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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로 살아가려면 선 넘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글, 조이

이번 주 조이의 커리어 다이어리 인터뷰 주인공은 싱가포르에서 고군분투하며 일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김희정 님이에요. 


김희정 님은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기업에서 아시아 지역 브랜드 헤드를 맡고 있어요. 최근에 《선 넘은 여자들: 바다 건너 길을 찾은 해외 워킹맘들의 이야기》(생각의 창, 2024)라는 책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워킹맘들과 함께 펴내기도 했죠. 


책에는 김희정 님을 포함해 총 12명의 해외 워킹맘들의 커리어 여정이 담겨있어요. 저자들이 해외에서 일하며 살아가게 된 이유와 배경은 다양했어요. 하지만, 그들이 어디서든 치열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는 모습과 태도는 참 닮아있더군요. 


자신의 분야에서 멈추지 않고 성장하며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일을 멋지게 해내기를 꿈꾼다면, 김희정 님과 책에 실린 해외 워킹맘들의 이야기가 생생한 가이드가 되어줄 거예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는 ‘나중에’가 되었다.”

자기 계발서도, 성공자서전도 아니다. 그곳이 어디든,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희정 외 지음, 《선 넘은 여자들: 바다 건너 길을 찾은 해외 워킹맘들의 이야기》, 생각의 창

첫 직장에서 마케팅이 천직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의 커리어 여정을 간략히 소개해 드릴게요.

 

중견 가구 기업

 

졸업할 당시 IMF 위기 상황이라 채용하는 회사가 거의 없었어요. 간신히 학교 선배님 권유로 가구회사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회사에서 하라는 일이면 다 하다가 마케팅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좋은 건 알리고 싶고, 사람들의 필요를 파악해 해결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그렇게 저의 성향과 마케팅 업무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글로벌 명품 브랜드 기업으로 이직

 

중학교 시절부터 영어를 좋아했고, 대학에서도 영어를 전공한 덕분에 첫 직장에서도 영어를 써야 하는 업무를 도맡아 처리했어요. 그러다 보니, 영어를 맘껏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졌어요. 그런 마음을 지인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니다가 지인 소개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 기업으로 이직하게 되었어요.

 

브랜드 컨설팅 기업으로 이직

 

글로벌 명품 기업에서 재밌게 일했지만, 한국 지사의 마케터들은 본사에서 정해주는 대로 일해야 했어요. 자율적인 업무의 기회가 적다 보니 마케터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아쉬움에 규모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을 시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어요. 결국, 친구 소개로 다양한 산업을 경험할 수 있는 브랜딩 컨설팅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어요. 

 

외국계 식음료 회사로 이직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서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하지만 에이전시 업무는 고객의 일을 대신 수행하는 특성상 오너십을 갖고 일하기 어려워 아쉬웠어요. 그러던 차에 오매불망 바라던 외국계 식음료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전자기업으로 이직

 

식음료 회사는 광고 예산 규모도 크고, 배울 수 있는 선배님들도 많아 즐겁게 일할 수 있었어요. 이후 대기업에서 채용 제안을 받았어요. 더 늦기 전에 대기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우고, 큰 규모의 마케팅 예산을 집행해 보고 싶어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이직

 

아쉽게도 스마트폰 출시 이후 제가 일하던 전자대기업 휴대폰 사업부가 내리막 길을 걷게 되었어요. 마침 저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어 현실적인 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이직하게 되었어요. 이후 5년 동안 일하면서 둘째를 낳고, 아시아 지역 브랜드 헤드 제안을 받아 홍콩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오피스가 홍콩을 떠나 싱가포르로 옮기면서 현재는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고요.

마케팅은 소비자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일이에요


어떤 분은 제 이력을 보고 ‘일관성이 없다’고 하고, 어떤 분은 ‘못 할게 없겠다’고 하세요. 둘 다 맞는 말이에요. 산업 전문성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마케팅이란 결국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라 어떤 영역이든 소비자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일은 다 잘할수 있거든요. 


저는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각국의 마케팅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희 회사는 글로벌 본사가 없고, 4개의 지역 본부가 각자 플랜을 세워 필요한 부분만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13개 국가의 마켓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전략과 지역별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전략을 같이 연구하고, 실행해요. 


13개국을 관리하고 지원하기 때문에 출장이 많은 편이에요. 한 달에 두 나라 정도는 출장을 가고 분기별로 한 번씩 사장단 회의에서 플랜을 발표해요. 1년에 두 번 아시아 마케팅 미팅을 주관하는데, 여기에서 많은 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준비해야 하죠. 


플래닝을 하는 동시에 팀원들에게 프로젝트 브리핑을 해서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해서 두세 달 정도의 캘린더는 회의와 출장으로 짜여 있고, 이후 일정을 연속적으로 플래닝 해야 한답니다.


경제적 보상과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에요

 

직장인의 가치는 결국 경제적 보상으로 결정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커리어 단계에 따라서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다음 커리어의 레버리지를 만들수 있는 요인들(회사 네임 밸류, 특정 기술 등)은 돈으로 채울 수 없거든요. 

