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는 작전세력의 움직임을 일찍부터 파악해, 세력이 물량을 털고 나가기 전에 차익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큰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다 세력에게 신상을 들키면서 그들에게 납치되어 강제로 ‘세력 입단 테스트’를 보게 돼요. 테스트는 노트북만 갖고 하루 동안 1억 원을 굴려 주식시장에서 20%의 수익률을 내는 것. 과연 현수는 이 입단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하루 동안 20% 수익 내기
입단 테스트
영화 속 현수와 같이 주식 투자를 업으로 하는 개인을 전업투자자라고 부릅니다. 의외로 국내에도 개인 전업투자자의 수가 많습니다. 2012년,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개인 전업투자자가 약 100만 명에 달해요.
은퇴한 증권회사 직원, 전업주부, 백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전업투자자로 활동합니다. 배경은 다르지만, 이들의 투자 방법은 대체로 주식 차트 분석 및 뉴스 열람으로 여느 개인투자자와 비슷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개인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깊게 탐색할 뿐이죠. 여기서 잠깐. 혹시 이런 궁금증이 생기지 않나요?
전업투자자가 더 많은 뉴스를 볼 테니까, 개인투자자보다 돈을 많이 벌겠지?
vs
전업투자자도 그래봤자 일반 개인투자자 중 하나인데, 버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학계에도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 있습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라고 부르죠. 주로 주식시장에서 주식가격의 결정원리로 응용되는 이론인데요. 어려운 이름과는 달리 내용은 단순합니다.
“내가 아는 정보는 남도 알고 있고,
주식시장도 알고 있다”
내가 아는 정보,
누구나 알고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주식시장에서 주식가격의 결정 원리로 응용되는 이론입니다. 어떤 상품의 가격은 그 상품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All available information)를 빠르게 반영하기 때문에, 그 정보들을 이용해 투자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넘을 수 없다는 내용이에요. 가치투자와는 전면으로 충돌하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투자자는 뉴스와 차트를 이용해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어떤 회사의 현재 주가는 이미 그 회사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반영된 가격일 테니까요. 어떤 새로운 정보를 갖고 오더라도, 이미 가격에는 반영된 정보일 테니 거기서 더 상승하거나 하락할 여지가 없습니다. 불법적인 내부자 거래가 있거나 엄청나게 운이 좋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에요.
“내가 아는 정보는 남도 알고 있고, 이미 주식의 가격에 반영돼있다”, “모두에게 알려진 정보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게 효율적 시장 가설의 결론입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볼게요. 주가 차트, 업종 뉴스 등은 현수와 같은 전업투자자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니죠. 실제로 많은 전업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투자를 이어나가지 못한다고도 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같은 상황에서도 투자를 잘하는 사람들이 나오곤 하죠. 현수와 같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전업투자자가 나타나는 건 정보를 읽는 데 개인의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공시, 뉴스를 두고도 어떤 사람은 주가 상승을 예측하고, 어떤 사람은 하락을 예측할 수 있어요.
정보만 갖고는
돈을 벌 수 없다
점점 시장이 효율적으로 바뀔수록 뉴스, 차트와 같은 결과적인 정보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행간을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같은 정보를 두고도, 이미 결정된 가격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에 어떻게 움직일지 읽어낼 수 있어야 할 테니까요.
유독 주가 차트에 집착하게 되는 날이 있다면, “효율적 시장 가설에 의해서 이미 공개된 정보인 주식 차트만 활용해서는 돈 벌 수 없다”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