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 ‘아트’와 ‘재테크’를 합친 신조어입니다. 미술품에 투자하는 걸 말해요. 오랜 시간동안 예술작품과 관련된 투자는 부자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저도 삼성의 ‘리움’ 미술관 사례를 보면서 미술품 투자는 재벌만 하는 줄 알았답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최소한 5~10년은 묵혀놓을 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전에는 관심조차 없었죠.
지인을 통해 만난
미술 투자 🎨
대학 경제연구소에서 연금을 주제로 한 연수를 듣던 어느 날. 연구소 직원분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친한 선배가 아트디렉터인데 소개해주겠다’, ‘요즘 부자들은 이런 걸 하더라’, ‘우리 가족도 몇 점 투자했는데, 관심 있으면 한 번 갤러리에 가봐라’ 라는 얘기를 들었죠.
이후 ‘아트테크’ 강의를 무료로 들을 기회를 가진 뒤에는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알음알음 부자들 사이에서만 진행되는 재테크라니, 너무 궁금하잖아요! 그치만 흥미가 생겼다고 바로 뛰어들어서는 안 되겠죠. ‘묻고 따지지 말고 더블로 가!’가 아니라 직접 갤러리에 방문해서 수익구조 등 궁금한 걸 여쭤보고, 직접 그림들을 살펴봐야 투자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직접 갤러리에 방문하게 됐습니다. 운 좋게도 아는 분에게 소개를 받아 갤러리의 이사님과 아트디렉터를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이 분들은 미술 투자에 일반인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아트테크’ 회사를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사실 제 귀에는 예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서도 투자를 끌어내서 더 큰 미술시장을 만들려고 한다고 들렸어요. 잘 모르는 분야인 만큼 더 조심스럽게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트테크 플랫폼의
수익구조 🧮
아트테크 회사는 여러 작가들과 정기적으로 계약을 맺고, 작품을 도매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작품을 매매하거나 렌탈하는 과정을 플랫폼이 맡아서 진행하면서 작가에게 정기적인 수입이 들어오도록 만들어둔 거예요. 투자자(구매자)는 투자 수익을, 플랫폼은 중개수수료를 가져가고요. 사실 한국 미술계에는 작품이 판매되지 않아 예술의 길을 포기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작가의 생계를 도와주는 새로운 수익모델이라고도 볼 수 있죠.
이 회사는 갤러리에 방문한 고객이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작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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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작품의 가격이 올랐을 때 파는 방식입니다. ‘미술품 투자’ 하면 제일 먼저 떠올려볼 수 있는 투자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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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렌탈료를 받는 방식이었어요. 구입한 그림을 다시 갤러리에 위탁해 렌탈을 맡기고 매달 렌탈에 대한 임대수익을 받는 거예요. 제가 갤러리에 방문했을 때에는 세전 연 8%의 수익률을 보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세금도 적게 떼다 보니 P2P 투자보다 수익률이 좋을 것 같았어요.
각각의 방식이 어떤 내용인지 이제부터 자세히 설명해드릴게요.
첫 번째,
팔아서 남기는 방법
작품을 구입해 집에 걸어놓거나 보관해두는 것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입니다. 나중에 미술품의 가치가 올랐을 때,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아서 그 차익을 남기는 거죠. 그림을 누구에게 팔아야 하나 궁금하실 텐데요. 최근에 등장한 아트테크 플랫폼에서는 ‘재매입’ 방식을 통해 고객에게 팔았던 작품을 다시 사들여줍니다.
아트테크 플랫폼이 관리하는 작품은 가격이 안정적인 편입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에서 인증한 ‘호당 가격’을 작품 가격으로 정하고 있거든요. 작가의 정기적 활동, 작품 판매량, 전시회 이력, 작품 소유처 등을 고려해 가격을 산정합니다.
