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하죠. 뇌에 새겨진 맛있는 음식 데이터가 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기분, 독자님은 느껴보신 적 있나요? 고영 PD는 이런 순간을 ‘계시’라고 부르는데요. 빨간 스웨터를 입은 행인을 보다가 문득 떡볶이가 당겨 분식집으로 달려가게 되고, 양면 테이프를 뜯다가 쫀득한 식감이 떠올라 중국당면이 든 마라탕을 시키게 되는 거죠. 마치 누군가의 계시를 받아 그날의 식사 메뉴가 정해지는 기분이에요.

배달 앱을 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제가 지난해 가장 자주 시켜 먹은 음식이 마라탕이더라고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존재조차 몰랐던 이 음식이 언제부터 제 최애 소울푸드가 된걸까요? 건강에 썩 좋은 음식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미 그 맛에 빠진 이상, 쉽게 끊어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여러분에게 잘쓸레터는 어떤 맛인가요? 마라탕처럼 자꾸 생각나는 중독적인 맛? 아니면 삼계탕처럼 든든하고 건강한 맛? 오늘은 여러분의 취향저격 ‘잘쓸맛’으로 찾아왔답니다. 다 같이 맛보러 가실까요?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

• 독감, 코로나19, RSV가 동시 유행하면서 치명적인 합병증인 폐렴 위험도 커져 전문가들이 예방접종을 강조하고 있어요
•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청년들이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대행하는 홈서비스를 적극 이용하면서 관련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어요
• 2016년에 출시된 아이폰 SE가 작고 가벼운 디자인과 감성적인 카메라 색감 덕분에 MZ세대에게 다시 주목받으며 중고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어요
• 정부가 실손보험의 자기부담률을 30%에서 50%로 높이려는 개혁안을 발표하자 의료계와 소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요

•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대표 놀이기구인 ‘번지드롭’과 ‘회전그네’가 2월 2일에 운행을 종료해요
• 제주도가 인기 노선인 1100번 한라눈꽃버스를 2월 23일까지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제주터미널에서 영실매표소까지 운행해요
• 뉴욕관광청이 뉴욕시 전역의 관광명소와 호텔, 미식을 1년 중 가장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2025 뉴욕 겨울 아우팅’ 행사를 개최해요 (1/21~2/9)

🤵 야외 결혼식 로망이 현실로! 👰
서울 공공 예식으로 돈도 아끼고 꿈도 이뤘어요

글, 써니 님

몇 년 전, 정말 가까운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어요. 진심으로 결혼을 축하하는 제 마음과는 다르게, 결혼하는 친구와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축하 인사를 전할 수 있는 순간은 신부 대기실에서 사진 찍는 순간뿐이었고, 그마저도 서로의 눈을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1분 남짓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카메라를 바라보며 결혼 정말 축하해! 와줘서 정말 고마워! 하는 의례적인 인사만 복화술로 주고받았을 뿐이었거든요.

이후에도 여러 번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갈 때마다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그리고 여기엔 대부분 비슷한 우리나라 예식장 구조가 한몫을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신부대기실은 신부가 앉아서 쉽게 일어나거나 친구들을 맞이하기 힘든 구조였고, 버진로드는 높이 있는 무대 형식이라 하객들과 가깝지 못한 점이 아쉬웠어요. 물론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가 돋보이는 형태라 너무 아름답고 멋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사람들과 부대끼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평소 제 스타일과는 맞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화려한 웨딩홀에서 버진로드를 따라 하객들 사이를 걷는 제 모습을 떠올리니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로망 가득 담은 야외 결혼식장 모습 (출처: 써니 님)

그때부터 저에게 가장 잘 맞는 결혼식은 어떤 모습일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동시에 몇 가지 로망이 생겨났는데요. 신부대기실이 없더라도 하객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하하호호 편하게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더라고요. 또, 경건하고 어딘가 엄숙하기까지 한 버진로드보다는, 걷다가 넘어져도 하나의 해프닝처럼 서로 웃을 수 있는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원하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야외결혼식장이 떠오르게 되었어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공장형 결혼식이 가장 편하고 저렴하다고들 하잖아요. 한때 가수 이효리의 스몰웨딩, 야외 결혼식이 큰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로망으로 자리잡은 적도 있는데요. 나중에 이효리가 “사람들은 스몰웨딩이라 하는데 사실은 초호화 웨딩이었다.”라고 밝힌 것처럼, 맞춤형 결혼식을 준비하는 게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되더라고요.

