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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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5)
장르: 멜로, 로맨스
추천인: JYP
JYP의 별점: ⭐⭐⭐⭐⭐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Blessed are the forgetful for they get the better even of their blunders.
– 프레드리히 니체 –
<이터널 선샤인>은 2005년 개봉 후,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서 재개봉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조엘(짐 캐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은 평범한 연인입니다. 첫눈에 반해 연애를 시작하게 돼요.
진지하고 소심한 조엘과 생기 넘치고 충동적인 클레멘타인의 성격이 극과 극이긴 하지만, 성격 차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조율이 잘 되면 서로 보완이 되는 거고, 관계의 균형이 깨지면 무너지게 되죠.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날 클레멘타인은 조엘과 함께 한 기억을 모두 지웁니다. 화가 난 조엘도 클레멘타인과 함께했던 날들을 모두 지워버리려고 해요.
‘기억은 최근 것부터 지워집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세계에는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는 이렇게 안내해요. ‘기억은 최근 것부터 지워집니다.’
JYP: 저는 이 부분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졌어요.
정인: 어째서죠?
JYP: 옛날 기억은 오래 남는데, 최근 기억부터 하나씩 사라지는 거, 그거 ‘치매’잖아요.
정인: …
영화도, 인생극장의 딴 얘기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기억 장애는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사실 치매는 그 자체가 정식 질환 명칭은 아닙니다. 뇌가 퇴행하며 정신(지적) 능력과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사라지게 하는 특정한 증상들을 모아서 치매라고 불러요.
치매를 유발하는 질환은 다양합니다. 알츠하이머나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알코올성 치매도 있고, 심지어는 우울증도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해요.
기억 장애는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최근 일부터 예전 일 순서로 저장과 인출에 문제가 생겨요.
치매가 중증으로 진행되면 보살핌 없이 생활하기가 어렵습니다. 환자와 환자의 주변인이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죠. 그래서 치매를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요.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2021년에 미국 FDA의 조건부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이 나왔지만, 아직 희망과 절망이 뒤엉켜 있는 상황입니다. 아두카누맙이 임상적으로 환자 상태를 개선하는지는 확인이 안 됐거든요.
아두카누맙을 개발한 제약사는 ‘바이오젠’입니다.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은 여기서 ‘어?’ 하실 거예요.
맞아요. 미국의 제약 기업인 바이오젠은 신경질환 분야 치료제 개발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여러모로 얽혀있기도 해요.
삼바와 무슨 관계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주로 하는 기업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으로는 최초로 연 매출액 3조 원을 넘겼어요.
2016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분식회계(회계부정) 사태부터, 팬데믹 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한다는 기사까지, 최근 몇 년간 뉴스에 계속 등장하는 기업이기도 하죠.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을 개발한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012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 설립한 적이 있어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5%, 바이오젠이 15%의 지분을 갖고 있었습니다.
꽤 밀접한 두 기업 사이
2018년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전체 주식의 ‘50%-1주’를 보유하게 되었어요.
이때 약정된 만큼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 권리를 부실하게 공시했는데, 부실 공시가 분식회계(회계부정) 중 일부라는 혐의가 있어요. 관련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202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인 50%-1주를 모두 사들였습니다. 국내 재판과 별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인지 감이 오실 거예요.
그래서 바이오젠이 기대되는 신약을 출시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도 같이 오릅니다. 지난해 9월, 바이오젠이 두 번째 치매 치료제인 ‘레카네맙’의 임상 3상에 성공했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하루 만에 5.61% 올랐어요.
아두카누맙 등장, 그 이후
레카네맙은 바이오젠과 일본의 ‘에자이’가 같이 만들었어요. 올해 4월에는 덴마크 제약사 ‘룬드백’과 일본의 ‘오츠카제약’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불안 발작증 완화제를 공동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두카누맙의 등장 이후, 치매 치료제 시장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매년 7% 이상 성장하고 있어요.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치매 치료는 특히나 중요합니다. 아직까지는 국내 치매 치료제 특허 출원 대다수가 외국 기업의 제품이지만, 앞으로 기회가 많은 시장이라 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거라고 해요.
기억과 경험이 사라지는 아픔
치매 환자의 아픔이나 치매 환자의 주변인이 겪어야 하는 아픔은 ‘나 자신,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천천히 분해되어 사라지는 고통’으로 자주 묘사되곤 해요. 그만큼 기억과 경험이라는 요소가 누군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거겠죠.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20년 가까이 가장 아름다운 멜로 영화 중 하나로 기억되는 건, 바로 그 부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기억이 지워지면 사랑도 지워질까요?
<이터널 선샤인>을 감상할 수 있는 OTT
필진의 코멘트
- 정인: 치매 치료제 개발 관련 뉴스를 검색하다 보니 일본 제약사가 자주 보이네요. 고령화가 오래전부터 심각한 문제여서 그런지, 일본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듯해요.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노인성 치매 환자 증가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거예요. ‘기억이 지워지면 사랑도 지워지는 것이냐’는 질문은 로맨스일 수도, 처절한 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