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관련된 뉴스를 읽다 보면, 이런 뉴스가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1년에 무려 13,000명 그러니까 하루에 35명꼴로 학업 성취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어요.
인도에서는 논밭을 팔고 모든 가족 구성원이 자녀의 교육에 투자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명문 대학에 들어가려면 중고등학교부터 명문 학교에 입학해야 하니, 중고등 입시부터 가족의 사활을 건 전쟁이 시작되는 거죠.
입시 과열이 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꿈으로 연결되면서, 학생들이 겪게 되는 스트레스는 인도 사회에서도 큰 문제예요. 대부분의 도시 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성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입시 비즈니스의 규모도 엄청나요. 특히 라자스탄(Rajastan) 주 꼬따(Kota)라는 도시는 입시 산업에 의존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년 150,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기숙하며 입시를 준비해, 연간 약 4억 루피의 시장을 이루고 있어요.
그렇다면 인도 학생, 그리고 그 가족들은 어떤 목표를 위해 이렇게 절실하게 입시에 매달리는 걸까요?
이들의 목표는 ITT, AIIMS를 향해 있어요
‘STEM’.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을 부르는 이 네 가지가 인도에서 가장 선망하는 분야입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목표는 전국에 23개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인도공과대학(IIT)과 전인도의과대학(AIIMS) 입학이에요. 우스갯소리로 IIT에 떨어지는 사람이 미국 MIT에는 합격한다는 얘기도 있었죠.
IIT를 졸업하면,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에 수억대 연봉으로 스카우트 되어 해외로 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더 좋은 성적을 거두면 더 큰 기회가 주어지겠죠. 이 점 때문에 세계적인 대학에 입학해서도 과도한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기도 해요.
식민 지배 이후, 사회 변화와 관련 있어요
인도에서의 교육열은 왜 이렇게 뜨거운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카스트 제도가 사라진 것과 관련돼 있어요.
인도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는 동안 계층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직업의 자유가 사회에 퍼지게 되며 자본주의에서의 직업, 특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찾으려는 열망이 폭발적으로 커지게 됐습니다.
사적 영역에는 여전히 카스트 차별이 존재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얻게 되면 그 차별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인식했을 수 있어요.
영국 지배로부터 독립한 후, 초대 수상이었던 네루(Jawaharlal Nehru)의 영향도 있습니다. 당시 국민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과할 정도로 많은 권한을 주었어요.
공무원이 되기 위한 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힘이 막강해지며 자손 대대로 운명이 바뀌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습니다. ‘시험이 운명을 바꾼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죠.
또 ‘산업입국’을 내세우며 네루는 IIT를 전국적으로 많이, 크게 세웠습니다. IIT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죠. 공업 기술력이 국가의 근간이라 여겼고, 공업의 발전에 국가의 명운을 걸었으니까요.
인도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인도는 신자유주의로 국가의 기조를 바꾸며 과거 국가 자본주의의 기조를 완전히 벗어던졌습니다.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STEM 분야의 고급 인력들은 필요한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었습니다.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추고 있어 미국 등 해외 시장에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이들이 받는 대우는 인도 현지에서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컸어요.
미국 등 세계 시장으로 스카우트 되어 나간 인재들은 다국적 기업에 취업한 후 인도인 특유의 능력을 발휘하여 세계 굴지의 전문 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인도 국내 학생들에게는 더욱 큰 자극제로 작용했죠.
뜨거운 교육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에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 국가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 수준이 아주 낮아서 청년 실업률이 25% 정도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에요.
게다가 도시화가 확대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조기 교육 열풍이 더욱 뜨거워지는 중이기도 해요.
제조업이 발전해 일자리 보급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실업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인도의 교육 열풍은 지속될 거예요. 인도의 교육열은 여러 사회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만들어진 산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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