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손아귀속주식
건전한 영웅담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글, 김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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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열풍이 불 때였어요
지인들과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식 이야기가 나올 때가 많았습니다. 이야깃 속에는 영웅담과 실패담들이 즐비했고, 영혼이 탈출해 밤잠을 못 이룬다는 친구도 있었어요.
“내 포트폴리오 볼래요?”
어느 날, 오랫동안 주식투자를 해온 지인 중의 한 명이 말했어요. 누군가의 포트폴리오를 보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투자금액과 수익률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이에요.
알고 보니 이 지인은 10루타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천만 원으로 1억 원을 만들었다고 했거든요. 곧 그의 영웅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중장기로 종목을 갖고 있는 편이에요. 대한항공은 코로나19 때 저점에 과감하게 샀고요. 단타로 하실 거면 A 제약도 괜찮아요. 1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 샀다가 2만 원 언저리에서 팔고. 그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주식이니까.”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자신만의 근거와 철학으로 매수하는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가 마음에 걸렸어요
‘A 제약’과 ‘단타’였습니다. 사실 A 제약은 주식은 제가 싫어하는 종목 중 하나였습니다. 가격이 크게 오르내려서 투자자들이 베팅하듯이 A 제약을 많이 사곤 했거든요.
또 단타는 저하고는 맞지 않는 방식의 투자였습니다. 돈을 번다 해도 두통과 손목 저림, 마음고생이 따라온다는 걸 경험했었어요.
제가 투자했던 다른 바이오주들이 떠올랐어요
몇 년 전, 저도 막연한 기대와 불안을 품고 제약회사 주식을 산 적이 있습니다. ‘에이치엘비’라는 회사였어요. 신약 개발의 임상 결과를 앞두고 주가가 꿈틀거리는 종목이었죠.
단기간에 주가는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일주일 만에 제 계좌의 수익률은 어느 때보다도 화려해졌어요.
임상결과를 발표하지도 않았는데 고공행진 하는 주가를 보니 불안해졌습니다. 언제 폭락할지 알 수 없었어요. 현재 수익에 만족하고 오늘 팔아야 할지, 내일 팔아야 더 벌 수 있을지, 욕심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오늘’ 팔았어요.
저는 고민 끝에 ‘오늘’ 팔았습니다. 며칠 더 있으면 ‘올인’을 외치는 타짜가 될 것만 같았어요. 순전히 운이었던 수익을 제 실력으로 착각해서 다음 투자도 그렇게 할지 몰랐고요.
이날부로 결심했습니다. 신약의 성공여부에 의존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지 않기로 말이에요. 기업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다만, 단기간에 과하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종목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화이자’ 주식을 산 적도 있어요
화이자는 비아그라 제조사로도 유명합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회사로 뉴스에 나올 때가 있었죠. 바로 이때 화이자 주식을 샀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코로나 백신주사를 맞는다면 회사의 매출은 높아질 게 분명하니까요.
우리나라 주식이었다면 급등했을 것 같은데, 화이자는 별 변동이 없었습니다.
주식이 오르기를 기다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그 회사가 돈을 벌고 내가 그 주식을 사서 지갑을 불리는 일보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요.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태도를 정립했어요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마인드와 태도를 정립하게 만들어준 종목도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입니다.
2023년 2월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가총액 약 57조 원의 코스피 상장기업입니다. 위약품 위탁개발생산이 주요 사업이에요. 2016년에 상장할 당시 상장가는 14만 원가량이었습니다.
저는 이 주식을 사고 팔기를 반복했어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사건이 터져 거래가 정지되는 악재를 겪기도 했지만 2공장, 3공장까지 완공하며 매년 영업이익을 꾸준히 늘려갔습니다.
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투자하면서 투자 기준을 세웠습니다. 기준은 ‘기업의 가치’였습니다. 기업의 가치가 흔들리지 않으면 쉽게 매도하지 않는 훈련을 하게 됐어요. 지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 포트폴리오의 터줏대감이자 명품 주식입니다.
헬스케어 중에서는 이 기업을 눈여겨 보고 있어요
누군가 헬스케어 기업 중 사고 싶은 종목을 묻는다면 ‘존슨앤드존슨’이라고 대답할 거예요. 어릴 때부터 자주 쓴 존슨즈 베이비로션, 뉴트로지나 같은 화장품 외에도 아큐브 콘택트 렌즈, 지르텍과 밴드에이드 등의 의약품, 의료용 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죠.
존슨앤드존슨은 제가 비상약으로 항상 사다 놓는 타이레놀도 만듭니다. 시가총액 약 542조 원으로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큰 기업이기도 해요. 배당률도 2%대로 높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어서 안정적인 기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투자에서 적절함이란
<현명한 투자자>의 저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적절한 투자 기질’을 갖추는 편이 재무, 회계, 주식시장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추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제가 생각하는 ‘적절함’이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인식, 과한 열정보다 절제력을 갖추는 일입니다.
저 역시 제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나름대로 ‘투기’를 정의했어요. 투기란 기업의 성장가치를 따지지 않고 베팅하는 마인드로 사는 주식 거래,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오늘 사서 내일 파는 주식 거래라고 말이에요.
건전한 영웅담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벼락처럼 번 돈보다는 기업의 성장과 함께 자산을 쌓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건전한 투자 기질로 성공한 영웅담이 많아졌으면 해요.
유튜브에서 보는 슈퍼부자의 사연보다 우리 주위에 평범한 이들의 건강한 투자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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