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ODM 시장의 변화
2025년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중소형 ODM 업체들의 약진입니다.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은 제조사가 제품 기획, 설계, 연구 개발,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진행하는 방식을 말해요.
국내 3위 ODM 업체인 코스메카코리아의 2025년 국내 매출은 약 4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매출이 증가했어요. 토니모리의 계열사인 메가코스는 물론 엔에프씨, 엘에스화장품 등 ODM 회사들은 모두 사업 규모가 한 단계 레벨업했죠. 지난 시간에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이 압도적인 생산 인프라를 통한 ‘100% 국내 생산’에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는데요. 화장품 수출이 증가하니, ODM 시장도 그만큼 커지고 있어요.
최근 눈에 띄는 특징으로는 메이저 인디 브랜드 업체들의 ‘생산 이원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요 인디 브랜드들이 대표 제품의 리뉴얼을 진행할 때, 기존 업체가 아닌 새로운 ODM 업체와 상품 기획을 함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매출 규모가 커지면 생산과 공급의 안정성을 위해 생산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이에요.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요.
경쟁 심화보다는 기회의 확대
그렇다고,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톱2 업체’들의 위상이 하락한 건 아닙니다. K-뷰티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의 발주가 크게 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작은 ODM 업체에서 제조를 시작한 신규 인디 브랜드 업체들도 히트 상품이 생기고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하면 톱2 ODM 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 보니, 브랜드 매출 규모가 작을 때는 중소형 ODM, 히트 상품으로 규모가 커지면 톱2 ODM, 그러다가 매출이 더 커지면 이원화를 통해 톱2 이외 중소형 ODM 업체들을 하나 더 추가합니다. ODM 시장의 진정한 ‘낙수효과’가 시작된 것이죠. 이 과정에서 경쟁이 심화하는 건 맞지만, 기회의 확대로 보는 게 바람직해요. 시장이 줄어들어 살아남기 위해 하는 경쟁과 시장이 확장하면서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달라요.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깨지다
메이저 인디 브랜드 업체들이 생산 이원화를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이유는 역량 있는 ODM 업체들이 그만큼 많이 있기 때문이에요. 최근 화장품 밸류체인상 브랜드 업체들이 ODM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요.
같은 화장품 산업에 속해있더라도, ‘브랜드’와 ‘ODM’ 사이의 영역을 넘나드는 건 쉽지 않아요. 지금까지 ODM 업체들은 브랜드 사업을 하지 않았고, 브랜드 업체들은 ODM 사업을 하지 않았어요. 애초에 업의 본질이 다르기도 하지만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였어요. 실제로 코스맥스의 가장 중요한 경영 원칙 중 하나가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이기도 해요.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조금 달라졌어요. 예를 들어 토니모리는 ODM 기업 메가코스를 2017년에 설립했어요. 지금은 연결 매출의 39% 비중을 차지하는 신규 성장 동력이 되고 있어요. 처음에는 브랜드 업체들의 수주 받기가 쉽지 않았는데, 글로벌 브랜드 유니레버에 납품을 시작하고, K-뷰티 글로벌 모멘텀이 시작되며 수주가 크게 늘었어요. 이대로 가면 ODM 사업이 브랜드 사업 매출 규모를 뛰어넘을 기세죠.
이와 반대로 원료·ODM 업체들의 브랜드 사업 진출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선진뷰티사이언스는 클린뷰티 컨셉의 브랜드 ‘아이레서피’를 내놨고, 셀바이오휴먼텍은 ‘루솜’, ‘유브이셀’을, 비상장 ODM 업체 삼성메디코스는 ‘큐어레스트’라는 브랜드로 다이소에 입점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죠. ODM 업체들이 브랜드를 출시하면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한 우위에 서게 돼요. 일반적으로 인디 브랜드의 원가율이 30% 정도 되는데, 이는 ODM 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ODM 업체가 직접 브랜드를 출시하면 원가율이 15%까지 떨어져요.
다이소와 ODM의 ‘윈윈’ 관계
다이소는 최근 화장품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어요. 국내에서 점포 확장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판매 카테고리를 개선해 점포당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에요. 화장품은 이를 위한 핵심 카테고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2024년 다이소 화장품 매출은 연간 140% 이상 증가했어요. 2025년 6월 기준 500여 개 SKU(품목), 6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2025년 화장품 매출 규모는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죠. 전체 매출의 25%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예요.
애초에 다이소는 한국 인디 브랜드 업체들의 채널 진출 마지막 단계였어요. 올리브영보다도 입점하기 힘든 채널이었거든요. 종합 생활용품 유통업체인 만큼 화장품이 들어갈 수 있는 매대 공간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최근 다이소는 화장품 매대를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입점 브랜드를 물색하고 있어요.
중소 인디 브랜드와 ODM 업체들에 기회가 온 거죠. 특히, ODM 업체들은 원가율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제품 가격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다이소 입점에 거리낌이 없죠. 다이소 전용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온라인 판매는 가능하고, 특히 수출에 제약이 없어서 ODM 업체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에요.
K-뷰티의 세계적인 인기는 국내 산업의 구조뿐 아니라, 유통까지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이전에는 기대하지 못했던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