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카카오뱅크는 올해 2분기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한 신용대출 총잔액이 약 4조7000억 원, 전체 대출 중 비중은 32.5%로 역대 최고치라고 해요. 중·저신용자 대출임에도 연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비결은 업계 최초로 중·저신용자와 씬 파일러(thin filer) 고객을 위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모형, ‘카뱅스코어’라고 해요. 기존 신용평가모형에서는 대출 거절 대상이어도 ‘카뱅스코어’에 의해 우량고객으로 선별된 고객이라면 대출을 승인해 주는 거예요. 다만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인터넷은행의 관련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판단했어요. 신규 씬 파일러 고객 발굴을 원했으나, 기존 저축은행권 고객이 ‘갈아타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대출은 장벽이 높아요
씬 파일러는 직역하면 ‘파일의 두께가 얇은 사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막 돈을 벌기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나 자신의 명의로 급여를 받지 않는 전업 주부처럼 기존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일컫는 금융 용어예요. ‘금융 이력 부족자’라고도 하는데요, 돈을 빌린 적이 없기 때문에 갚은 적도 없어, 기존 신용평가 모형으로는 얼마나 성실하게 대출을 상환해 나갈지 평가하기 어려웠어요. 사회초년생이 신용점수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대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바로 씬 파일러이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제4인터넷은행이 추가 인가를 받는다면, 아예 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던 중·저신용자와 씬 파일러를 안정적인 금융소비자로 편입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어요.
정인 한줄평
미국처럼 금융기법이 발달한 나라에서 수집하는 비금융정보의 집요함은 상상을 초월해요. 대출상담을 받으러 와서 ‘금리’나 ‘거시경제 상황’ 같은 단어를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의 연체율은 평균적으로 낮고, ‘맹세하건대,’ ‘신께서’ 같은 단어를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의 연체율은 평균적으로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필요시 대출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굉장한 특권이에요. 비금융정보 신용평가 모형 활용이 활발해져서 사회초년생도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말씨 하나하나 분석당하고 평가받을 가능성 또한 자리하게 되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