재테크도 시작했어요. ING 은행의 ‘세이빙즈 맥시마이저(Savings Maximiser)’ 계좌를 개설해 최대 5%대의 고금리 혜택을 누리며 돈을 모으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 원화를 쓸 테니 ‘호주 달러를 어떻게 원화로 잘 바꿔둘까’가 항상 고민이랍니다. 그래서 환전 수수료 할인 이벤트나 환율이 좋을 때를 노려 틈틈이 원화로 환전해 두고 있어요. 수수료를 아끼는 목적도 있지만, 호주 현지에서 당장 쓸 수 있는 달러가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소비가 줄어드는 뜻밖의 절약 효과도 있더라고요.

    이렇게 환전한 원화로는 눈여겨보던 주식을 한 주씩 적립식으로 구매하는 ‘주식 모으기’를 하거나, 채권 등을 조금씩 사며 분산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돈을 그냥 통장에 묵혀두면 저도 모르게 야금야금 써버리게 되니까요. 내 통장의 돈이 한순간도 잠자고 있지 않도록 쉴 틈 없이 굴리는 게 저만의 재테크 다짐이랍니다.
월요일 (43,425원) 

한 주의 근무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은 어디나 그렇듯 참 힘겹습니다. ‘이번 주는 또 어떻게 버티나’ 하는 마음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죠. 일하기 싫은 마음은 어디서 사나 다 똑같나 봐요. 그래도 겨우 출근하는 건 고맙게도 차를 태워주는 공장 동료 언니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은 집에서 걸어가면 1시간 반이 걸리지만 차로 가면 딱 10분 거리거든요. 차가 없는 저는 매주 언니에게 12.5달러(약 13,425원)의 오일 셰어 비용을 내고 편하게 출근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의 첫 소비는 생존을 위한 출근 비용인 셈이죠.

새벽 4시 출근길 모습과 출근 복장 ⓒ미란다

지친 몸으로 퇴근한 뒤 침대에 누워 즐기는 저의 낙은 웹툰입니다. 다음 화를 못 기다리고 결제하는 탓에 이번 주에도 웹툰에만 30,000원을 썼더라고요. 누군가는 취미에 너무 큰돈을 쓰는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여기 와서 시급이 오르다 보니 저도 모르게 금전 감각과 소비 기준이 함께 올라가 버렸습니다. 한국에선 ‘딱 내 시급만큼만 소비하자’라고 생각했는데, 호주 시급이 높은 만큼 취미에 쓰는 비용도 자연스럽게 3만 원 선으로 훌쩍 올라간 것이죠.

이렇게 높은 물가와 함께 소비 습관까지 커져 버려서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예전처럼 아끼며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돈의 단위가 주는 느낌이 한국에 있을 때와 달라졌거든요. 예전에는 ‘10만 원’이라고 하면 하루를 꼬박 일해도 못 버는 돈이라 아주 신중하게 썼는데, 지금은 반나절만 출근해도 벌 수 있는 돈이 되다 보니 금액이 주는 무게감이 사뭇 가벼워진 것 같아요. 벌이가 늘어난 만큼 소비의 고삐가 풀리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요일 (71,056원)
호주는 매주 화요일마다 도미노 피자 세일 이벤트를 해요. 마침 요리하기도 귀찮았던 참이라 동료들과 함께 피자를 먹으러 나섰습니다. 피자 가게 근처는 주차가 마땅치 않아서 근처 ‘알디(ALDI)’ 마트 주차장에 차를 댔어요. 정말 딱 주차만 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이 동네 알디 마트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슬쩍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안으로 들어섰죠. 달콤한 티라미수 케이크부터 먹음직스러운 양념 고기까지,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포장한 도미노 피자와 충동구매한 티라미스 케이크, 호주 국민과자 팀탐 ⓒ미란다


계획에도 없던 장을 잔뜩 봐버렸고, 56.16달러(약 60,316원)라는 뜻밖의 지출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먹지 않았던 음식들을 호주에서는 유독 자주 먹게 되는 거 같아요. 부족한 도파민을 음식으로 채우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마트에서 돈을 쓰고 나니 ‘도미노 피자를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10.00달러(약 10,740원)짜리 갓 구운 피자를 먹으러 왔는데 이걸 눈앞에 두고 그냥 돌아설 순 없잖아요. 동료들과 피자까지 야무지게 해치우고 돌아왔습니다. 피자가 정말 맛있었던 하루였습니다.

