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손아귀속주식
내가 버리는 쓰레기가 가는 곳
글, 김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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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리수거장으로 향했어요
2년 전 어느 날, 집을 나서며 아파트 분리수거장으로 향했습니다.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를 분리해서 넣고 있는데 뒤에서 매서운 눈초리가 느껴졌어요. 평소에 못 보던 직원분이 제가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독하고 계시더라고요.
직원분은 날카로운 말투로 제게 물었습니다. “페트병은 라벨 제거해서 넣으셔야 돼요. 그 비닐은 씻으신 거죠?” 저는 당황해서 대답을 얼버무리고 말았어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네이버 앱에 들어가 ‘분리수거 방법’을 검색했습니다.
저 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분리수거장에 가면 ‘저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다 처리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집에서도 종이 박스, 각종 플라스틱 병들, 비닐 봉지 등 매일 재활용 쓰레기가 안 나오는 날이 거의 없으니까요.
“사람들이 무시하고 구역질하며 외면하는 사업일수록 이상적이다.”
피터 린치의 책 <월가의 영웅>을 읽다가 이 문장을 보고 멈춰 섰습니다. 당시 저는 미래 유망 종목을 찾는데 집중했던 터라, 피터 린치의 말이 의아했어요. 사람들이 외면하는 사업이 돈을 벌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피터 린치는 경쟁이 치열하고 복잡한 업종보다는 지루해 보이고 혐오스러운 사업을 하는 회사의 주식을 멋진 종목이라고 표현합니다. 예를 들면 곰팡이를 제거하고, 폐기물을 처리하고,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말이죠.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인선이엔티’는 피터 린치의 말에 영감을 받아 사게 된 주식입니다. 폐기물을 수집, 운반, 선별, 재활용, 소각, 매립까지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폐기물 일괄처리 기술 및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에요.
2020년 우리나라의 하루 일 평균 폐기물은 50만 톤, 건설폐기물은 24만 톤, 생활폐기물은 6만 톤 이상 나온다고 하는데요, 인선이엔티는 특히 국내 건설 관련 폐기물 처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으로도 확장을 준비하는 중이라 안정적인 매출과 성장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코스닥에 상장된 인선이엔티의 현재 주가는 8천 6백 원대이고 시가총액 4천억 원 정도입니다.
270개 이상 매립지를 운영하는 미국 기업도 있습니다
미국 폐기물 관리 업체 중 1위 기업은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 WM)’입니다. 2014년에 40달러 가량이었던 주가는 160달러까지 꾸준히 상승해왔습니다. 올해 4월 초 기준, 시가총액이 87조 원대이고, 배당수익률 1.72%를 보이고 있어요.
미국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게 쓰레기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 수준은 낮은 편이라고 해요.
WM도 폐기물을 수거하고 매립하지만, 재활용 비율은 6%에 불과합니다. 환경 친화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재활용과 관련된 비중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경제적 해자, 들어보셨나요?
폐기물 처리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면서 떠오른 단어는 워렌 버핏이 널리 알린 ‘경제적 해자’입니다.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곽을 따라 파놓은 못을 뜻합니다. 기업의 경제적 해자는 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의미해요. 경제적 해자는 지속적인 영업이익률과 좋은 기업을 찾는 일과도 연결되죠.
폐기물 업체들은 업종 자체의 특성 면에서 경제적 해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쓰레기 매립장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쟁업체가 들어오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해요.
저는 플라스틱을 주목했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플라스틱입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어요. 유럽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100% 재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와 아디다스, 로레알과 같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도 재생원료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어요. 이렇게 플라스틱 패러다임이 변화한다면 생분해 플라스틱이나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재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겠죠?
우리나라 기업도 재활용 생태계에 대비하고 있어요
국내 화학소재 대기업도 친환경 기업으로 변화를 추구하며 재활용 생태계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LG화학은 옥수수 등 식물 유래 원재료를 사용하는 생분해 소재에 투자하며 미국과 국내에 공장을 세우고 있어요.
롯데케미칼은 2024년까지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 설비를 11만 톤 규모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폐플라스틱으로 생산된 열분해유 기술을 활용해 가전제품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국내 최초로 폐PET를 원래 품질의 페트로 생산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를 조성하는 중입니다. 이곳에서 연간 25만 톤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해요.
SK지오센트릭은 아직 상장하지 않았지만, 수익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열심히 발전하고 있어요
중소기업 중 생분해 쇼핑봉투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2021년에 코스닥에 상장한 ‘세림B&G’예요. 이 기업은 식품에 사용되는 포장용기와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필름 및 포장재를 만듭니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니 세림B&G도 친환경 사업영역을 넓혀간다면 더욱 성장할 거라 생각해요.
세계는 지금, 우리의 소비가 환경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도록 각성하는 중입니다.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과 규제,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기업들을 주목하는 투자자에게 또 다른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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