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피티 인생극장
🔊 에너미 앳 더 게이트 🔊
‘영웅 만들기’의 그림자
글, 정인
📌 경제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작품을 어피티가 소개한다? 네, 그렇습니다. <어피티 인생극장>은 드라마, 영화를 주제로 경제 이야기를 줄줄 떠드는 시리즈로 기획되었어요. 스포일러 없이 영화 추천도 받고 얼떨결에 경제상식도 얻어갈 수 있는 어피티 인생극장 시리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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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
장르: 전쟁, 로맨스, 드라마
추천인: the 독자
the 독자의 별점: ⭐⭐⭐⭐
“…과장이 좀 많은 것 같습니다.”
‘저격수’가 등장하는 영화 중에서는 <에너미 앳 더 게이트>를 뛰어넘은 작품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2001년에 개봉한 작품이지만 고전 반열에 오른 셈이에요.
이 영화의 배경은 1942년 가을과 겨울, 나치 독일이 유럽을 손에 넣고 승승장구하며 소련으로 진격하던 때예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주축으로 이탈리아, 일본 등 침략 전쟁을 일으킨 진영을 ‘추축국’이라고 부릅니다.
당시 추축국은 석유가 부족했어요. 그리고 소련은 지하자원이 풍부한 국가였죠. 만약 소련이 나치 독일을 막아내지 못하면, 전 세계가 나치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소련이 나치 독일과 싸운 곳은 바로 ‘스탈린그라드’입니다. 원래 이름은 ‘차리친’이었고, 지금은 ‘볼고그라드’라고 불러요. 모스크바 남쪽 약 1천km 떨어진 곳에 있는 공업 도시로 볼가 강을 끼고 있어요.
바실리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속 스탈린그라드는 아주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입니다. 영화에 나온 전투를 겪으며 90% 이상 파괴됐다고 해요. 독일과 소련 두 국가를 합치면 200만 명 가까이 사망한 참혹한 전투였습니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의 주인공인 젊은 저격수 ‘바실리’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활약한 실존 인물입니다. 바실리는 소련의 평범한 젊은 병사였는데, 아군이 모두 전멸한 전투에서 뛰어난 저격 실력으로 혼자 살아남게 돼요.
그 장면을 선전 장교 ‘다닐로프’가 목격했고, 그는 바실리를 영웅으로 만들기로 합니다. 기획은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패배감에 젖어 있던 소련군은 영웅 저격수 바실리의 이야기에 힘을 냅니다.
아무리 기획이 좋아도 실적이 따라주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하는데, 바실리는 많은 나치 장교들을 저격해 제거하는 데 성공해요.
제가 영웅이 됐다고요?
the 독자: 잘 됐다니 다행스럽긴 하지만, 제가 바실리였다면 부끄럽고 민망했을 거예요.
정인: 왜요?
the 독자: 옛날에는 비장한 느낌으로 글을 쓰곤 했잖아요. 거기다가 소련의 영웅 만들기라니, 이런 느낌 아니었을까요?‘우리의 위대한 바실리 동지께서는 들숨에 적군 수백을 무찌르고 날숨에 적군 수천을 쳐부수고…’
정인: 과장이 심했던 건 사실이라, 바실리도 민망해하긴 했죠.
the 독자: 그러고 보니, 요새 과장이 조금 심한 것 같은 주제가 떠오르네요.
정인: 그게 뭔가요?
the 독자: 챗GPT 같은 생성형 AI요.
영화도, 인생극장의 딴 얘기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데뷔식
지난해 말,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등장했습니다. 머니레터에서 자주 소개하기도 했고, 워낙 센세이셔널해서 한 번쯤 써본 구독자분들도 많을 거예요.
챗GPT와의 첫 대화는 꽤 충격적입니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대화의 맥락을 알아듣고, 학습한 데이터 안에서라면 무엇이든 척척 답하죠. 완성된 양식의 무언가를 써달라거나, 결과물을 제시하고 코딩을 해달라는 등 업무 요청에도 꽤 괜찮은 산출물을 내놓고요.
영상이나 이미지 영역에서도 AI는 거침없이 인간의 영역을 차지합니다. 그러다 보니 조만간 사람의 일자리가 급속도로 사라질 거라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어요. 실제로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있고요.
‘이거 좀 과장된 거 아냐?’
정인: 그런데 the 독자님은 왜 챗GPT가 바실리의 영웅 만들기에 동원된 기사처럼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the 독자: 꼭 모든 걸 단숨에 대체해 버릴 것처럼 얘기하니까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AI 관련주의 수익률은 개별 기업당 100% 이상일 정도로 좋습니다. AI 수혜주만 모아놓은 지수는 챗GPT 출시 이후 40%나 뛰었습니다.
하지만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으로 거품이 끼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와요. 1990년대 ‘닷컴 버블’ 때처럼 말이죠.
닷컴 버블을 기억하시나요
닷컴 버블은 1996년과 2000년 사이,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IT 기업이 ‘절대로 망하지 않는 게임 체인저’ 대접을 받으며 잘나가던 시절을 뜻해요.
IT 업종이기만 하면 막 설립된 회사에도 투자금이 몰렸습니다. 주로 벤처 기업이 상장된 나스닥 시장으로는 어마어마한 돈이 흘러 들어갔어요.
외환위기를 막 극복한 우리나라 정부는 IT가 다음 먹거리라고 생각했고, 벤처기업에 정부 지원을 몰아주게 됩니다. 당시 미래를 예측한 기사를 한 번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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