수~금요일 (0원) 

놀랍게도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 3일 동안은 제가 사용한 돈이 단돈 0원이랍니다! 어떻게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하루를 보냈는지 제 일과를 얘기해 볼게요.

저는 보통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납니다. 근무는 5시 30분부터 시작이지만 출근 전 여유를 부리기 위해서죠. 보통 오후 2시쯤 퇴근하지만 물량이 많으면 더 늦게 끝나기도 해요. 호주는 하루 기본 근로시간인 8시간을 넘겨 일하면 그 초과 시간에 대해 ‘오버타임(연장근로)’이 적용되어 시급을 1.5배로 쳐준답니다. 제 룸메이트는 돈을 더 모으고 싶어서 매일 오버타임 근무가 걸리기만을 바랄 정도예요. 

집에서 함께 사는 강아지와 고양이 ⓒ미란다


오후 3시쯤 퇴근하면 본격적으로 집순이 모드입니다. 집에 있는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와 놀고 룸메이트와 수다를 떨거나 침대에 누워 유튜브와 웹툰을 보면 하루가 다 가요. 다음 날 새벽 출근을 위해 저녁 8~9시면 잠자리에 드니, 물리적으로도 돈을 쓸 시간이 전혀 없답니다. 게다가 이곳은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환경이기도 해요. 한국에 살 때는 문만 열면 편의점이 바로 나왔지만, 여기는 마트나 식당까지 걸어서 무려 40분이 걸리거든요. 그러다 보니 퇴근 후 한 번 집에 들어가면 쇼핑하러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소비 자극도 덜해요.

한국에선 유행하는 옷이나 ‘두바이 초콜릿 쿠키’를 사러 빵집으로 달려가기 바빴지만, 여긴 소비를 자극하는 광고도 유행도 없는 느낌이거든요. 온라인 쇼핑도 안 해요. 사려던 머그컵이 12.00달러(약 12,880원)였는데 배송비가 14.00달러(약 15,030원)더라고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시골이라 사지 않아요. 유행에 뒤처질지 불안해할 필요 없이, 돈 모으기엔 최적의 명당인 셈입니다. 


토요일 (66,256원) 

워홀을 오면 정말 신기한 인연이 생기곤 합니다. 지난 4월, 브리즈번 근처로 섬 투어를 갔을 때 그곳에 혼자 온 한국인 여성분을 만나 하루 동안 같이 투어를 즐긴 적이 있었어요. 그 후 따로 연락 없이 지내왔는데, 놀랍게도 지금 제가 일하는 공장에서 정말 우연히 다시 마주쳤습니다! 근무 시간대가 달라서 서로 영영 모르고 지낼 수도 있었는데, 마침 제가 퇴근을 늦게 한 날 딱 마주친 거예요. 심지어 그날 이후로는 퇴근길에 그 언니를 또 마주친 적이 없으니, 정말 이어질 인연은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게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동네 중식 맛집, 냉동새우 구매 ⓒ미란다


이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자 이번 주말에 같이 식사했어요. 우리 동네의 중식 맛집으로 갔는데 볶음밥과 탕수육을 조금 시켰을 뿐인데 37.44달러(약 40,211원)가 나오더라고요. 처음엔 외식 한 번 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이제는 이 금액이 익숙해진 저 자신을 보며 완벽히 현지 패치가 되었구나 싶어요. 참, 호주는 뚜렷한 전통 음식이 없는 대신 세계 각국의 오리지널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에요. 브리즈번에서 먹는 중국 음식도 맛있고, 특히 동남아 음식은 현지의 깊은 맛이 난답니다.

기분 좋게 밥을 먹고 언니가 살 게 있다고 해서 ‘콜스(Coles)’ 쇼핑에 따라갔습니다. 구경만 하고 나오려고 했죠. 마트를 둘러보던 중 냉동 새우가 파격 세일을 하고 있는 걸 발견해 버렸습니다. 안 살 수가 없잖아요. 결국 카드를 꺼냐 24.25달러(약 26,045원)를 지출했답니다.

