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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가족을 돌봐줄 사람은 누구일까요?

woman standing next to woman riding wheelchair
글, 박한슬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약 대신 글을 짓고 있는 약사 박한슬입니다. 라디오에서는 약과 질병에 대한 상식을 전하고, 신문에는 바이오산업과 의료정책에 대한 글을 쓰다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복잡한 의료와 보건, 바이오산업 이슈를 차분하게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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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낯선 ‘돌봄 인력’


처음 돌봄이 필요한 상황과 마주하면 알아야 할 게 참 많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핀 것처럼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대표적인 돌봄 시설의 차이도 알아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사람이 나 자신이나 내 가족에게 돌봄을 제공해 주는지’일 거예요.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큰 병원에 입원하면 간호사가 돌봄을 전담해 준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물론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 처치와 간호는 간호사가 수행합니다. 혈압과 체온을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환자에게 처방된 약을 안내하며, 수액제를 관리하는 등 간호사분들이 다양한 간호 업무를 담당해요. 


하지만 그 외에 몸을 씻고, 한 자세로 너무 오래 누워있지 않게 자세를 바꾸고, 식사를 하고, 용변을 보는 등의 일은 환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것을 혼자서 해낼 수 없는 환자를 위해 돌봄이 필요한 거고요.


오랜 시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업무를 주로 가족, 특히 여성들이 담당했습니다. 그러다 점차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늘고, 맞벌이가 보편화되며 ‘돌봄 노동 공백’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어요. 그 자리를 채우게 된 게 바로 ‘간병인’이라고 불리는 돌봄 인력입니다.


전문성 갖출 기회를 놓친 돌봄 노동


앞선 세대에서 일부 가족 구성원이 일방적으로 돌봄 노동을 전담한 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노동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니, 돌봄에 대한 사회적인 투자나 교육의 필요성도 대두되지 못했어요.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볼게요. 사람이 한 자세로 너무 오래 누워있으면, 특정 부위에만 체중이 실려 피부가 짓무르는 ‘욕창’이라는 증상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누운 자세를 계속 바꿔줘야 해요. 이때 자세를 바꿔주는 시간 간격을 얼마로 잡아야 할까요? 정답은 두 시간입니다. 하지만 지식도 경험도 없이 갑자기 돌봄노동에 투입된 이들이 이런 지식을 알 수는 없습니다.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도, 돌봄을 받는 사람도 여러모로 고역인 거예요.


이렇듯 원래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돌봄이란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돈을 주고 고용하는 간병인에게도 돌봄에 대한 별도의 지식이나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았어요. 돌봄 노동을 요구받던 가족 구성원을 대신할 간병인들의 ‘시간을 사는 데’ 그칠 뿐이었죠.


그러다 2000년대 초반에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조선족 여성들이 간병 시장에 대규모로 진출하게 됐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조선족 간병인’이 등장한 거예요. 


다음 연재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간병인에 의한 학대 같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국적’이 아니라 ‘돌봄 인력이 별다른 돌봄 교육을 받지 못한 데’ 있어요. 아이를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 쉽게 매를 들 듯, 치매 같은 질환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 투입된 것이 문제였죠.


교육받은 인력 ‘요양보호사’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돌봄 인력의 문제점은 이미 정부에서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짧게나마 교육과 실습을 통해 훈련된 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바로 2008년부터 시작된 ‘요양보호사’ 자격 제도입니다. 고령화 선진국인 일본에서 운영하던 ‘개호복지사’ 제도를 유사하게 빌려왔어요.


요양보호사 제도가 운영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 의료기관에 입원해서 의료서비스를 받으면 
  • 건강보험공단에서 총 금액의 80% 정도를 부담하고
  • 개인이 직접 부담하는 금액은 20% 정도예요


  • 비슷하게 요양원과 같은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요양 서비스를 받으면
  • 장기요양보험에서 총 금액의 80%를 부담하고
  • 개인이 직접 부담하는 금액은 20%인 식입니다.


이런 보조를 받으려면 요양보호사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요양원은 요양보호사들을 필수적으로 고용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요양보호사가 꼭 요양원에서만 근무하는 건 아닙니다. 간병인 중에서도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신 분들이 있습니다. 일반 간병인보다 구인이 어렵고, 그만큼 비용도 더 많이 들지만 돌봄에 대해 전문적 교육을 받은 분들이니 실력 면에서 낫다고 할 수 있죠.


요양보호사로 나라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것보다 사설 간병인으로 일하는 경우 수입이 더 크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도 요양 보호사가 아닌 사설 간병인으로 일하는 분들은 계속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현재 민간 간병비 수준의 간병비를 지급하기엔 장기요양보험의 재정이 어려워 요양보호사들의 돌봄 노동에 제값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에요.


해외 선진국들의 ‘돌봄 인력’ 쟁탈전


우리나라에선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일이지만, 해외의 주요 선진국은 이미 돌봄 인력의 확보를 위한 인력 쟁탈전을 벌이는 중입니다. 과거 우리나라 여성 간호사들이 독일에 파견되었던 것처럼, 몇몇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의 간호 인력이나 돌봄 인력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이웃 나라인 일본만 해도 그렇습니다. 일본은 2008년부터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경제협력협정(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EPA)을 맺고 간호와 개호(이하 돌봄)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오고 있거든요. 단순히 인력만 수입하는 게 아니라 일본어 교육을 받고, 개호복지사(요양보호사) 교육까지 받은 후에 일본에서 돌봄 인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본에 들어온 외국인 돌봄 인력이 4만 명 정도예요.


우리나라가 이런 경쟁에서 빗겨날 수 있었던 데는 ‘조선족’으로 불리는 중국 재외동포분들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현대 한국어와는 조금 다르지만 조선말을 쓸 줄 알고, 상대적 저임금에도 일하는 인력이 있었으니 고민을 덜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요즘 젊은 조선족들은 중국의 동화 정책에 따라 조선말을 할 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중국의 조선족 인구 자체도 줄고 있어, 나중엔 조선족으로 이런 돌봄 인력을 충당하기 힘든 시기가 도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인재확보 경쟁에 뛰어들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도 간병인을 구하기 힘들어지고, 점차 간병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는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쉽게 확보할 수 있던 조선족 돌봄 인력 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돌봄 인력을 끌어 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중국 동포용 비자 외에도 외국인 돌봄 인력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어요. 그럼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쓸 수 있는 돌봄 인력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간병 비용이 국가의 관리 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면, 결국은 내가 그 비용을 낼 준비를 해야만 해요. 보험사들은 이런 일을 대비해 간병비 보험 상품도 개발해 둔 상태입니다. 이미 직접적인 의료비용보다 간병비가 커진 상황이니, 민간 보험 형태로라도 위험에 대비하는 게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결국은 간병비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겠죠? 다음 연재에서 이 내용을 조금 더 깊게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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