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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무역은 선진국에게 유리할까?

blue and red cargo ship on sea during daytime
글, 남시훈


📌 필진 소개: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부교수 남시훈입니다. 연구 외에도 경제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콘텐츠도 활발히 제작하고 있어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파트너 채널에서 <이슈 속의 경제학>을 연재했고, 펴낸 책으로는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이 있습니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국제 무역을 하는 이유


전 세계 국가들을 생각해 보면 상대적으로 강한 나라가 있고, 약한 나라가 있기 마련이죠. 국가 규모는 작아도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은 나라가 있는 반면, 국가 면적도 크고 자원도 풍부하지만 생활 수준은 낮은 나라도 있고요. 흔히 전자를 선진국이라 하고, 후자는 개발도상국이라 합니다.


국제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요. 둘 사이의 거래는 누구에게 더 이득이 될까요? 이 거래는 양쪽 모두 원해서 일어나는 걸까요?


답을 하기 전에 세계 대전 이전으로 돌아가 볼게요. 이 시기에는 제국주의 이념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몇몇 강대국이 다른 나라를 식민지배하며 탄압하고, 착취했습니다. 식민제국의 기업과 정부는 식민지의 기업 및 개인들과 거래를 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많은 자원을 빼앗고 인력을 강제로 동원했어요.


현재는 어떤지 볼까요? 세계 정세를 살펴보면, 비록 여전히 강대국과 약소국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자주국가에 해당하죠. 예전처럼 강대국이 약소국을 대놓고 점령하고 장기간 착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요. 드러나기 어려운 정치적 압박이 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무역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위해 햄버거를 구입하면 구입한 사람도 이익이고 판매한 회사도 이익인 것과 같은 원리예요. 구입한 사람과 판매한 회사 모두 자발적인 의사결정을 하기에 서로 이익이 되죠. 국제무역 역시 기본적으로 두 나라의 소비자와 기업의 자발적인 결정으로 구성되기에 모두에게 이익을 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국제 무역을 통해 가치가 새롭게 창출돼요.


절대우위의 원리: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


경제학에서 이런 관계성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비교우위’의 원리입니다. 비교우위를 이해하려면 먼저 ‘절대우위’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해요. 절대우위는 여러 국가들이 각자 잘 생산하는 것을 더 많이 생산한 다음 이를 교환하여 두 나라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굳이 잘 못하는 것을 생산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국가의 자연자원, 기후, 노동력의 양, 기술력에 따라 서로 잘하는 것에 집중하여 무역을 하면, 잘 만드는 것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기에 양쪽 모두 이득이 됩니다. 각자 잘하는 것에 특화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생산성도 높아져요.


그러나 이 절대우위 원리에는 한 가지 허점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두 사람이 망치질과 가위질을 나눠서 해야 한다고 가정해 볼까요? 일을 분담하는데 한 사람이 힘이 세고 다른 사람이 좀 더 세심하다면, 힘 센 사람이 망치질을 하고, 세심한 사람이 가위질을 하면 업무분담이 쉽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보다 힘도 세면서 더 세심하기까지 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국제무역으로 돌아와 말하면, 한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여러 상품을 모두 더 잘 생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돼요.


비교우위의 원리: 둘 다 못해도 비교우위는 있다


이 부분을 설명해 주는 개념이 비교우위 원리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보다 둘 다 잘한다고 해서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잘하는 정도에 따라 분담하면 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망치질을 잘하는 정도는 5배 차이가 나고, 가위질을 잘하는 정도는 2배 차이가 난다면, 둘 다 잘하는 사람은 ‘특히 더 잘하는’ 망치질을 하고, 둘 다 상대적으로 못하는 사람은 ‘그래도 차이가 덜한’ 가위질을 하는 방향으로 분담하면 됩니다. 결론적으로는 서로에게 이득이 돼요.


이 원리를 국제무역에 적용하면 선진국과 개도국이 무역해도 어느 한쪽만 이익을 보는 게 아니라, 양쪽 모두 이익을 얻는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선진국은 기술이 발전한 경우가 많고 생산설비도 우수하여 개도국보다 여러 상품을 모두 잘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이 무역을 해도 선진국이 특히 더 잘하는 상품 생산에 집중하고, 개도국은 그래도 차이가 덜한 상품에 집중하여 무역한다면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거예요.


과거에는 개도국은 농업이나 광업을 통해 생산된 1차 산업 생산품, 혹은 경공업 생산품을 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근래에는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밸류 체인에 포함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핸드폰과 자동차 같은 첨단 제품의 경우 아주 많은 부품과 공정으로 생산이 이루어지는데, 이들 중 노동비용 절감이 필요한 제품의 생산은 개도국에서 진행하여 추가적인 비용절감을 진행하는 거예요. 개도국 입장에서는 이 과정을 통해 국제 경제 체제에 합류하게 되고, 이는 경제발전에 큰 보탬이 돼요.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 그리고 90년대 시장 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발전이 대표적인 예죠. 특히 중국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국제무역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했고 국력이 크게 강해졌습니다. 반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지 않은 북한이나, 국제무역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남미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뒤처졌습니다.

형평성이라는 숙제

    

하지만 개도국이 국제무역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는 미묘한 문제가 포함되어 있어요. 편리한 이해를 위해 아래와 같이 가정해 볼게요.

  • 햄버거를 먹을 때 나의 만족감: 1만 원
  • 햄버거의 생산비용: 6천 원


햄버거가 8천 원이라면 생산자도 2천 원의 이익을 얻고 나도 2천 원 어치의 만족감을 얻으니 비교적 공정하게 양측 모두 이익을 얻은 셈입니다. 


그런데 만약 햄버거 가격이 9,500원이라면 조금 애매해집니다. 


햄버거를 구입한 나도 500원의 이익을 얻었고 생산자도 3,500원의 이익을 얻었으니 둘 모두 이익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에 비해 3천 원 부족한 이익을 얻은 내 입장에서는 분배가 불만족스러울 수 있어요. (햄버거 회사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지 바로 알기는 어렵겠지만, 결국 통계 등의 정보를 통해 분배의 형평성을 확인하게 될 거예요)


선진국과 개도국의 관계 역시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국제분업을 통해서 서로 이익을 얻으며 이 선택은 자유의지에 기반하므로 이것을 착취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개도국 입장에서는 분배가 불리하다거나 충분한 이익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요. 


국제무역이 가져다주는 여러 이점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자유무역이 모두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때문에 국제무역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다음 화에서 국제무역에 있어 개도국에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다뤄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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