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집 마련
명품은 못 샀는데요, 분양권은 샀습니다
글, 마케터J
어피티: 사회초년생에게 ‘내 집 마련’이란 멀게만 느껴집니다. 매달 청약통장에 돈을 넣고 있지만, 이걸로 언제 어떻게 내 집을 구할지는 잘 상상이 가지 않죠. 오늘부터 연재를 시작할 마케터J 님은 사회초년생 때 청약에 성공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청약에 당첨됐는지, 마케터J 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말실수로 시작한 적금
첫 월급 받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눈이 튀어나오게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아르바이트로는 벌어 본 적 없는 금액이 통장에 꽂혔으니까요.
일단 부모님께 용돈을 넉넉히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달부터는 매달 명품을 하나씩 사겠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우스갯소리를 던졌죠. 이 말에 깜짝 놀란 부모님께서는, 제 명의의 정기적금을 만들어 제가 드린 용돈을 그대로 넣어버렸습니다.
마케터J: 엄마! 이만큼씩 적금 넣으면 난 뭐 먹고 살아?
엄마: 엄마였으면 더 했을 거야. 너 쓸 거 다 생각하고 최소 금액으로 잡았어.
사실 적금이야 해지하면 그만이었지만, 부모님께서 제 명의로 만들어 오신 걸 깨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명품 산다고 농담 한마디 잘못했다가 졸지에 제일가는 적금왕이 되어버렸습니다.
정기적금의 힘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돈이 차곡차곡 날아와 쌓였거든요.
6개월쯤 지나자 돈이 모이는 게 눈에 보이면서 즐거움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1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이 사회초년생은 두 가지의 잘못된 생각을 하고 맙니다.
잘못된 생각 1. 주식으로 자산을 불려보자
주식 1년 차: 뭘 사도 내일이면 오르는 미친 장
처음 뛰어든 재테크는 주식이었습니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3월, 당시에는 삼성전자 우선주가 3만 원대였고 오늘 사면 내일 오르는 황금장이었어요. 초심자의 행운이 아니라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어서 그랬던 건 줄도 모르고, 저는 그저 제가 투자의 귀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주식 2년 차: 다시 살아난 테마주
주식 시작 2년 차, 황금장은 막을 내렸습니다. 주가는 절반 가까이 회복되었고 테마주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어요. 특정 종목이 오를 거라는 불특정 다수의 알 수 없는 목소리를 타고 말이죠.
저도 이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열심히 주식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전기차 관련주와 메타버스 관련주로 최대 150% 정도의 수익률을 내며 처음이자 마지막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주식 3년 차: 수익률 -60%, 지금까지의 실력도 운이었구나!
제대로 자신감이 붙어버린 저는 투자 금액을 늘려 더욱 마이너한 종목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공식을 믿어야 다시 한번 큰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요.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1년을 내리 작전 세력에게 끌려 다녔고 그 결과는 수익률 -60%였습니다. 남은 금액이라도 보전하기 위해 과감하게 주식을 끊었고, 그렇게 저의 짧다면 짧은 3년간의 주식 체험이 반강제로 끝이 났습니다.
잘못된 생각 2. 신용점수를 위해 신용카드를 만들자
신용카드: 신용카드? 잘 쓰는 사람도 있지!
마케터J: 근데 그게 나는 아니야.
신용카드 광고에서 주로 내세우는 키워드는 ‘신용점수’와 ‘혜택’입니다. 어차피 매달 비슷비슷한 금액을 쓸 거라면, 신용카드로 쓰고 갚는 게 신용점수 향상과 일상 속 혜택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을 매우 강조하죠.
누군가는 절제하기 힘드니 애초에 발급받지 말라고 하지만, 저는 그건 그 사람의 자제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생 첫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맙니다.
그때는 몰랐어요. 그 자제력 약한 사람이 바로 저였다는 걸.
잔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결제의 위험성은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첫 달부터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기존 체크카드로 쓰던 금액을 훌쩍 넘어섰어요.
Q. 커질 줄만 알고 작아질 줄 모르는 것은?
A. 카드값
한 번 쓰기 시작한 신용카드를 없애기 위해서는 여태껏 쌓인 카드 값을 다 청산해야 했는데, 이미 커져 버린 소비 습관 때문에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카드값이 최대치를 찍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기웃거리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서야, ‘아, 이대로면 적금도 투자도 아무 의미가 없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재테크 방식을 찾기에 앞서, 일단 신용카드 사용 줄이기부터 들어갔어요.
보너스처럼 큰돈이 들어오는 시기를 노려 카드값부터 갚아나갔습니다. 생활비는 체크카드 위주로 쓰기 시작했고요. 3개월쯤 지났을까, 줄어든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그대로 여유자금으로 돌아와 다행히 다시 적금 저축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어느날 찾아온 청약 시그널
이맘때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뭘 위해 이렇게 돈을 벌고, 모으고, 투자를 하겠다고 설치고, 또다시 모으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집이었어요. 40대쯤 서울에 자가 아파트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거든요.
하지만 적금과 주식만으로는 그 종잣돈이 평생 모이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제 실력으로는요.
이때 머릿속에 떠오른 대책이 바로 청약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청약 시그널이 날아온 거죠.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저랑 상관없을 것만 같던 청약의 문을 두드리게 된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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