협회를 통해 가격 관리가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아트테크 플랫폼에서 다시 사들여주니까 투자자 입장에서는 잠깐 작품을 보유하고 있던 동안 발생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겠죠. 작가 입장에서도 아트테크 플랫폼이 알아서 작품의 가격을 올려준 데다, 수익의 일부를 받아 꾸준한 수입을 올릴 수 있으니 훨씬 부담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갤러리 설명회에서는 ‘아트테크 회사가 초기에 판매한 작품의 호당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홍보하더라고요. 이 얘기를 듣고는 워낙 그 회사가 활발하게 작품을 매매해 생긴 거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도 작가에게 꾸준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방식인 만큼, 작가가 생계 문제로 붓을 꺾는 일(미술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예요)은 줄어들테고, 호당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
두 번째,
빌려주고 돈 받는 방법
사기업 빌딩이나 공공기관에 작품들이 걸려있는 모습을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요즘에는 기업에서 미술품 렌탈을 많이 하는 추세입니다. 회사 방문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미술품을 구매할 경우, 비용처리가 가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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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갤러리에서 직접 렌탈을 해주면서, 갤러리와 작가만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었지만 아트테크가 나온 뒤에는 작품을 구매한 고객도 수익금을 함께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작품을 구매해서 집이나 창고에 보관해두는 게 아니라, 작품이 필요한 곳에 렌탈해주면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내는 거예요. 제가 조사했던 시기에는 구매자에게 약 8%의 렌탈 수익금을 지급했어요. P2P와 마찬가지로 아트테크라는 투자 방법이 유명해지고, 거래대금에 대한 지급 보증을 받는 에스크로 계좌를 사용하는 등 리스크가 적어질수록 수익률은 점차 줄어들 것 같아요.
이렇게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렌탈료 수입을 낸 뒤에는 다시 아트테크 회사에서 그림을 사들여줍니다. 가격이 그대로라면 작품을 구입한 가격에 회사가 매입하고, 가격이 올라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상태면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작품을 구매할 사람을 연결해주는 거죠.
시세차익도 소득이니까 소득세를 내야 할 텐데요. 작품 개당, 점당 또는 조당 양도가액(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가격)이 6천만 원 이상인 경우에만 세금을 매깁니다. 양도차액(양도 시 시세 차이 금액)의 22%, 양도금액의 4.4% 수준이에요. 미술품 양도세는 20년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다른 투자방법에 비해 세금 부담이 적은 편이에요. 워낙 생계형 작가가 많다보니 세금을 더 늘리기는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세금은 작품 작가가 생존해있는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작가가 생존해있을 경우, 소득세법 시행령 41조에 따라 양도차익(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남기면서 발생한 시세 차이에 따른 이익)에 대해서는 비과세(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가 적용돼요. 만약 작가가 사망한 상태라면 양도소득세를 매기지만, 미술품 시장에서는 작가가 사망했을 때 작품의 가격이 더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트테크,
진짜 괜찮은 걸까? 🤔
미술품을 이용해 증여, 상속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는 전부터 자주 문제가 됐었는데요. 최근에는 렌탈을 활용해 세금을 덜 내는 경우도 있다더라고요. 부모님이 구입하고 렌탈료를 받으며 소장하다가 자녀에게 넘겨주거나 렌탈료를 자녀의 통장에 넣어주는 식이죠.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법인을 운영하면, 다른 가족 명의의 미술품을 렌탈 받아 수수료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는 속으로 ‘부자들은 이런 걸 옛날부터 알았겠구나’ 싶었답니다.
오늘 얘기 드린 내용만 놓고 보면, 아트테크가 놓치면 안 될 만큼 좋은 투자 방법인 것 같은데요. 지나치게 좋은 조건을 보면 먼저 합리적인 의심을 해봐야겠죠. ‘혹시 사기는 아닐까?’ 하고요. 저도 살짝 의심이 들어서 갤러리 관계자분과 미팅한 그 날, 더 자세하게 질문해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 시간에 더 풀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