저희도 고민이 많았어요. 하객이 200명 정도 예상되어서 스몰웨딩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하우스 웨딩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고, 많은 하객을 고려하면서도 제 취향에 맞는 편안한 분위기의 장소를 찾고 있었죠.

그러다 우연히, 아니 운명처럼 ‘서울 마이 웨딩’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어요. 서울 마이웨딩은 서울시에서 공원이나 한옥 같은 멋진 시설들을 예식장으로 개방하고 결혼식을 지원하는 사업이에요. 게다가 대관료를 전액 감면해주고 비품운영비까지 지원해준다고 해서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정말 많았는데, 제가 딱 이용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식을 마친 후, 집안 어르신들의 칭찬 문자 (출처: 써니 님)

간단한 상담 후 딱 6개월 만에 결혼식 준비를 마쳤는데, 저희 부부는 물론 가족들 모두 100% 만족하는 멋진 결혼식을 해낼 수 있었답니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칭찬일색! 친구들도 지금껏 참석한 결혼식 통틀어 가장 즐거웠다고 입을 모아 후기를 남겨줬어요. 제가 경험한 나만의 결혼식 꿀팁, 오늘 잔뜩 알려드릴게요.

💒 야외 결혼식, 이것만은 알고 가💒

✅ 나만의 야외결혼식, 특별한 점은…?

• 서울시 마이웨딩 사업을 통해 서울시립대 ‘자작마루’ 공간을 지원받아 진행했어요
• 신부 대기실 대신 포토존을 만들어 신랑신부가 함께 입구에서 하객을 맞이했어요
• 본식부터 셀프로 준비한 2부 행사까지 총 3시간 동안 진행된 결혼식이었어요

✅ 숲속 결혼식 로망을 이뤄준 서울시립대 자작마루

• 청량리역과 회기역 사이에 위치한 서울시립대학교에는 ‘자작마루’라는 소강당이 있어요. 역에서는 조금 걸어야 하지만 캠퍼스가 평지라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고, 푸른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과 붉은 벽돌의 조화가 너무 매력적이었죠. 2013년에는 서울 미래유산으로도 지정된 의미 있는 공간이에요. 자연 친화적인 결혼식을 꿈꾸시는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서울 마이웨딩을 통해 학사 일정에 맞춰 대관할 수 있었고, 교정의 넉넉한 주차 공간도 활용할 수 있었답니다. 식사 공간과 본식 장소가 분리되어 있어서 동선 구성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 신랑신부와 가족 모두 주인공이 되는 결혼식

• 결혼식의 주인공은 결국 결혼하는 당사자와 가족들이라고 생각했어요. 하객들도 가장 궁금하고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시잖아요. 그래서 축사는 아버님께 부탁드렸고, 2부 행사는 다른 사회자 없이 저희 부부가 직접 진행했답니다. 결혼을 준비하느라 바빴지만 틈틈이 사회 연습도 하고 이벤트도 구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추억이 쌓였어요. 힘들었던 만큼 더 특별한 순간으로 남았답니다.

신랑 신부가 함께 작성한 결혼식 스크립트 (출처: 써니 님)

✅ 3시간 꽉 채운 예식, 지루하지 않은 결혼식을 만들려면?

• 본식부터 2부 미니 피로연까지,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긴 시간 동안 80% 이상의 하객분들이 끝까지 함께해주셨어요. 길어질수록 지루할까 걱정했지만, 1부에서는 형식적인 것들을 짧게 진행하고 점심 시간을 가진 뒤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2부를 따로 마련했더니 오히려 더 좋았죠. 중간 휴식 덕분에 하객분들이 각 순서에 더 집중해 주셨고, 자연스럽게 피로연 분위기로 이어갈 수 있었어요.
  
  2부에서는 취미 부자인 저희 가족들 덕분에 마술, 힙합, 밴드 공연, 스탠드업 코미디까지 다채로운 공연을 준비했답니다. 꼭 이렇게 많은 공연이 아니더라도 행운권 추첨이나 하객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하면 더욱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어요.

