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물, 못 보는 게 서운했다고요? 쫄보 동지들을 위해 준비했어요

글, 치타


여름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친척들과 함께 모여서 보았던 <토요 미스터리 극장>이 떠올라요. 타고난 쫄보인지라 화면의 대부분을 가리고 귀를 막고 봐서, 그걸 ‘봤다’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지만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괜찮지? 안 나오지?” 확인해 가며 끝까지 버티곤 했죠. 학창 시절도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공포 영화를 본다고 하면 빠지지 않았지만, 화면 속의 토시요나 사다코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한동안은 밤에 불을 켜고 자야 했죠.


그렇게 무서움에 덜덜 떨면서도 호러물만의 매력에 이끌려 매년 여름이면 텔레비전과 스크린을 찾았어요. 뭔가 두렵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 스릴감을 얻고 싶었거든요. 끝났을 때의 안도감은 덤이었죠. 롤러코스터 출발 전에는 당장 뛰어내리고 싶고, ‘이걸 왜 탔지?’ 싶지만 막상 몇십 초간의 공포를 견디고 나면 살아있음에 감사하면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그런 현상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저는 영화 투자배급사와 OTT 회사에서 일했어요. 콘텐츠 업계에 몸담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영화 추천 부탁도 많이 받았는데, 그럴 때마다 쫄보로서 공포 영화를 엄선해 온 경험이 아주 유용하더라고요. 무서움을 견디며 볼 가치가 충분한 공포 영화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첫째, 대놓고 무섭거나 잔인하면 안 된다: 귀신은 놉…. 유령은 그래도 OK(?)
  • 둘째,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있어야 한다
  • 셋째, 혼합 장르 혹은 색다른 컨셉이 있으면 좋다

오늘 잘쓸레터에서 이 기준을 충족하는 공포영화 리스트를 아낌없이 공개할게요! 이 중에서 하나 골라 골라!

단다단, 러브,데스+로봇, 새벽의 황당한 저주 포스터


🎬 단다단(2024-)

  • 한 줄 요약: 오컬트, SF, 초자연…그리고 미친 액션을 맛있게 버무린 애니메이션. 
  • 추천 이유: 귀신, 외계인 등, 이 세상 모든 무서운 것들과의 대결을 유쾌하게 다루는 작품이에요. 귀신을 보는 ‘모모’와 외계인 덕후 ‘오카룽’의 관계성이 재밌어요. 유령을 패대기칠 정도로 강하지만, 좋아하는 상대 앞에서는 수줍기만 한 10대들의 청춘물입니다. 나름대로 귀엽고, 의리도 있는 주인공들의 심령 외계인 퇴치 액션물을 보고 싶다면? 시즌2가 나온 지금, 정주행하기 좋은 타이밍입니다! 
  • 쫄보 지수: ★☆☆☆☆
  • 감상 가능 플랫폼: 넷플릭스

🎬 러브, 데스 + 로봇(2019-)

  • 한 줄 요약: 시간은 없지만, 강렬한 게 보고 싶다면? 넷플릭스의 판타지 SF 호러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 추천 이유: 제목 그대로, 사랑(R등급)+데스(호러)+로봇(SF) 장르의 귀엽고 잔혹하고 기발하고 웃기는 작품을 볼 수 있어요. 10분 내외의 짧은 단편을 모아 놓은 옴니버스식 구성이라 부담이 없죠. 그중에서도 시즌1의 <무적의 소니>, <굿헌팅>과 시즌3의 <히바로>를 추천해요. 특히, <히바로>는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데 이 시리즈의 팬들이 베스트로 뽑는 작품입니다.
    *추신: 성인 타깃 작품이다보니, 수위가 높은 작품이 많습니다. 
  • 쫄보 지수: ★★★★☆
  • 감상 가능 플랫폼: 넷플릭스


🎬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 한 줄 요약: “나도 이제 좀비물 볼 수 있어” 라고 말하고 싶은 쫄보에게 바칩니다
  • 추천 이유: 주변 사람들이 다 좀비가 됐는데,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일단 좀비처럼 소리를 내고, 걷는 것을 따라 합니다. 놀랍게도 그게 아주 잘 먹혀요! 이 영화의 설정이 그렇습니다. 좀비 영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조금 피가 나오긴 하는데요. 위기 상황마다 영화가 먼저, 개그를 날리며 긴장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주기 때문에 안심하면서 볼 수 있는 코미디물이죠. 이동진 평론가의 평이 이 영화를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 같네요. “음악과 유머가 장르의 놀이터에서 얼마나 흥미롭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 쫄보 지수: ★★☆☆☆
  • 감상 가능 플랫폼: 넷플릭스

겟아웃, 고스트버스터즈, 사바하 포스터 

🎬 겟 아웃(2017)

  • 한 줄 요약: “나, 크리스. 여자 친구의 부모님 집을 방문했다. 그런데 가족이 지나치게 친절하고 뭔가 좀 이상해…내가 흑인이라서 그런 걸까?”
  • 추천 이유: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장면이 없이, 분위기로만 무서움이 고조되는 작품이에요. 극 중반까지 ‘정말 왜 저래?’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 들 수 있지만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죠.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으로,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 ‘블랙 코미디’ 장르의 영화이기도 해요. 스쳐 지나가는 인물의 대사나 행동 하나하나까지 큰 그림을 위한 복선이기 때문에 한 장면도 놓치면 안 된답니다. 되도록, 미리 정보를 찾지 않고 보는 것을 추천해요.
  • 쫄보 지수: ★★★☆☆
  • 감상 가능 플랫폼: 왓챠, 쿠팡플레이

🎬 고스트버스터즈(2016)