일요일 (0원)
주말의 마지막 루틴은 다음 주에 먹을 출근 도시락을 만드는 것입니다. 공장에 작은 매점이 있긴 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음식을 팔지 않고, 배달을 시켜 먹기도 애매해서 조금 귀찮더라도 매주 직접 싸고 있어요. 한국은 쿠팡 물류센터 알바를 가도 밥을 든든히 챙겨주는데, 호주 회사에서 밥을 주는 날은 1년에 몇 안 되는 특별한 이벤트 날뿐이랍니다. 호주에 와서 반강제로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수제 마라탕과 스시, 도시락 ⓒ미란다


그렇게 부딪히며 만들다 보니 지금은 요리가 하나의 즐거운 취미가 되었고, 이제는 어지간한 요리는 혼자서도 뚝딱 해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요리를 끝내고 난 후에는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를 풀며 온전히 저만의 도파민 충전 시간을 가집니다.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다 보면 가끔 너무 놀기만 했나 싶기도 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한국에서만큼 죄책감이 느껴지지는 않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쉬는 시간에도 무언가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왠지 죄책감이 들고 스스로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호주에서는 그런 강박과 많이 멀어졌거든요. 그렇게 주말에 잘 쉬고 나면 한 주를 달릴 에너지를 얻어요.

화요일 (138,609원)
제 일주일 소비 패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바로 마트 장보기입니다. 사실 앞서 보여드린 일주일 일기에는 가벼운 외식이나 충동구매만 있고 날 잡고 간 ‘계획형 장보기’가 빠져 있었거든요. 이때 보통 일주일치 식량을 한 번에 구매해요. 그래서 제 소비 루틴을 제대로 보여드리고자, 일주일이 지나 다른 주에 다녀온 장보기 하루를 슬쩍 더 가져와 봤습니다.

이곳 시골에서는 마트에 가려면 무조건 차를 타야 하는데요. 차가 없는 저는 요즘 퇴근길에 저를 데려다주는 공장 언니가 장을 보러 간다고 할 때 냉큼 따라붙어 다녀오곤 합니다. 자주 올 수 있는 마트가 아니다 보니 저는 장을 보기 전에 나름대로 전략을 세워요. 우선 집을 나서기 전 냉장고를 열어 떨어진 식재료와 남은 식재료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가장 빨리 해치워야 하는 재료’를 중심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먼저 생각한 뒤 딱 필요한 부재료만 리스트에 적어 구매하죠. 예를 들어 먹다 남은 고기가 있다면 그 고기를 활용할 수 있는 조리법에 필요한 채소만 사는 식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다짐하고 가도 계획에 없던 음식들을 카트에 담고는 해요. 아침 대용으로 먹을 간식이나 요거트, 그리고 요즘 빠져 있는 초콜릿 같은 디저트류는 세일 품목에 보이면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담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언제 또 마트에 오겠어?’ 하는 보상 심리까지 더해져 필요한 것들을 한 번에 몰아서 사다 보니, 마트를 다녀오는 날은 지출이 꽤 큰 편입니다. 이번 장보기에서도 결국 129.00달러(약 138,609원)라는 큼직한 영수증을 받아 들고 돌아왔습니다.

Q. 소비로그를 작성한 소감은?
  • 일주일간의 소비를 쭉 다시 보니 제가 음식에 돈을 정말 많이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마트에서 만 원만 넘게 써도 많이 썼다고 생각했는데, 호주에 와서는 매주 10만 원씩 쓴 내역을 보며 ‘이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골이라 딱히 할 게 없다 보니, 저도 모르게 마트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며 안 써도 될 돈을 쓰고 있던 거 같아요.

    당장 지난 주말, 세일 소식에 홀린 듯 샀던 냉동 새우만 해도 그래요. 다른 식재료부터 처리하느라 벌써 2주째 냉동실에 방치돼 있거든요. 제 소비로그를 직접 마주하며 반성한 끝에, 조만간 식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트 지출을 줄이기 위한 ‘2주간 마트 안 가기 챌린지’를 정말로 도전하려고 합니다.

    이 챌린지 성공을 시작으로 호주에서 땀 흘려 번 돈을 한국으로 무사히 잘 가져가는 그날까지, 영리하고 건강하게 잘 버텨보겠습니다. 해외에서 저마다의 꿈을 향해 치열하게 지내는 모든 한국인분들 다 함께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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