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피티 인생극장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최악의 선택이 최선일 수 있다니
글, 정인
📌 경제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작품을 어피티가 소개한다? 네, 그렇습니다. <어피티 인생극장>은 드라마, 영화를 주제로 경제 이야기를 줄줄 떠드는 시리즈로 기획되었어요. 스포일러 없이 영화 추천도 받고 얼떨결에 경제상식도 얻어갈 수 있는 어피티 인생극장 시리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지난화 보러가기
장르: 액션, 코미디, sci-fi
추천인: 수진
수진의 별점: ⭐⭐⭐⭐
정인: 전 왜 이 모양일까요?
수진: 갑자기요?
정인: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자꾸 지난 과거를 떠올리고 후회하기를 반복해요.
수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시면 힐링되실 거 같은데!
정인: 어떤 영화길래요?
수진: 뭐랄까, 위안을 주는 영화예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정말 강력 추천이에요.
“때로는 사소한 한 가지 선택이 인생 전체를 바꿔버리기도 하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2022년에 개봉한 SF 액션 판타지 코미디 영화예요. 말레이시아 출신 배우인 양자경을 주연으로, 동양계 배우들이 활약했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 오스카를 포함해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큰 화제가 됐어요. 특히 주연배우인 양자경이 아시아계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말했던 소감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어요.
“여성 여러분,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듣지 마세요.
And ladies, don’t let anybody ever tell you you are past your prime.”
감명 깊은 메시지이기도 했지만, 영화 내용과도 연결되는 이야기예요.
영화 속 에블린의 삶은 최악? 최선?
영화의 주인공인 에블린은 미국에 이민을 와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툰 영어로 까다로운 세무조사도 해결해야 하고, 남편 웨이먼드는 물렁한 성격인 데다 딸인 조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에블린은 완벽한 사람이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에블린은 나쁜 상황에서 더 나쁜 선택을 해버리고, 나쁜 상황은 곧 최악의 상황이 되곤 해요.
에블린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너무 일찍,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듯합니다. 혹은 ‘전성기’ 자체가 없었는지도 몰라요.
수진: 쌓여있는 빨랫감을 보고 ‘세탁소 운영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싶더라고요.
정인: 네? 세탁소는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사람들이 흔히 선택했던 자영업인걸요?
영화도, 인생극장의 ‘딴 얘기’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민자와 세탁소, 왠지 익숙한데?
설정상 에블린 가족은 중국계입니다만, 사실 미국에서 ‘세탁소’하면 한인 이민자입니다. 언어장벽과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1세대 한인 이민자들이 많이들 택한 업종이 바로 세탁소이기 때문이에요.
세탁소는 빈손으로 미국에 건너간 한인들의 아메리칸 드림 그 자체였어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주한인세탁총연합회(Federation of Korean Drycleaners Association)’에 따르면 2002년 기준, 미국에 있는 세탁소 절반을 한인업체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수진: 세탁기 수십 대 사는 돈, 세탁기 놓을 넓은 공간 임대하는 데 드는 돈만 생각해 봐도 초기 자본이 적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정인: 그렇긴 하지만, 세탁기와 공간은 임대로도 가능하니까 신용카드 할부 개념으로 마련하면 덜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게다가 이민 준비를 하면서 세탁 기술을 배워 갔을 테니 현지에서 허가받기는 쉬웠을 거고요.
수진: 그러니까 다른 사업보다는 초기 자본이 적게 들었을 것이다?
정인: 네. 일단 손님과 대화를 적게 해도 되고, 커뮤니케이션이 매출에 필수적인 사업도 아니고요.
한국계 이민자 1세대가 많이 택한 선택지였어요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로 향한 한인 이민자 1세대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직에 도전했습니다. 같은 자본으로 투자한다고 했을 때, 다른 자영업에 비해 세탁소는 꽤 괜찮은 선택이었어요.
세탁기만 임대하면 다른 조건 없이 바로 영업이 가능하고, 세탁 기술은 한국에서도 배워올 수 있었죠. 게다가 가족이 함께 일하기도 좋았어요.
한인 1세대가 대규모 이민을 시작한 시점은 1970년대였는데, 그때는 우리나라 봉제산업이 대단히 발달했던 시절이라 바느질에 익숙하고 능숙했던 한인 세탁업주들은 세탁소에 바느질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세탁소에서 떨어진 단추를 달아주거나 터진 솔기를 꿰매주는 것이 해외에서는 그렇게 흔한 서비스가 아니라고 해요. 수선 서비스가 한인 세탁소의 차별점이 된 걸지도 몰라요.
아직도 한국 이민자가 꽉 잡고 있을까요?
수진: 아직도 한국인, 하면 미국에서는 세탁업자를 떠올릴까요?
정인: 한인 2세대나 3세대는 대부분 대학 학위를 따서 사무직이나 전문직에 도전하고 있다고 해요.
수진: 그렇다면 1세대 이민자 여러분이 은퇴하신 이후에는 또 다른 국적을 가진 이민자 여러분에게 세탁업이 돌아가겠네요?
정인: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탁업을 선택하기 전에는 미국 세탁소를 운영하던 사람들이 거의 유대인들이었대요.
특정 국가의 이민자 그룹이 몇몇 업종에 집중되는 현상은 꽤 흔합니다. 2015년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 평균에 비해 세탁 자영업에 34배, 인도 사람들은 모텔 등 숙박업에 84배 집중돼 있대요.
하지만 미국 세탁산업의 지형도 바뀌고 있어요. 이민 1세대의 자녀 중 영어를 모국어로 배운 대학 졸업자들은 세탁소를 이어가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1세대나 1.5세대가 은퇴하고 나면 이 자리는 누군가 다른 이민자들이 이어받을 거예요.
외부 환경도 쉽지만은 않아요. 화학약품을 많이 사용하기 마련인 세탁소에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거든요. 미국에서 세탁업은 공해산업으로 규정돼 법적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현재 미국 시장의 세탁업은 조금 다릅니다
미국 세탁산업 시장 규모는 결코 작지 않아요. 2021년 기준 108억 달러(약 14조 5천억 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웹툰 시장 규모가 1조 5천억 원이니, 우리나라 웹툰 시장이 10개가 있어야 미국 세탁 시장 하나만큼 돈이 도는 셈이에요.
미국 세탁산업은 2030년까지 매년 4.5% 성장하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비공식 통계로는 이것보다 훨씬 크다고 해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볼 수 있는 OTT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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