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가 한 마음으로 환율을 잡고 싶어 하지만

글, 정인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원화 약세, 

거시 경제 지표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워요

2025년 4분기부터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00원 후반에 머무르고 있어요. 평균 수치를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원화 약세예요. 우리나라 돈값이 너무 저렴해서 미국 달러를 포함해 다른 나라 돈과 교환할 때, 많은 화폐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죠. 환율은 경제현상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예요. 국가의 경제 체력이 약해지면 환율이 올라요. 그러나 2026년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 성적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물가 수준은 안정돼 있어요.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인 CDS프리미엄도 긍정적이에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신년사에서 ‘현재 환율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상당히 괴리돼 있다’고 발언했어요. 


미국도 현재 원-달러 환율을 싫어해요

원-달러 환율이 이례적으로 높아지자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나섰어요.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의 강한 경제 기초체력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원화 약세 수준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죠. 미국에서 나선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나라가 수출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는 거예요. 수출경쟁력만 생각하면 원화 가치는 낮은 편이 유리해요. 실제로 중국은 위안화를 일부러 저평가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환율을 조작하지 않는지 항상 의심받고 있어요. 베선트 발언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에서 1,460원대로 뚝 떨어졌지만, 국내 은행과 개인투자자들의 달러 매수세가 이어지며 금세 1,470~1,480원 대로 올라섰어요.


‘환율 오버슈팅’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최근 증권사와 언론사의 환율 분석에는 ‘오버슈팅’이라는 단어가 등장해요. 오버슈팅은 거시경제에 충격이 발생하면 환율이 순간적으로 적정한 수준을 크게 벗어났다가 점진적으로 복귀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에요. 2025~2026년 원-달러 환율 흐름은 구조적 오버슈팅이에요. 글로벌 증시 호황과 관세, 대미 투자 강요 등, 대외환경을 보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합리적인 시장 참여자들은 달러를 과매수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론대로라면 한국은행이 즉시 금리를 올려 환율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지만, 지금은 글로벌 금리 인하 시기인 데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많아 금리를 잘못 올리면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경기가 얼어붙을 수 있어요. 미국의 재무부장관과 한국은행 총재가 동시에 나선 것은 금리 변화나 정부의 환율 조작 없이 오버슈팅을 진정시키려는 의도예요.

정인 한마디

🎨 지금 같은 상황의 문제는 해외 자산을 사들이지 못한 개인의 자산 가치가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럴수록 더욱 너도나도 달러나 달러로 표시된 자산을 가지고 있으려고 하고, 이게 구조적인 환율 오버슈팅을 부르는 거죠. 구조가 변할 거라는 믿음이 없으면 환율이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되기 어려울 거예요. 일본이 딱 우리나라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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