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현동에 위치한 나락서점의 모습이에요.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을 때, 나락서점를 찾아주세요.
김하살: 서점 이름은 왜 ‘나락’인가요?
박미은: 직장 생활을 할 때, 유난히 퇴근길이 길었던 날마다 책을 사서 읽었어요. 그럴 때마다 나만의 세계가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죠.
나락에 떨어지는 것 같은 순간에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고, 조금 강하게 말해서 ‘구원’받았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웃음).
그런 의미에서 서점을 지을 때 이름을 나락이라고 지었어요. 살다가 이 순간이 인생의 바닥인 것 같을 때, 위로되는 책을 만나는 곳이길 바라면서 말이에요.
수영장 바닥 같은 나락이라면…
김하살: 서점 로고도 특이한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박미은: 로고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던 즈음에 한창 수영에 빠져 있었어요. 그때 차가운 수영장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는 데 ‘수영장 바닥 같은 나락이라면 망설임 없이 빠져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락’하면 어두운 종말과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저는 나락이라는 단어를 밝은 느낌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다는 건 이제 올라갈 길만 남았다는 거니까요.
어떤 목마름이 있던 것 같아요.
김하살: 서점은 어떻게 열게 되었나요?
박미은: 대학생 때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꿈이었어요. 현실을 반영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인도에 있는 NGO에 가서 해외 자원봉사를 했는데, 이때 생각이 바뀌었어요.
현실과 다큐멘터리의 차이는 너무 컸어요. 저는 그때 현실을 택했어요. ‘영상으로 가공되지 않은 진짜 현실을 담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NGO에 취업을 했어요.
일을 하다 보니까 어떤 목마름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NGO에서 근무하면 저랑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나와 비슷한 사람들, 결이 맞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독립서점을 열었어요. 서점에서 모임을 열어 나와 비슷한 친구를 만나 공감하고 서로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으로요. 개업일이 2019년 8월 15일이었으니까 이제 3년이 다 되어갑니다.
제가 독립출판물을 좋아해요.
김하살: 나락 서점에는 독립 출판 서적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있나요?
박미은: 제가 독립출판물을 좋아하거든요. 독립출판물은 나와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 날 것의 이야기, 틀을 깨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좋아해요. 독립서점만의 장점인데 광고나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우니 제가 좋아하는 책으로 서점 책장을 꾸밀 수 있어요.
김하살: 나락 서점은 독립 출판 서적을 위한 혜택이 꽤 많다고 들었어요.
박미은: 보통 분기별로 정산하는데 저희는 월별로 해드리고 있어요. 물론 나락서점처럼 한 달에 한 번 정산하는 서점도 있어요.
작가님들에게 금전적으로도 앞으로의 창작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자주 정산하는 편이에요. 이 정산 업무가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리는 업무라서 솔직히 좀 힘들긴 해요(웃음).
서점은 돈을 어떻게 버나요?
김하살: 이제 돈 이야기를 하려는데요, 서점의 매출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박미은: 먼저 책을 판매해서 얻는 수익이 대부분이에요. 작게나마 부수입으로 얻는 수익도 있어요.
예를 들어 1인당 참가비 2만 원짜리 독서모임을 주최한다면, 이 2만 원에 책값 1만 5천 원이 포함되어 있어요. 여기서 남은 5천 원이 저희의 수익이 되고요. 책을 판매하면 저희 서점 측에서 가져가는 수수료 수익이 있으니, 여기에서도 수익을 얻는 거죠.
모임에 오시는 분들이 책을 사갈 때도 있어서 여기서도 수익이 발생해요. 음료 판매는 전체 수익의 5% 정도 돼요. 지원 사업으로 지원금을 거나, 굿즈나 제가 들여온 상품들이 팔리는 수익도 있어요.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랑 서점 일을 병행했어요.
김하살: 박미은 님께 돈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박미은: 뻔한 말이지만, 정말 중요한 존재예요. 마음의 여유가 돈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제가 마음이 힘들었던 순간들을 보면 돈이 적어서, 부족해서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돈은 저에게 힘든 일을 해결할 힘을 주는 존재에요.
창업 초기에는 아르바이트랑 서점 일을 병행했어요. 제가 돈,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자꾸 SNS에 힘들다는 소리만 할 것 같고, 돈이 많으면 같은 일이라도 좀 덜 짜증 날 것 같았거든요.
사람이 좋아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김하살: 힘든 문제들이 많지만 서점을 운영하시는 일이 좋은 이유가 있나요?
박미은: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에요. 모임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이나 책을 통해서 연결된 작가님들을 보면서 느껴요. 참 사람 인연이라는 게 신기하구나, 하고요.
서점을 운영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사람이 좋아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출판사 대표님께 작가님들을 소개해 드렸던 적도 있고, 좋은 단골분들도 생겼어요. 이런 분들과 같이 이야기 할 때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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