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의 신용등급이 중요한 이유

글, 정인

Photo by twenty20photos By envato 

📢 오늘의 에피소드는 지난주 <라떼극장>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지난 에피소드를 읽지 않았거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먼저 이 기사를 읽고 와주세요!

지난주 <라떼극장>에서는 국제신용평가사 3사와 국가신용등급의 대략적인 역사를 알아봤어요. 국제신용평가사는 100년 넘은 회사들로, 시장과 산업에 대한 통계를 출판하는 ‘출판사’로 시작했다는 내용이었죠. 

오늘은 지난주에 예고한 대로 

① 대체 국가의 신용등급은 어떻게 매겨지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② IMF 때 우리나라가 국가신용등급 때문에 큰 타격을 받았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③ 요즘은 국가신용등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게요.

① 신용등급은 어떻게 매겨지며, 
무슨 역할을 하는 걸까?

🎬 Scene #1. 

국가: 돈이… 부족해…

어피티: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있는데, 돈이 왜 부족해요? 

국가: 정책을 집행하고 국가를 잘 운영하려면 세금만으로는 부족해요. 예산으로 충당이 안 되기도 하죠. 그래서 추가경정예산을 짜는 거고요.

어피티: 개인이 돈이 부족하면 은행에서 대출받으면 되는데. 국가가 돈이 부족하면 어떻게 하나요?

국가: 국가가 채권을 발행해서 투자자에게 판답니다. 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 국채를 사주면 나중에 이자쳐서 돌려줄게요’라고 하는 거죠. 

어피티: 투자 근거는 어떻게 확인하죠?

국가: 이 나라가 돈을 잘 갚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나타내는 ‘국가신용등급’으로 보면 돼요. 투자할 만한 국가인지, 리스크는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거든요.

어피티: 국제신용평가사가 그 평가를 하는 거죠?

국가: 네, 과장을 좀 섞으면 전 세계에서 국제신용평가사 3사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봐야죠.

국가를 운영하려면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의 개인이나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싶어 하죠. 이럴 때 채권이 발행됩니다. 

투자자가 채권을 사면, 정해진 기간 후에 이자를 더해서 원금을 돌려줘요. 이때 투자자는 국가신용등급을 보고 이 나라의 채권을 살지 말지 평가합니다.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기준은 회사나 개인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국제신용평가사가 그 나라의 정치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를 모두 고려하거든요. 

개인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는 집안이 얼마나 화목한지 따지지 않지만, 국가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는 정치적으로 얼마나 평화로운지도 중요하다는 거죠. 그 나라 정부의 성향도 따지고요.

이렇게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능력을 지닌 신용평가사가 세계에 몇 없기 때문에 S&P와 무디스, 피치 이렇게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자꾸만 힘이 세지는 거랍니다.  

② IMF 때 우리나라가 신용등급 때문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IMF 외환위기가 왜 일어났는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예전 머니레터에서 2회에 걸쳐 다뤘죠.

예전 머니레터 내용을 요약하면

①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아
② 우리나라도 마구 돈을 빌려서 사업을 확장했는데
③ 미국이 갑자기 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세계 금리가 따라 올라서
④ 원금과 이자를 갚을 돈(달러)이 부족해지는 바람에 
⑤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거였어요.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가 정말로 돈이 없었던 상태였냐, 하면 그런 건 아닙니다.

다음 달 월급 믿고 카드 긁다가 순간적으로 월급보다 카드 결제금액이 많이 나온 상황에 가까웠죠. 전문용어로는 ‘유동성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정부가 외국의 투자자들에게 돈을 갚아야 하는데, 갚은 돈이 일시적으로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탁하죠.

🎬Scene #2.

정부: 다음 달에 돈 들어오면 다 갚을 수 있다니까? 우리가 돈을 못 벌어서 그런 게 아니라 잠깐 현금흐름이 삐끗한 건데, 갚는 날짜 조금만 미뤄주라! 상환 기간 연장 좀 해달라고!

투자자들: 그래…?

정부: 그럼! 진짜야! 우리가 잘나가는 수출국인 거 알지?

투자자들: 근데,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너희 말 거짓말이래.

정부: 뭐?! 국제신용평가사들아, 우리 갚을 수 있다니까? 좀 자세히 조사해보라고!

국제신용평가사들: 싫~ 어~

투자자들: 한국 신용등급 끝없이 내려가네. 안 되겠다. 지금 돈 갚아. 이러다 돈 떼이겠네.

정부: 국제신용평가사들 완전 저승사자네. 그래, 난 오늘부터 죽었다고 생각한다. IMF님들… 돈 좀 빌려주세요…

IMF 구제금융의 내용도,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도 사실은 그럴 필요까진 없었던 과한 대응이었다는 의견이 많아요. 하지만 1997년에 너무너무 고생한 나머지 아직 그 후유증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가신용등급에 굉장히 민감해졌습니다. 국제신용등급이 변할 때마다 핫뉴스가 되는 이유예요.