  • 한 줄 요약: 뉴욕 한복판에 유령이 출몰했다고? 모두가 비웃을지라도 우리는 출동한다. 고스트 버스터즈. 
  • 추천 이유: 폴 페이그 감독의 왁자지껄한 코믹 액션물이에요. 1984년 제작된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의 리메이크작으로, 이걸 공포물에 넣는 게 많나 하고 누가 물어보면 머리를 긁적이게 되지만, 유령이 나오는 걸요… 희극 연기에 도가 튼 여성 코미디언들이 출연해서 기가 막힌 티키타카를 보여줍니다. <토르>로 잘 알려진 크리스 헴스워스의 ‘금발 미남 허당미(?)’ 를 볼 수 있기도 해요. 가벼운 킬링타임 영화로 제격이에요.
  • 쫄보 지수: ★☆☆☆☆
  • 감상 가능 플랫폼: 왓챠, 쿠팡플레이

🎬 사바하(2019)

  • 한 줄 요약: 신흥 종교 ‘사슴동산’의 비밀을 파헤치던 박목사(이정재)는 그 배후에 소녀들의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추천 이유: <검은 사제들>, <파묘>를 만든 장재현 감독의 작품이에요. 그는 오컬트 장르를 잘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 작품은 신흥 종교가 중심에 있어요. 각본을 쓸 때, 실제 종교 단체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안개가 자욱이 깔린 듯한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놀라움, 분노, 슬픔 등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파묘>를 재밌게 본 당신, <사바하>도 좋아할 것입니다.
  • 쫄보 지수: ★★★☆☆
  • 감상 가능 플랫폼: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경성학교, 해피 데스데이, 웬즈데이, 블라이저택의 유령 포스터 

🎬 경성학교(2015)

  • 한 줄 요약: “외부와 단절된 경성의 한 기숙학교에 입학했다. 우수 학생에 선발되면 지긋지긋한 이 나라를 떠날 수 있겠지. 그런데 어느날부터 하나둘씩 친구들이 사라진다. 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추천 이유: 일제 강점기 고립된 학교. 듣기만 해도 조금, 기괴하고 음산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하지만, 대놓고 무서운 장면이 나오진 않아요. 영화는 상황적, 심리적인 공포를 표방한 성장물에 가까워요. 모든 것을 참고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살아가던 소녀가 원하는 것을 깨닫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미장센이 아름답고, 풋풋한 시절의 박보영, 박소담을 볼 수 있는 작품이랍니다. 공포, 스릴러, 드라마, 액션(히어로…)물 등 여러 가지 장르가 섞인 영화라 호불호가 갈리긴 합니다만, 저는 참 좋아합니다.
  • 쫄보 지수: ★★★☆☆
  • 감상 가능 플랫폼: 티빙, 웨이브

🎬 해피 데스데이(2017)

  • 한 줄 요약: “생일날 죽임을 당하다니, 나만큼 억울한 사람도 없을 거다…눈을 떠보니 생일날 아침이고, 또 살인마를 피할 수 없는 타임 루프에 빠져버린 것 같다. 근데, 계속 죽고 태어나는 게 반복된다면 억울해서라도 범인을 찾아야하는 거 아닐까?”
  • 추천 이유: 미국 할리우드에는 ‘공포 영화의 명가’가 있답니다. 바로,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인데요. 창의적이고 완성도 높은 공포 영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제작사죠. (<겟 아웃>도 여기서 만들었어요) 이 영화는 블룸하우스 영화 답지 않게(?) 무서움은 줄이고, 그러면서도 재미는 포기하지 않은 작품이에요. 공포 영화의 외양을 갖춘 ‘캠퍼스 로맨틱 코미디 타임루프물’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깜짝 놀라는 장면이 있지만,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면역이 생겨 나중엔 웃으면서 보게되는 진귀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어요. 
  • 쫄보 지수: ★★☆☆☆
  • 감상 가능 플랫폼: 왓챠, 쿠팡플레이

🎬 웬즈데이(2024-)

  • 한 줄 요약: <오징어 게임><브리저튼>을 잇는 넷플릭스의 효녀 웬즈데이가 누군지 궁금한 사람? 
  • 추천 이유: 공포 분위기를 맛볼 수 있지만, 실제는 ‘공포인 척하는 것에 가까운’ 작품이에요. 누구보다도 무섭고 근엄한 표정을 한 주인공 ‘웬즈데이’ 가 참 매력적이죠. 표정 하나 없이 잔인한 말도 툭툭 뱉지만, 나름 다정한 츤데레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어요.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무척 흡입력 있어서, 1화를 한번 틀었다가는 멈출 수가 없으니 주의하세요. 팀 버튼 감독 특유의 독특하고 멋진 고풍스러운 프로덕션 디자인 덕에 눈도 호강할 수 있어요. 마침, 새로운 시즌이 8월 6일부터 시작됐답니다. 
  • 쫄보 지수: ★★☆☆☆
  • 감상 가능 플랫폼: 넷플릭스

🎬 블라이 저택의 유령(2020)

  • 한 줄 요약: 이것은 유령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 이야기다. 
  • 추천 이유: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 중에 가장 무서운 작품인데요. 이를 견딜 가치가 있을 정도로 여운이 깊이 남는 작품이에요. 작품은 주인공 ‘대니’가 영국 시골 외딴곳에 있는 블라이 저택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시작돼요. 착한데 좀 이상한 아이들, 비밀을 숨기는 고용인들(항상 그렇듯!), 해가 지면 섬뜩한 소리가 들리는 저택을 배경으로 사건이 펼쳐져요. 초반부는 쫄보들에게는 조금 난도가 있는 ‘깜짝 공격’들이 나오지만. 이를 조금만 꾹 참고 버티고 나면, 눈물콧물을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올 거예요.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쫄보 지수: ★★★★☆
  • 감상 가능 플랫폼: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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