출처: @frchhwks

지난 한 해 동안 유행한 패션 트렌드를 살펴보면, 모두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스타일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긱시크 룩’, ‘그랜마·그랜파코어’, ‘걸코어’ 등 다양한 무드의 패션이 대표적이에요. 각기 다른 패션 트렌드가 공존하고 믹스매치 되기도 했는데, 이들 패션 트렌드의 중심에는 역시 ‘빈티지 제품’이 있었죠.

빈티지 안경샵 loveoldforest와 Y2K 감성 완벽 고증으로 인기인 크리에이터 불레따리

‘무조건 천 원’의 업글 버전? 🔔

빈티지하면 가장 먼저 동묘나 광장시장을 떠올리는 분도 계실 거예요. 지금처럼 과거에 유행했던 패션이 주류 트렌드가 되기 전에도 빈티지 스타일은 패션 스타일의 한 카테고리로 두터운 매니아층을 뒀었죠. 잘쓸레터 구독자 여러분 중에서도 동묘의 옷무덤에서 보물찾기를 한 경험이 한번쯤 있으실 거예요.🤭

📌 코너 소개: 잘쓸레터를 만드는 고영 PD는 평소에 어떤 걸 볼까? 혼자 보기 아까운 영상을 독자분들과 공유하기 위해 코너를 급조했어요. 고영 PD의 핸드폰 속 알고리즘을 훔쳐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랍니다. 이 코너는 재미있는 영상을 또 무더기로 발견한 어느날 갑자기 다시 돌아올 예정입니다.

유튜브 (출처: 자취남, 예쓰니콜, 찰스알레, 어퍼하우스)

• 작은 원룸에 살아도 맥시멀리스트가 될 수 있다? 6평짜리 오피스텔 원룸을 말 그대로 30평처럼 사용하는 자취의 달인 발견! 최소 20평대 이상은 되어야 구겨 넣을 수 있을 법한 가구들이 6평 원룸에 빼곡하게 들어가 있어요. 수납의 경지를 넘어선 공간 활용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데요.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하는 리프트업 침대, 빨래 건조용 수직 공간, 업무와 오락, 식사, 휴식, 접객까지 가능한 다용도 데스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해당 영상을 본 사람들의 댓글은 모두 감탄으로 가득 차 있어요. 

• 눈이 펑펑 오는날 따라가보고 싶은 코스 발견! 등산은 싫은데 하얀 눈에 파묻힌 산 풍경을 구경하고 싶다면 지하철 타고 도봉산역으로 떠나보세요. 1번 출구로 나와 길을 건너면 통창 너머로 눈꽃이 예술인 베이커리 카페가 보이는데요. 맛있는 빵과 커피를 즐기며 눈꽃을 구경하기 딱 좋답니다.

• 명동이나 휴게소를 지나다 보면 한 번쯤 보게 되는 종이 인형들. 한 유튜버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직접 종이인형을 사서 하나하나 뜯어봤다고 해요. 뽀로로, 피카츄, 꼬북이 등 각종 캐릭터이 뽕짝에 맞춰 저절로 춤을 추는 듯 보였지만, 실은 조금 도톰한 종이에 인쇄해 실에 매달아 놓은 것뿐이었다는 다소 힘 빠지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요!

• 직원에게 말해야만 꺼내주는 신상 코스트코 컵케이크가 있다고 해요. 진열대에 가득 찬 머핀, 케이크, 쿠키 모두 너무 탐스럽고 맛있어 보이지만, 냉동실에 숨겨져 있다는 이 제품도 어떤 맛일지 궁금해지는데요. 직원분에게 ‘냉동너츠크림컵케이크’를 요청하면 바로 꺼내주신다고 해요. 20개 들이 한 박스가 20,990원으로, 냉동해서 보관하기도 편하고 안에 가득 찬 달콤한 크림이 별미라고 하네요. 초코맛도 있다고 해요.

• 인삿말 덕분에 행복저금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저도 좋은 일들 적어두었다가 연말에 확인해볼게요! 모두 2025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해닝 님, 치즈케이크 님)

• 청년드림대출과 청년드림청약저축이 서로 혼재되어 설명되어 있어 구분하기가 어려웠어요. 두 상품의 특징을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뭬뭬 님, 콩쥐 님)