③ 요즘은 국가신용등급이 
어떤 역할을 할까?

🎬 Scene #3. 
전 세계 국가들: 아 진짜, 국제신용평가사들 그냥 확! 절교할까 보다!

어피티: 무슨 일이죠?

전 세계 국가들: 국가에 점수를 매기면서 큰소리치는 거 이해해요. 시험성적으로 실력 전부를 평가할 순 없는 거지만 그래도 시험을 안 치르면 뭘 보고 뽑아야 할지 아예 모르게 되니까요. 시험 내고 점수 주는 쪽이 갑이죠. 근데 그러면, 최소한 중간고사 A+ 맞은 놈이 학사경고 받는 일은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피티: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평가가 정확하지 않다는 말씀이신가요?

전 세계 국가들: 그렇다니까요! 그것 때문에 우리가 본 손해가 얼마나 큰지 알아요?! 안전하다고 해서 안심했더니 여기저기서 위기가 팡팡 터졌다고요!

참고한 논문 자료를 인용하자면 ‘국가신용등급은 한 국가와 그에 속한 기업과 금융기관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기준’이라고 합니다. 

은행이나 대기업의 신용등급은 거의 그 국가의 국가신용등급과 동기화돼있거든요.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가신용등급을 보고 은행과 대기업, 국영기업, 공기업 등과 거래를 하는 거예요.

인간미 있는 신용평가사(?)

물론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당연히 완벽하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이거든요.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때도 그랬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리먼 브라더스’라는 이름의 175년 된 회사가 무너지면서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리먼 브라더스가 망하기 전,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이 회사와 이 회사의 채권이 안전하다고 했다는 점이에요. 당연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죠.

이후 국제신용평가사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아우성이 빗발쳤지만, 어쩌겠어요. 2008년 이후 세계 경제가 너무 안 좋아지는 바람에 오히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한 국가와 회사에만 투자할 수밖에 없게 돼버렸는걸요. 

전 세계적인 위기상황이니 애먼 데 투자하는 것보다는 아쉬운 평가방식이라도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한 곳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 싶었을 거예요.

국제신용평가사 3사의 현행 평가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잠시 뒤로 하고 금융위기 발 경기침체를 이겨내자고 다짐한 순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져버린 게 2020년이었습니다.

다행히 다른 나라 국가신용등급은 줄줄이 강등되는 와중에 우리나라만 신용등급이 유지되는 애국심 차오르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이슈로 전 세계 국가가 경제적인 위기를 맞게 되면서, 신용등급 유지가 칭찬할 일이 되는 웃픈 상황이 벌어진 셈이에요. 

신용등급이 진짜 중요한 이유

2주에 걸쳐 국가신용등급이 왜 중요한지, 국가신용등급 발표 뉴스에 우리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돈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이자,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신용’은 자본주의에서 정말 중요한 개념이죠. 

나라는 개인의 신용등급 못지않게, 내가 소속된 기업과 국가의 신용등급도 중요하답니다. IMF 때처럼 개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만들 수 있거든요. 우리가 신용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신용을 높여가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랍니다.

📚 <라떼극장>에 참고한 자료

  • 최호상(2017), 「재정위기 이후 국가신용등급 결정요인 분석에 관한 연구」, 경제연구 제36권 제1호 146p.~168p. , 한국경제통상학회

공유하기

관련 글

화면 캡처 2024-11-03 080956
언제부터 김치를 사 먹었을까?
바야흐로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어요. 김장철이란 24절기에서 입동(立冬) 전후를 뜻해요. 대체로 11월 7~8일 경이 겨울이 시작된다는...
olympic-games-6314253_1280
올림픽 개최는 남는 장사일까?
2032년에 개최될 제35회 하계 올림픽 유치를 두고 국내 도시 간 경쟁이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올림픽 개최 도시를 한...
8466_2225350_1718092789689973078
이불 팔던 회사가 한국 재계 서열 2위 된 썰.zip
최근 들어 SK그룹이 뉴스에 자주 등장합니다. 우선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개발해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한다는...
woman inside laboratory
간호사는 왜 독일로 갔을까?
최근 몇 년간,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우리나라 의료계 지형에 변동이 일고 있어요. 필수의료 공백과 지방의료 붕괴가 핵심 문제로 떠올...

경제 공부, 선택 아닌 필수

막막한 경제 공부, 머니레터로 시작하세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잘 살기 위한 잘 쓰는 법

매주 수요일 잘쓸레터에서 만나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