 

저는 이직할 때마다 각기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연봉 상승’과 ‘전문성 강화’를 중점적으로 고려해 선택했어요. 

 

명품 회사에 다닐때 일은 재미있었지만 마케팅에 있어서 자율권이 부족했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제가 계획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적으니 무능한 마케터가 될 것 같아 두려웠죠. 

 

화려함과 편안함을 뒤로 하고 경쟁이 치열한 음료(맥주) 회사에서 일하면서 성장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었어요. 

 

대기업으로 이직할 때는 대기업 시스템이 궁금해 급여를 낮추면서 이직했어요. 기대했던 대로 대기업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저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때 이를 보완해주는 옵션이 생기면 주저 없이 선택했던것 같아요. 그렇게 가다 보면 뭔가 완성되어가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보상에 만족하지만,

‘회사 인간’이라는 사실에 한계를 느껴요

 

저는 마케터라는 직무를 감안할 때, 한국에서는 받기 어려운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싱가포르 물가가 너무 비싸서 아이 둘을 키우고 남는 돈이 거의 없다는 점이 허무 포인트죠.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국제도시의 경험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어요.

 

하지만, 마케팅이라는 업무가 기업에 소속되어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돼요. 끊임없이 트렌드를 공부해야 하고, 감각이 무뎌지지 않게 노출시켜야 하는 압박도 있고요. 

 

어떤 브랜드이든 코어 타겟은 20~30대라서 그들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면 곤란하고, 나이가 들수록 이런 부분은 쉽지 않거든요.

 

오랫동안 쓸모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을 30년 동안 잘해왔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내 비지니스를 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기업에서 사장으로 일하던, 자기 사업을 하든, 늘 새로운 가능성을 시뮬레이션 하면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에서 계속 저를 필요로 한다면 좋겠지만, 결국에는 자기 일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지금부터 서서히 다양한 밸류를 만들수 있는 사람으로 변신해 가고 싶어요. 공저자의 형태로나마 책을 낸 건 내 것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어요. 

선넘은 여자들 : 우당탕탕 이지만 거침없는 해외 워킹맘 이야기 


12명의 저자들이 해외에서 일하며 살아가게 된 배경과 이유는 저마다 달랐어요. 김희정 님처럼 본인이 원해서 선택한 경우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가족을 따라 하던 일을 멈추고 해외 생활을 시작해야 했죠. 해외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비결도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김희정 님의 경우를 중심으로 정리해 볼게요. 


영어 공부는 기본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면 언어 공부를 꾸준히 해두어야 해요. 김희정 님은 중학교에 들어가서 ABCD를 처음 접했는데, 만나는 순간부터 영어가 무작정 좋았다고 해요.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해서 첫 직장에 들어가서는 회사의 모든 영어 업무를 도맡아 했고요. 


외국계 회사로 이직해서는 본사와 직접 업무를 진행하면서 듣고, 보는 모든 문장을 머릿속에 넣으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잘 때도 영어 방송을 틀어두고 꿈에서도 영어공부를 하는 20대를 보냈다고 해요. 그렇게 익혀둔 영어실력이 커리어 성장 가능성을 몇 배로 높여주는 지렛대로 작용했고요. 


기회는 사람으로부터


대기업에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이직했을 때, 근황을 묻는 지인들에게 김희정 님은 ‘소 잡던 칼로 닭 잡는 느낌이지만, 하루에 닭을 백 마리씩 잡는 느낌이야’ 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대기업에서 엄청난 예산을 써가며 마케팅을 할 때는 배우지 못했던 지혜와 비즈니스 전체를 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었죠.


김희정 님은 항상 내가 놓여있는 상황을 긍정하며 배우려 애썼어요. 그런 그를 아시아 지역 사장님이 눈여겨 보다가 아시아 전체 지역의 브랜드 마케팅 헤드 역할을 맡아 보라고 제안했고요. 학벌은 첫 직장을 구할 때만 쓸모가 있을 뿐, 진짜 세상에서는 내가 쌓은 실력, 성과가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내 열심을 지켜보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는 사실도요.


예측 보다 대응


김희정 님은 한국 나이로 38세에 첫 째를, 42세에 둘째를 출산했어요. 잦은 출장으로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라 필리핀 출신 헬퍼와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육아를 했다고 해요. 


필리핀에서 건축을 공부한 자존심 강한 30대 헬퍼와 70대 경상도 출신 시어머니는 식사부터 빨래까지 무궁무진한 소재로 마찰이 끊이질 않았어요. 업무 미팅 중에 흐느끼는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는 등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고요. 


그럴 때마다 김희정 님은 늘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발빠른 대응으로 일과 가정을 지키려 애썼다고 해요.


김희정 님을 비롯해 공동 저자들의 삶이 여전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들의 주거지가 홍콩과 싱가포르이어서 인점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못지 않게 주거비도 비싸고, 입시경쟁도 치열하니까요.


푸른 초원이 펼쳐진 뉴질랜드나 한적한 캐나다에서 일하는 삶이라면 그곳만의 이야기가 숨어있겠죠? 다음 기회에는 또 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해외 근무자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려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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